9.19 '평양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며 '수석 협상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문 대통령을 가교로 남북미가 '비핵화 공동 운명체'로 재결합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에 대한 미국의 환영 입장을 공식화하는 한편,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축하한다"면서 "우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공동 선언을 통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조치를 언급하며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절을 붙였음에도 환영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종전선언 등 상응 조치를 영변 핵시설 폐기와 맞교환하는 '동시 행동' 비핵화 방식에 미국 정부가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우리는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향한 조치 차원에서 이미 발표한대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미국과 국제적 사찰단의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는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남북이 평양 공동선언에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대목 역시 미국이 강조해온 'FFVD' 차원의 합의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탕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신속한 북미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그는 "이같은 중요한 약속들에 기반해, 미국은 북미 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을 내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며 "나와 리 외무상 모두 이미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돼 있던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하며 교착에 빠졌던 북미 협상이 새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데다, 폼페이오 장관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 북미 외교수장 라인이 가동될 경우 '뉴욕 대반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핵 실무 협상도 속도전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의 대표자들에게 요청했다"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참관할 대상으로 미국과 IAEA를 적시한 점과 맞물려, IAEA 본부가 위치한 빈을 협상 장소로 선택함으로써 향후 북한 핵사찰과 검증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빈에는 북한과 미국 대사관이 모두 주재하고 있어 실무적 편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를 목표 시점으로 재확인하며 북미 협상 재개를 공식화함으로써 곧바로 남북미 외교 채널이 풀가동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평양 선언과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을 잘 읽어보면 (북미) 양측이 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와 평화 정착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 불가역적인 폐기를 얘기를 한 만큼 이제 앞으로 있는 각종 외교적인 절차와 헙상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할 때가 되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관국 참관 하에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및 발사대 폐기 합으에 대해선 "그간 미국이 참관단을 받아들여달라고 요구를 해왔는데,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버리면 증명, 확인할 길이 없는지만 이번에 북측이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종전선언에 대한 요구는 분명히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책상 위로 올라와 있다. 이제는 올라 온 여러 요소와 추가적으로 북미가 원하는 요소들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서로 만나서 구체적으로 협상할 때"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9월에서 10월을 넘어가면서 많은 일정들이 있을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속도감을 가지고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정부로서는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를 기초로 해서 유엔총회와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서 비핵화의 진전을 가속화시키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더욱 강화시켜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힌 점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북한과 미국이 만나서 협상을 한다면 아주 좋은 진전이 될 것이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또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며 "지금까지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그 다음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 진전이 북미 간 진전을 가져오는 밑받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반증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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