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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메시아인가 실패한 제3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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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메시아인가 실패한 제3후보인가?

[30대, 정치와 놀다]<15>안철수의 장점과 단점

2012년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하 직함 생략)이다.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는 현재는 박근혜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상대다. 하지만 아직 그의 대선 출마 여부는 미지수다. 안철수 본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최근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통해 각종 사회, 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고, 이에 동의하고 그의 출마를 원하는 국민적 열망이 커지면, 나올 수도 있다. 얼마나 커져야 하는 지는 누구도 모른다.
아직 출마 여부도 모르지만 30대들 사이에서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다. "박근혜가 싫어서 안철수를 찍겠다는 게 아니라 안철수가 너무 좋다"는 것. 이들이 꼽은 안철수의 장점은 1)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 2) 의사, CEO, 교수 경력을 가진 닮고 싶은 '멘토', 3) 기존 정치인과 다른 공감 화법, 4) 정치적 부채가 없다, 5) 상식과 합리성 등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중소기업 사장 출신이 보일 수 있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이 우려된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또 경영자로서는 성공했지만, 정치 리더로서의 능력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있다.
다음은 6일 진행된 방담 중 안철수와 관련된 내용이다. 편집자.


참석자 소개

송새벽 : 나이 서른 셋.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태권 : 나이 서른 일곱.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셋.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마흔. 열한 살(아들), 여덟 살(딸), 두 살(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지성 : 나이는 서른 셋. 돌이 채 안된 '따끈따끈한' 아들이 있는 직장인이다. 어머니가 권사인 개신교 집안이라 어릴 때부터 대형교회에 다녔으나 고민 끝에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함.

하지원 : 나이 서른 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지금은 3개월 넘게 일을 쉬고 있는데 '저임금 노동착취'인 영화판으로 돌아갈지 심각하게 고민 중.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다섯 명이 대거 참석했음. 나이 순으로 프레시안 1(마흔.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2(서른 넷, 싱글남), 프레시안 3(서른 둘, 갓 결혼한 새신부), 프레시안 4(서른, 싱글남), 프레시안 5(스물 여덟, 싱글녀)가 '깍두기'로 함께 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단일화에 합의하는 안철수. ⓒ프레시안(자료사진)

안철수, '꼼수'가 있다? 없다?

프레시안 : 안철수의 장점 5가지를 꼽자면, 나무랄 데 없는 '스펙',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정치적 부채가 없다, 상식과 합리성에 기반을 둔 리더, 와이프가 교수다, 이 정도일까요? 일하는 부인을 둔 건 다른 정치지도자와 다르니까요.

먼저 얘기될 수 있는 게, 안철수는 이력과 경력이 굉장히 훌륭하고 이게 일부러 관리해왔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과정이었는데, 그게 가장 매력 아닐까 하는데요. 안철수의 매력이 뭘까요?

지성 : 인간적 매력은 안철수가 가장 있는 것 같아요, 30대 입장에서 봤을 때. 27살에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까지 했던 사람인데, 그걸 버리고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은 0.01%도 안 되죠. 살아온 이력부터가 신기했는데, 제가 <안철수의 생각>을 읽었어요.

프레시안 : 책을 빨리 구하셨네요, 구하기 힘들다던데? (웃음)

지성 : 와이프가 출판사에 있어서. (웃음) 내용은 뭐, SBS <힐링캠프>를 먼저 봤는데 거기서 했던 얘기 그대로더라고요. 안철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생각하는 게 그대로 가는구나. 인생에 '꼼수'는 없는 것 같아요. 자기 말하는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아요, 뒤에 정치적인 뭐가 있다거나 하지 않고.

아직도 고민은 하는 것 같은데 (정치에) 거의 발을 들여놨다고 생각하고, 스토리텔링은 안철수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장점 5가지가 다 맞는 것 같아요. 정치인으로서, 대통령감으로서 단점을 찾아보자면 있겠죠. 그런데 인간 안철수에 대해서는 단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 팬이시군요? (웃음)

지성 :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안철수를 안 좋게 보려고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보려 하지만 안철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이태권 : 총선 후에는 박근혜를 현실론적으로 아주…(높이 평가했는데?)

지성 : 박근혜, 와우. 박근혜 때문에 제가 좀 보수적으로 변했죠. 근데 저 같은 사람은 못 찍어요. '안티 새누리당'이라서. 민주당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 싫어서.

이태권 : 안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시대정신과의 싱크로(일치)율이 가장 높다는 것. 사람들이 시대정신으로 생각할 법한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후보이기 때문에, 굉장한 장점을 선점하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시대정신을 가장 많이 투사하는 캐릭터가 됐다.

