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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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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재조명한다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③

위대한 촛불 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들의 적폐 청산,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자못 컸다. 무엇보다 중산층, 서민들은 새 정부가 다른 건 몰라도 집값 하나만은 확실히 잡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에 집 사기를 미루고 관망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지금 극심한 실망과 배신감에 빠져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1년 동안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부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1억 원 이상의 불로소득을 올린 반면 집 없는 사람들이 집 한칸 마련하는 것은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꿈이다. 서민들에게 1억이란 돈은 평생 노력해도 벌기 어려운 거금인데, 서울 강남에는 1년 동안 이마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수억 원을 번 사람들이 즐비하다.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다수 책임자들이 그 반열에 올라 있어서 불필요한 의심까지 받고 있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한 청와대, 정부가 며칠 전 9.13 대책을 발표했는데, 거기에 비로소 보유세 강화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7차례 부동산 대책에는 다른 모든 정책 요소가 백화점 쇼윈도우처럼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었지만 오직 한 가지 꼭 있어야 할 상품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보유세였다. 종부세 트라우마 때문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보유세 하나만은 결단코 하지 않을 듯한 태세로 일관해온 청와대도 드디어 여론의 압박에 굴복하여 마지 못해 보유세라는 칼을 빼들었다. 종부세 최고 세율을 3.2%로 발표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참여정부 종부세 수준을 능가한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앞서 이 기획에서 남기업 소장이 표로써 잘 보여준 바와 같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3.2% 세율을 적용받는 부동산 부자들은 극소수 중의 극소수이고,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대다수 부동산 부자들은 아주 경미한 종부세 인상에 그친다. 거기에 3.2%의 맹점이 있다. 이것은 참여정부를 능가하는 강력한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볼 때 9.13 대책은 참여정부에 크게 미달이다. 총 세수에서도 그렇고, 장기 예고 세수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집값 잡겠다는 의지 면에서 그렇다. 그러니 야당에서 주장하는 "세금폭탄"이란 말은 참여정부 때도 틀린 말이었지만 이번에는 더더구나 억지 중의 억지에 불과하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기 내내 여기 저기 산불처럼 번지는 집값 급등이란 악재에 시달렸다. 전국적 지가 상승이나 주택가격 상승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으나 수도권의 소위 버블 세븐 지역에서 워낙 집값이 많이 올라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민심이 흉흉했다. 참여정부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번지수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차분한 마음으로 객관적 관점에서 재평가하자면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내세울만한 몇 가지 업적을 올렸다. 첫째, 종부세 도입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달성한 점. 이것은 거래세는 과다하고 보유세는 과소한 한국의 현실에서 보유세 강화를 요구해온 학계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큰 업적이었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종부세 세수를 매년 높여나가서 10년 뒤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린다는 것을 예고해서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썼다. 이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부동산 투기를 잡는 근본적 대책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권이 바뀌고 2008년 헌재가 종부세에 대해 가족합산을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리자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부세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종부세 과세 대상, 세율을 칼질해서 단박에 종부세 세수를 반토막내버렸다. 종부세는 원래 국세로 거두어 전국의 가난한 지역에 복지 재원으로 할당되었는데, 종부세가 형해화함으로써 가장 큰 수입 손실을 입은 지역은 대구 동구의 유승민 의원 지역구였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둘째, 참여정부는 재산세 과세 기준을 종래 평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어 조세의 공평성을 크게 높였다.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강남의 고가 아파트가 지방의 보통 아파트보다 더 적은 재산세를 낸다는 부조리가 있었다. 말하자면 전국적 재산세 과세 체계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었다. 이 문제는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되고 원성이 자자했는데, 평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꿈으로써 일거에 해결했다. 지금은 재산세 과세에서 이런 불공평은 크게 해소됐고, 다만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 비율의 지역간 차이, 종부세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에서 지역간, 주택 형태간 차이에서 오는 불공평은 아직 남아 있다.


셋째, 참여정부는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신고해서 양도세, 취득세, 등록세를 절감하던 잘못된 오랜 관행을 타파해서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바꾸었다. 지금도 공직자 청문회에서 일부 후보들이 과거 부동산거래에서 낮은 가격을 신고하여 탈세, 절세한 부분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언젠가는 청산해야 할 적폐였고, 이것을 단칼에 개혁한 것은 참여정부의 하나의 업적이라 해도 좋다.


넷째, 참여정부는 전국의 가구별 부동산 소유 현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최초로 한 정부였다.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오려면 무엇보다 먼저 정확한 소유 통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역대 정부에서는 이런 기초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여정부는 최초로 전국적 부동산 보유 현황을 발표하여 부동산 부자들이 전국에 얼마나 많은 집을 보유하는가를 밝혀냈다.


다섯째,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에 당당히 맞서 싸운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동산투기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라는 말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어록 중에서 이 말을 최고의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일은 잘 해놓고 괜스레 안 해도 될 말을 한다든가 말 실수를 해서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다. 그러나 가끔은 아주 적절하고 감동적인 말도 했는데, 불패 발언이야말로 바로 그런 말이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애용했던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마약이라고 규정하면서 멀리한 점도 훌륭했다. 국회 탄핵을 받아 석달 동안 유폐 생활을 한 뒤 정상 업무에 복귀하던 날 청와대 앞 마당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은 비록 경기가 나쁘고 국민이 살기 어렵지만 그래도 부작용이 남을 인위적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마약을 애용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해도 좋다.


그밖에도 참여정부가 잘 한 부동산정책은 많지만 중요한 것만 들어도 다섯 가지나 되고, 그 개혁성, 참신성은 다른 정권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내가 보기에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유감스럽게도 전혀 닮은 게 없는 것 같다. 참여정부 시절은 부동산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에서 전문가, 학자들의 의견을 경청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매일같이 학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는 혼자서 다 안다는 듯이 학자를 초청하지 않아 적막이 감돈다. 소통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개혁성, 과단성도 없다.

9.13대책은 보유세 강화가 너무 약해서 다시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앞으로 투기 불길이 다시 붙으면 청와대는 과연 어찌 대처하려는지. 왜 이렇게 곁가지 정책만 총동원하고 보유세 강화는 소극적인지 참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부디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펴서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을 풀어주기 바란다. 지금 서민, 중산층의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이럴려고 촛불 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사람을 수없이 보았다. 청와대는 제발 부동산 문제에 대한 개혁성, 과단성,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 1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현 상황을 놓고,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던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은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이미 조중동 등 일부 보수 언론은 '송파구에 시가 18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40세 가장',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70대 은퇴 생활자' 등의 사례를 조명하며 "세금 폭탄"이라는 노무현 정부 때 한번 써먹었던 프레임을 들이대며 반대 여론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13 대책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개발독재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부터 지속되어온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는 따져볼 수 있다.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부동산 문제는 가뜩이나 각종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래세대'를 더욱 더 착취하는 문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최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헨리조지포럼의 기획연재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을 게재한다. 이 기획은 헨리조지포럼이 기획하고 포럼 멤버들이 글을 나눠썼다. 다음은 연재 목차와 순서다.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연재 순서

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재판(再版)이라고?: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②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③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재조명한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④ 한 치도 변하지 않은 수구언론의 부동산 곡필(曲筆): 이태경 헨리 조지 포럼 사무처장
⑤ 토지 불로소득 환수하여 특권 없는 세상을!: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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