프레시안 : 시대정신이라면?

이태권 : 양극화의 대안으로서의 경제민주화라든지, 융·복합 같은 것. 정치인들이 만날 신성장동력 얘기만 했지 잘할 것처럼 보여준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삶 자체가 융·복합이라 그런 첨단 이미지도 있고, 법륜스님 영향이겠지만 남북한 문제 있어서도 기존 민주화 세력과 코드가 맞구요. 박근혜나 이명박과는 다른 이런 걸 보면 가장 시대정신과 싱크로가 높은 게 아니냐 하고요. 이런 게 안철수 열풍의 진원지 아닐까요?

프레시안 : 안철수가 기존 정치인이 아니라는 게 원인이지는 않을까요?

이태권 : 저는 그건 결과론적 해석 같아요. 얼마나 쉬워요. 기성 정치에 불만이 많아서 그게 안철수로 표출된 거라고 하면 편하죠. <한겨레> 성한용 기자나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그런 틀거리에서 해석하려고 하는데, 악플(나쁜 댓글)보다 나쁜 게 무플(댓글 없음)이라고 사람들은 정당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정당정치에 속해 있지 않아서 더 그런 요인도 있겠지만 그건 덜하다고 보고 싶어요.

프레시안 :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와 닿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취지의 얘기를 많은 야당 후보들도 하는데 마음에 와 닿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 안철수는 '삼성동물원'도 그렇고…. 똑같이 '재벌규제'를 얘기해도 순환출자 규제 이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는데, 안철수가 <힐링캠프>에서 빵집 얘기를 하잖아요? 이론적으로는 당연한 얘기인데 안철수가 설명을 하니까 사람들이 '아, 그렇구나' 하더라고요. 실제로 얼마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가장 가까운 이미지로 보인다는 거죠.

이태권 : 그 이미지를 선점한 게 최고 자산이자 장점이라는 거죠.

안철수, 민주당에 입당하면 안되는데...조직은?

지성 : 그 사람이 민주당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안철수는 확장성이 분명히 있어요, 문재인은 없는데. 새누리당만 찍는 사람도 안철수 나오면 찍겠다는 사람이 제 주위에 여럿 있더라고요. 어머니도 그렇고, 거래처 사장님도 박정희를 제일 존경하는데 안철수를 찍겠대요. 그래서 이유가 뭐냐 했더니 자기가 안철수 덕분에 공짜로 'V3'(백신 프로그램)를 10년 동안 썼다는 거에요. 거기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 그래서 민주당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인간 안철수의 매력은 시대정신과도 맞고, 여러 가지 이력도 그렇죠. 지금 화두가 정의, 평화, 복지 3가지잖아요.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 안철수가 제일 부합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 잘할 거냐는 차치하고 그런 느낌이 있어요. 또 민주당한테 많이 실망을 하고 하니, 머리로는 '메시아를 바라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왠지 안철수는 잘 할 것 같고 뭔가 바꿀 것 같아요. 또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너무 시달렸잖아요.

프레시안 : 평화, 복지는 안철수가 얘기해도 그냥 그런데, 정의가 안철수의 아이콘 아닐까요? 다른 야권 주자들은 아무리 정의를 얘기해도 사람들이 수긍하지 못하는데 안철수가 하면 '아, 맞아. 쟤가 저렇게 살아왔지'라는 공감대가 가장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성 :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데, 기존 정치인들은 많이 안 했지만 안철수는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20대한테 멘토가 되고, 그러니 20대가 안철수에게 거의 몰아주는 거죠. 인간 안철수는 참 매력있는 사람인데, 대선이 4개월 밖에 안 남았고, 정치하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지지율 1,2등을 다투는 걸 보면 우리나라 정치는 참 다이내믹하고 기자들은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레시안 (3명이 동시에) : 아닌데요? 피곤한데요? (웃음)

임재범 : 박근혜가 원래 신뢰의 아이콘이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말을 했을 때 (안철수와 박근혜 중) 누가 더 진심을 갖고 얘기하는 것 같냐 하면 안철수지 싶더라고요.

이태권 : '박원순 효과'도 있을 거에요. 박 시장이 안철수의 지지를 받았었는데 개판을 치고 있다거나, 그게 아니라도 홍보가 덜 됐다거나 하면 '역시 정당정치가 중요하구나' 했을 텐데 박원순 시장 이미지가 좋게 돼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을 안심하게 만드는 게 있죠.

프레시안 : 정당 안 해본 사람이 시장 됐는데 오히려 더 잘한다는?

지성 : 그래도 박원순은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있는데, 아무 조직도 없이 하면 쉽지 않지 않나요? 안철수의 단점일 수 있는데, 그게 부족하니까 개인적 카리스마와 인기만 있죠.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자기가 작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 기반이 없잖아요, 당도 없고.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학 때 4년 동안 학생운동 안 하던 애가 회장이 됐는데 학생회가 하나도 안 돌아가더라고요. 학칙도 자세히 몰랐으니까.

프레시안 :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걸 다 알면서도 안철수를 좋아하더라고요.

지성 : 그러니까 그 맹목적인 매력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하지원 : 저는 '만들어진' 것 같아서 좀 싫어요. <힐링캠프>를 처음부터 봤는데, 한 마디 한 마디를 보면 박근혜 같은 신뢰의 이미지가 나 역시도 있다는 말도 했고, 야당이 못하니까 신뢰가 자기한테 모이고 있지 않냐는 말도 돌려서 했었고, 자기가 정치적으로 가진 장점이라든지 이런 것도 돌려서라도 다 말했어요. 조심스럽게 하긴 하지만. 조금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만들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사실 없지 않고요.

엘리트인 게 장점이어서 '워너비'(wanna be. 되고 싶은 사람, 닮고 싶은 사람)가 되고 있지만 좀 아슬아슬한 것 같거든요. 지금 정도면 '워너비'지만 조금 더 나가면 엘리트로 만들어진 것 같은.

안철수연구소, 대선 염두에 두고 만든 이름?

임재범 : 인지도는 진짜 대단하죠. 문국현 등 갑자기 혜성처럼 떠올랐다 사라진 많은 대선 후보들을 보면 대중적 인지도가 안철수에 비하면 매우 떨어지죠.

지성 : 최대 강점이죠. 안철수 백신을 안 써본 사람이 없잖아요. 모든 사람이 그 사람한테 부채의식이 있어야 해요, 혜택을 공짜로 받았다는. 우리가 뭐 박근혜한테 혜택 본 건 없잖아요? (웃음)

이태권 : 혜택이라기보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있는 거죠. 여태까지의 무소속에 비해 엄청난 인지도를 갖고 있는 거죠.

임재범 : 안철수가 회사이름을 '안철수연구소'로 지은 것도 혹시 대선을 염두에 둔거 아니에요? (웃음) 우리나라에 자기 이름 딴 그런 회사 이름이 잘 없잖아요.

지성 : 명예욕이 굉장히 강하다는 거죠.

이태권 : 안철수연구소는 처음 이름을 지을 때, 너무 회사같지 않고 비영리단체 같아서 연구소라고 한 측면도 있다고 하지만요.

지성 : 안철수 때문에 민주당이 맛이 가 가지고…. 안철수 때문에 민주당 경선이 흥행을 잃었잖아요. 대선후보 뽑는 게 아니라 안철수와 단일화할 사람을 뽑는 느낌? 의미가 없어요.

임재범 : '2부 리그' 보는 것 같아요. 나약해.

프레시안 : 그런데 민주당이 야권 1위 후보인 안철수를 충분히 괴롭힐 힘은 있죠. 2002년 노무현을 괴롭힌 후단협을 보면 고춧가루 뿌리는 건 충분히 할 수 있고, 단일화가 아름답게 될 것인가는 후보 의지와는 또 다른 거에요. (후보가 단속해도) 민주당 의원들이 자기 이익을 따져 보고, 아름답지 못하게 할 수도 있거든요.

지성 : 민주당 입장에선 안철수보다 박근혜가 되는 게 더 좋을 것도 같은데요? 안철수가 되면 자기들은 역할이 없잖아요. '벙 찌는' 거죠.

임재범 : 그도 그렇지만 노무현 후단협 학습 효과도 있으니 안 그럴 거에요. 결국 민주당이 쫄딱 망했잖아요, 그때.

이태권 : 2007년 학습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 잘 되게 만들 힘은 없어도 못 되게 만들 힘은 있다' 하며 고건을 주저앉히는 바람에 대선 구도가 무너져서 낭패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그런데 2007년에 문국현을 열심히 지원했던 분이 안철수를 만나서 받은 느낌이 '고건 케이스'가 될 것 같다면서, 캠프도 안 꾸려지고 실력도 없어서 못 나올 것 같다고 하기도 하던데요.

지성 :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황상민 연세대 교수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발언한 거 보셨어요? 그거 보면 너무 웃기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 패러다임이나 정치 시스템으로 안철수를 이해하려는 것은 바보라는 거에요. 그건 그 시스템으로만 보면 안 되는 내용인 거죠.

프레시안 : 대선까지는 기존 시스템, 패러다임으로 보면 낭패이고 뒤집힐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하는데, 그 다음 집권하고 나서는 기존 패러다임대로 가게 되지 않을까요? 국정 운영이기 때문에요. 안철수도 큰 기대를 갖고 대통령이 되지만 자기 사적 이익을 가지고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못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도 있네요.

이태권 :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게, <한겨레> 성한용 기자의 논법이잖아요. 5년 기다려도 된다고 하는데, 과연 검증된 대통령이 그간 얼마나 잘해왔나, 자기 세력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잘 해왔나 보면 한국 정당정치는 불임인 것 같아요. 대통령이 말년에 정당이랑 좋았던 적이 없잖아요.

또 지금 더 복잡하고 전문화된 지식이 필요한 면이 있는데, 그렇게 봤을 때 국민들은 안철수가 과연 실력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저 사람은 회사도 운영을 잘 해왔고 개인의 능력도 있는데 과연 저 사람이 다른 사람들, 심지어 이명박보다 국가를 운영 못할까, 박근혜보다 못할까, 국민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프레시안 : 김대중이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고,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내세웠고, 이명박은 'CEO 대통령'이라고 했죠. '안철수 대통령'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뭔가요?

이태권 : 네트워크 시대의 수평적 리더십이죠. 위계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속에서 폭넓게 인재들을 기용하면서 할 수 있는, 국가 운영 오히려 현대화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죠.

그런데 '듣보잡'이 아니라 회사도 그렇게 키워 왔어요.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지고. 그게 사람들한테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죠.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나이 70 먹은 뒷방 노인네들이 높은 자리 앉아서 하는 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국가 운영해서는 거덜난다 하는 걸 깨달았거든요.

또 박근혜도 공대를 나오긴 했지만, 실질적인 이과 출신 전문기술인이 대선 후보까지 된 건 처음이잖아요. 후진타오(胡錦濤) 등 중국이 이과 인재를 키우는 거랑 맥락이 비슷할 수 있다는 거죠. 네트워크 시대의 전문가 정치, 또 수평적 국가운영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국민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지성 : 저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정치의 몰락>이란 책을 보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될 때 그는 야당의 주류였고, 노무현은 야당의 소수였다고 하죠. 이제는 아예 그냥 그런(정당과 무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거죠. 김대중이 대통령이 될 때도 많은 주류층, 보수층은 나라 망한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거든요?

프레시안 : 안철수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세력'의 문제가 있죠. 저번 방담 때 문재인은 둘러싼 세력이 문제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안철수는 주변에 누가 있는지 드러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문제가 되는 세력은 없는 거고, 측근에 의해 휘둘리지 않거나 냉정하게 버릴 것 같은 느낌이죠.

안철수, 만기친람형 리더십은 걱정되요

이태권 :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데, 지금 섣불리 (정치판에) 못 나오는 것도 웬만큼 '섀도우 캐비닛'을 보여주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라인업을, 팀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팀을 잘 짜면 장점이 시너지가 되는 것이고, 팀이 이상하면 '이상하네? 흔들릴 것 같네?' 이렇게 되겠죠.

지성 : 제 느낌은 '비서실장은 박경철이겠구나' 정도? 안철수 주변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요.

이태권 : 제가 보기엔 기술인들이 군림하는게 아니라 전문가적인 정치를 하면서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뭔가 하려는 이미지는 보여줄 거 같아요. 그 실체가 뭔지는 몰라도.

프레시안 :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 같지만, 과거 노무현 때도 보면 측근들이 노무현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죠. 대통령이 통제할 수단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러면서 망가지는 건데, 안철수 주변 사람들은 전문 지식인 그룹이라 운동권 정치인 출신인 노무현의 주변과는 다를 거라고 기대할 수도 있지만 똑같을 수도 있거든요. 이 모든 걸 다 통제하려면 안철수가 하느님이 돼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건데 힘든 일이죠. 이명박도 자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거든요. 최시중이나 형님이 그렇게까지 해먹을 거라고 생각 못했을 수 있으니.

지성 : 그런데 저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김대중이 대통령 됐을 때 된 것만으로도 진보가 있다는 느낌처럼,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만으로도 미국에 진보가 있는 것처럼, 그가 대통령이 된 것만으로도 사회적 진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그런데 박근혜가 되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제가 싫어하는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을 수 있고, 새 시대라는 느낌도 주고 여러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새누리당 집권을 막았다는 느낌만 있지 다른 만족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정권교체 했다 정도? 그런데 안철수는 달라요. 그게 바로 시대정신인 거죠.

이태권 : 안철수의 단점을 하나만 더 얘기하면, CEO 출신들의 특징이죠. 권력 기관을 잘 못 다루고 이런 건 오히려 민주정부 10년간 충분히 경험한 기술자가 있다고 보는데,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의 리더십이 될 가능성 있다는 거죠. 특히나 중소기업 CEO라서. 자기 혼자 모든 걸 다 봐야 되고, 다 결정해야 되고….

그런데 대통령은 분명히 그럴 수는 없는 자리잖아요. 국정 운영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위임을 잘해야 하는데, 기술적이고 네트워크적이고 수평적인 게 잘 안 되면서 스텝이 꼬이게 될 수 있는 개인의 특성이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레시안 :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안철수가 나오면 당선될 확률이 높나요?

이태권 : 네. (다만) 취약한 점은, 조중동이나 방송 등 언론환경을 어떻게 뛰어넘느냐, 또 그걸 넘으면 민주당과 포메이션을 어떤 형태로 하느냐가 걸린 문제죠.

프레시안 :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소속으로?

지성 : 박원순 시장 형식으로 되겠죠. 시민후보로 추대 될 것 같은데요.

프레시안 : 대선에서는 그런 방식은 정말 힘들 텐데요. 민주당이 선거운동을 법적으로 못 해주거든요.

이태권 : 민주당 조직이 필요한 건 호남 원적자들의 서울, 수도권 표를 긁어오는 게 목적이잖아요? 그런데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른 전파 효과가 분명 있다고 봐요. 그런데 안철수가 '독고다이'를 해도 되겠다고 판단할 부분은 호남 지지가 굉장히 높고 그게 수도권에 전파될 수 있다, 또 대선에서는 공중전이 중요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독고다이'해도 되지 않겠냐는 낙관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위험한 발상 같긴 해요. 창의적 포메이션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는 선거법이 워낙 복잡하니까….


ⓒSBS 제공

안철수가 말하는 미래, SF 소설 같기도 해요

프레시안 : 최근에 안철수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잖아요. 최태원 SK 회장 구명운동이 대표적인데, 새누리당도 벼르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안철수가 자기가 했던 말들에 배치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느낌을 줄 때 타격이 있지 않을까요?

하지원 : 그건 검증이 시작되면 보이지 않을까 하고요, CEO라는 게 진보적이진 않잖아요. 사장님이 뭐….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는 어떤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긴 한데, 안철수가 <힐링캠프>에서 말한 비전을 보여준다 해서 나까지 좋아질까라는 확신은 별로 없어요. 정치가 바뀌면 내 삶에도 영향이 오는 걸 이명박 정권 때 많이 느꼈고, 박근혜가 되면 지금처럼 나쁘거나 더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구체적으로 전기요금은 인상되는데 기업은 혜택을 계속 보고 그런 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까요? 그가 말하는 장밋빛 미래 같은 건 SF(공상과학소설)같은 느낌이 들어서, 뜬구름 같고…. 되면 되게 좋겠는데 내 삶에까지 내려올 것들인가는 확신이 없어요.

프레시안 : 패널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인데, 송새벽 씨는 집에 내려가 보면 안철수를 어떻게 봐요?

송새벽 : 이런 거죠. '박근혜는 아니다.' 왜냐?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건 '박근혜가 누구 딸이냐' 이 말부터 던지는 거에요. 그런데, 박근혜는 아닌데, (후보) 여러 명을 놓고 얘기할 때 보면 '안철수가 나오면 찍어야겠…지?' 하면서 말끝은 흐리는, 좀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지성 : 안철수가 자산이 많다니까요. 그만큼 경쟁력이 있고. 전라도 사람들은 전략적이잖아요. 2002년에 노무현 찍어준 걸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이태권 : 그런데 정치학자든 정치평론가든 정당인이든, (안철수 현상에 대해) '정당정치가 불신을 주니까' 하는 식으로 볼 게 아니라니까요. 국민들이 굉장히 전략적 판단을 하는 거에요. 그 대상이 안철수가 된 조건들이 여러 개 있긴 했지만 정당정치 붕괴는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영미권에서도 나오는 얘기거든요. 이 정당이 생활에,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나,) 유지하느라고 사회적 비용은 겁나게 들어가는 것 같은데, 이런….

프레시안 : 정당정치 부실의 반사이익이 아니라 국민은 정당 이상의 것을 보고 있다는 건가요? 정치적 이해를 가지고 현실정치에서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가 정당인데, 그런 역할 안 하는 정당을 왜 지지하야 하나?

이태권 : 그럼요. 그런 걸 사람들은 찾고 있는 거고, 또 유권자들은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 왜 적극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되고 반사적 선택만 해야 하느냐, 그런 게 아니라는 거에요. 특히 안철수 열풍 핵심에는 20~40대 오피니언 리더들이 결합돼 있잖아요. 대선 주자 관련 책을 3권이나 낸 강준만 같은 '빠꼼이'도 그렇고요.

프레시안 : 그렇게 본다면 안철수가 민주당에 들어가는 게 효과가 별로 없을 수도 있겠네요? 민주당에 가서 얻는 이익과 무소속 출마의 이익을 계산해 봐야 한다는 거죠?

이태권 : 그러니까 단순한 반사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에 가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프레시안 : 계산해야 한다는 거죠? 무엇이 더 나은지를?

이태권 : 네. 그런데 이게 단순한 반사이익은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나쁠 수도 있죠.

지성 : 안철수가 가진 이미지가 민주당의 이미지와 겹치면서도 부분적으로 또 달라요. 좀 주제와 엇나가는 얘기인 것 같긴 한데요. 우리나라가 점점 양당제로 가고 있긴 한데, 당이 여러 개가 돼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도 도입하고요. 두 당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대표하지 못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통합진보당에 애정을 좀 가져볼까 했었거든요. 이정희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이번 사태 보고 완전히 '허걱'했어요. 내가 참 몰랐구나, 싶더라고요. 나름대로 많이 알아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어쨌든 당이 좀 많아져야 해요.

이태권 :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당들이 너무 후져요. 정당정치가 몰락했다고 하는 서구를 보면 그래도 저력이 있거든요. 어릴 때부터 교육도 시켜서 훌륭한 정치인도 만들고요. 우리나라는 보면 진보건, 보수건 하나 같이 다 후져요. 국민들이 계속 그 사람들만을 선택지로 가져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사회 모든 부문들이 다 경쟁해야 하는데 왜 얘들(정치인들)만 이 모양이지? (웃음)

지성 : 지금 태권 씨 얘기에 동의하지만 근데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얼마 안 됐잖아요. 어쨌거나 1987년 이후부터니까요.

이태권 : 그래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고, 젊은이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에서 의외의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는데 대한체육회는 여전히 후진국이거든요. 마찬가지죠. 국민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한류도 일으키고, 글로벌 시티즌으로서의 소양도 충분히 갖추고 그러는데 왜 우리 정치만 항상 이 모양이냐. 이게 똑같이 투영되는 거죠.

지성 : 그러니까 시스템이 바뀌어야죠. 사람만 바뀌어서 안 된다는 걸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봤잖아요. 이제 우리는 시스템을 바꿔야하는 상황이 온 거예요. 그런데 국민은 투표 외에는 바꿀 수 있는 게 없고, 그 마음이 안철수한테 가는 거죠.

이태권 : 그래서 정치평론가들이 안일하다는 거예요. 안철수 표가 강도가 약하다고 하는데, 저는 안철수 지지층의 중핵이 오히려 다른 후보들보다 더 크다고 생각해요. 중핵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 할 뿐이죠. 안철수 중핵의 강도는 시스템적인 불만 같은 데서 비롯된 거죠.

프레시안 : 그렇다면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고, 안철수와 단일화가 진행된다면 거의 99.9% 안철수가 이긴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태권 : 아니죠. 사실 '조중동'이나 방송의 위력을 우리가 봤잖아요. 그러니까 모르는 일이에요.

송새벽 : 안철수는 그런 흠집내기에 별로 영향 받지 않을 것 같아요.

임재범 : 영향을 받긴 받겠지만 크게 받지는 않겠죠.

지성 : 박근혜 지지층의 충성도처럼 안철수의 충성도도 생각보다 굉장히 강해요.

임재범 : 맞아요. 거품은 아니죠.

박근혜가 싫은 게 아니라 안철수가 그냥 좋은 거예요

지성 : 박근혜가 싫어서 안철수를 뽑는 게 아니라 안철수가 그냥 좋은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한나라당은 싫어, 그런데 민주당도 못 마땅해. 안철수가 서울시장 선거 때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기사 떴을 때, 한 3~4번을 반복해서 읽었어요. 너무나 신선하고 메시아적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사실 그런 거 싫어하는데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이태권 : 사실 사람들이 안철수를 기다려준 거거든요. 안철수 지지가 갑자기 오른 게 아니에요. 안철수 책만 해도 별로 홍보도 안 했잖아요. 그런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책을 샀죠. 이 사람들은 안철수가 안 나온다고 하니까 대놓고 말은 못 하고 기다려 온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이른바 대기수요랄까요?

프레시안 : 그들이 아직도 지치지 않았나요?


하지원 : 그런 사람들은 조중동의 영향도 별로 안 받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안철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명박과 안철수가 뭐가 다르죠? 비슷한 것들도 많잖아요.


지성 : 안철수는 보증보험을 끊어 본 사람이고, 이명박이나 문국현은 그냥 CEO고. 큰 차이예요, 엄청 큰 차이. 그 얘기를 듣고 저는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이태권 : 이 사람이 사실 스펙은 좋은데 곱게 자란 사람만은 아니에요.


지성 : <힐링캠프>에서 안철수연구소 시절 자기가 계산기 맞춰보는데 숫자가 안 맞아서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는데 그 순간 내 친구들은 대학 교수하고 뭐 그러는데 나만 이러고 있구나 생각했다는 얘기 있잖아요. 그 후에 3일을 가라앉아 있다가 생각한 것이 남하고 비교하지 말자는 거였다고. 그 얘기가 너무 와 닿았어요.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 남하고 비교하지 않는 거라고 어느 책에서도 그랬는데, 너무 잘난 사람인데 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니까.

이태권 : 기자들은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서 아무래도 대중들이 느끼는 정서를 잘 모르는 거예요. 'I may be wrong(내가 틀릴 수도 있다)'이라든지, 계산기 두드린 거에 대해 대중들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요. 그리고 그 자체로 안철수가 이명박, 박근혜 뿐 아니라 모든 정치인과 대척점에 있다고 받아들이는 거예요.

지성 : 그렇죠. 저도 영업직이라 숫자 하나 안 맞는 게 엄청 스트레스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도 그런 스트레스가 있었구나, 그걸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감동적이었어요.

이태권 : 몇 가지 대목들이 있어요. 나오자마자 10대 어록 나왔잖아요. 그런 디테일이 기존 정치인의 스토리텔링하고 달라요. 정주영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고 뭐 그런 거 많잖아요. 근데 결국 다 '나 잘났어' 거든요. 나는 불굴의 사람이야, 뭐 그런 식? 그런데 이 사람은 결이 달라요.

프레시안 : 개인적으로 안철수의 <힐링캠프>를 보고 나서 화법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게 됐었어요. 기존 정치인의 화법과 확실히 다르거든요. 뭐랄까,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흔드는 화법인 것 같아요. 보육 문제를 얘기하면서도 자기가 왜 아이를 한 명밖에 못 낳았는지 말하잖아요.

임재범 : 결이 달라요, 결이.

프레시안 : 여러분, 단점을 얘기해주세요! 단점!

지성 : 자기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까. 그게 큰 단점이죠.

프레시안 : 제가 꼽은 단점 중 제일 큰 건 안철수가 꼭 대통령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지성 : 모든 정치인은 자기가 꼭 해야 한다고 하는데, 안철수는 사실 완전히 달라요.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솔직해요. 그런데 과연 나를 원하는가? 스파이더맨 생각나요, 내가 힘을 가졌으니까 책임감을 가지는. 이 사람은 진정성이 보여요.


프레시안 : 일부 비평가들은 안철수가 이러다가 안 나오면 야권 지지자의 실망이 커져서 박근혜만 좋은 것 아니냐고 걱정하거든요.


이태권 : 전적으로 동의해요. 저는 안철수가 안 나오면 이번 대선구도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건 동의하는데요. 국민들은 그런데 다르게 느낄 걸요. 다른 후보들이 안 나오면 자기 이해관계 따져서 안 나오는 건데 이 사람은 안 나오더라도 그런 이유는 아닐 거라는 신뢰가 이미 형성돼 있다고 봐요.


프레시안 : 남들이 원하면 나와 주겠다는 마인드가 순수해 보일지는 몰라도, 정치부 기자로는 그런 대목이 싫거든요. 본인이 정치 구상을 먼저 밝히고 선택을 요구해야지.


지성 : 이런 얘기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말하자면요. 정치부 기자여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일동 웃음)


이태권 : 아까부터 계속 나오는 얘긴데, 일반인들은 이른바 '업계'로부터 이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예요.


지성 : 기존 화법, 정치평론가들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거죠. 왜 정치 선언 안 하냐? 이미 한 거예요. <힐링캠프> 나오고 책 낸 것 자체로, 이 사람은 이미 출마선언을 거의 90%까지는 한 거예요. 나는 이런 생각하는데 동의하냐고 묻고 있는 거죠. 책도 엄청 팔리잖아요. 제가 되게 빨리 샀는데 12쇄예요.


송새벽 : 나는 17쇄. (웃음)

프레시안 : 단점까지는 아니어도 여러 가지 얘기들은 나오잖아요. 최태원 구명 운동도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도 나오고요. 과거 행적들에 대해서 반성했다고는 하는데?


안철수 지지율, 거품이 아니다

지성 :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대처하잖아요. 그때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다고. 그 대응 보면서 정치적 감각도 있구나….


프레시안 : 사과는 했더라도, 그 전에 행동은요? 그것도 별로 영향이 없어요?


지성 : 저는 별로요. 그 사람 인생을 아니까요.


이태권 : 저는 벤처업계에 있어서 옛날부터 브이소사이어티를 알았는데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런 건 있을 것 같아요. 재벌개혁을 하더라도, 가서 그 사람들을 때려죽일 순 없는 거잖아요. 오히려 (안철수가) 쟤들이랑 최소한의 네트워크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는. 재벌개혁이 사실 옛날 동학농민운동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또 사람들은 새누리당이 얘기하니까 잘 안 믿는 것도 있죠. 안철수 지지율이 만약 거품이었으면, 이런 거 한 방으로도 훅 가야하는데 그렇지는 않잖아요?


임재범 : 저는 (지난주가 휴가여서) 일주일 동안 뉴스를 잘 못 봤는데, 그래도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언뜻언뜻 보면서도 그게 그렇게 큰일인가? 누가 긁으려고 들어서 굳이 문제를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까? 별로 안 된다 싶어요.


프레시안 : 왜 문제가 안 돼요?


임재범 :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더구나 옛날에. 그것도 10년 전 일이잖아요.


이태권 : 얘기가 잘 먹혀서 (브이소사이어티가) 황태자 클럽이다, 맨날 같이 룸살롱에 다닌다, 그러면 몰라도 그런 얘기도 안 나오잖아요.


임재범 : 룸살롱에서 어울렸다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고, 룸살롱에서 뭘 했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지성 : 룸살롱은 오히려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면 거리감이 있는데? (일동 폭소) 저 사람도 인간이구나… 더 오히려, 뭘 해도 이쁜?


프레시안 : 오 마이 갓!


이태권 : 성공하는 네거티브의 요소들이 있거든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뭐 그런? 그런데 이건 완전히 실패작이에요.


프레시안 : 성공한 네거티브의 대표적 사례는 최근에 1억 피부과?


이태권 : 그니까 이상한 황태자 클럽을 만들 수는 있는데, 그런데 그것도 안 되는 게 브이소사이어티 실무 했던 사람이 IBK 행장인가, 사장인가 그래요. 새누리당한테는 지네 편인 거야. 새누리당에 팁을 주자면, 네거티브를 하려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걸 해야죠.


프레시안 : 아까 지성 씨가 인간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을 나눠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안철수 현상에는 단점이 있어요?


지성 :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죠. 시스템적인 기반, 정치적 기반이 있는가? 김대중도 노무현도 그건 있었는데 안철수는 없다. 소위 말하는 '쉐도우 캐비닛'도 없고요.


임재범 : 큰 단점이죠. 사람이 없다 보면 불나비들도 모여들 수 있고요. 그런데 <힐링캠프>에서 우유부단하다는 질문에 안철수가 '우유부단한 CEO는 없다'고 했잖아요. 그거 좀 설득력 없지 않았어요?


지성, 송새벽 : 어휴. 설득력 있죠.


이태권 : 실패한 기업의 CEO일지라도, 아무리 우유부단해도 결단을 해야 하는 건 있긴 있어요. 결단으로 몰고 가는 거죠. 매력적인 말은 아니었는데 말은 되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안철수의 장점, 단점 그 자체 보다는 업계 사람들이, 진보건 보수건 이 사태를 조금 잘못 보고 있다는 거죠. 안철수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만큼은 일반, 즉 기층과 업계의 간극이 너무 크다. 평소 정치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안철수 <힐링캠프> 내용을 자기 트위터에 올리더라고요. 그런 걸 염두에 두셔야 해요.


프레시안 : 자, 안철수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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