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불로소득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투기이고 투기가 응시하는 것은 불로소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환수하면 부동산 투기는 사라진다. 한 마디로 돈이 안 되는데, 전문용어로 기대수익률이 낮은데 필요하지도 않은 땅을, 살지도 않을 집을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소유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제목으로 붙인 부동산 '망국사(亡國史)’는 불로소득 환수장치 ‘해체사(解體史)’라 할 것이다.
망국사를 논하기 전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매매차익분과 지대상승분으로 나누어진다. 매매차익분은 매각 시 누리는 불로소득이고 지대상승분은 보유 시 향유하는 불로소득이다. 따라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식은 매매차익분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지대상승분에 대한 '보유세'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보유세를 강화하면 매매차익이 줄어든다. 부동산 가격이란 미래에 개인이 향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가치(귀속임대가치도 포함)를 현재시점으로 할인해서 합한 값인데, 보유세 강화가 개인이 미래의 임대가치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보유 부동산의 매각을 꺼리게 만들어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동결효과를 발생시키는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동산 불로소득은 발생 후에 양도소득세로 환수하기보다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현명한데, 이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보유세다.
이런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던 정부가 바로 참여정부다. 참여정부는 불로소득 환수의 핵심수단인 보유세를 강화했는데,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강화되도록 제도를 설계해 놓았다. 그리고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를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50%를, 3주택 이상은 60%의 세율을 적용받게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참여정부가 애써서 만든 보유세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를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크게 후퇴시켰고, 그것이 거의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는 이 망국사를 다뤄보려고 한다. 그래야 망국사의 극복 방안이 비로소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보유세 후퇴 작전
이명박 정권은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세대별 합산을 위헌으로 판결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종합부동산세를 완전히 형해화하는 입법을 강행했다. 주택뿐만 아니라, 나대지 등에 부과하는 종합합산토지, 빌딩의 부속토지와 사업용 토지에 부과하는 별도합산토지 전체에 종부세 세율을 인하하고 과세기준도 높여서 종부세 대상자를 크게 줄였으며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과세구간도 조정했고, 참여정부가 2009년에 100%가 되도록 설계한 과표적용률도 80%로 고정시켜버렸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망가트린 건 종부세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재산세까지 손을 댔다. 주택분 재산세는 세율을 인하함과 동시에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과세구간도 조정했다. 참여정부가 주택의 경우엔 2017년, 토지와 건물의 경우에는 2015년이면 100%가 되도록 제도화 해놓은 과표적용률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이상한 명칭을 붙여가며 주택은 60%, 토지와 건물은 70%로 고정시켜버렸다. 그리고 재산세의 부가세(surtax)인 도시계획세의 단일세율을 0.15%에서 0.14%로, 또 다른 부가세인 공동시설세는 표준세율 0.05~0.13%를 0.04~0.12%로 인하했다. 말 그대로 존재하는 보유세는 모두 후퇴시킨 것인데, 이명박 정권처럼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유세 강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필친 정부는 전무후무하다.
얼마나 후퇴시켰을까?
세율, 과세구간, 과표적용률 등의 용어를 써가며 설명하면 피부에 안 와 닿을 수 있어 보유세 부담 세액을 직접 비교해가며 망국사의 결과를 들여다 보자. 아래에서는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안이 2018년까지 계속되었다고 가정한 보유세액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후퇴시킨 보유세액을 직접 비교해본다.
먼저 주택을 살펴보자. <표 1>에서 보듯이 참여정부 보유세 개정안이 2018년까지 지속되었다면 시가 15억 원의 주택의 경우엔 799만 원의 보유세를 부담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후퇴안은 213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시가 15억 원의 같은 주택이라도 참여정부 개정안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3.8배를 더 부담한다는 것이다. 시가 20억 원, 25억 원, 30억 원 주택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3~4배 더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만약 참여정부 개정안이 유지되어 시가 15억 원의 주택엔 799만 원, 20억 원의 주택엔 1324만 원, 25억의 주택엔 1849만 원, 30억원의 주택에게 2100만 원을 부담시켰다면 지금과 같은 투기가 일어났을까? 단정하기 어렵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표 1>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재산세도 크게 후퇴했다. 100%였을 과표적용률을 60%로 고정시키고 세율을 인하한 까닭이다.
상가 빌딩의 부속토지와 사업용 토지인 별도합산토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은 별도합산토지의 종부세 과세기준을 40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올렸기 때문에 공시지가의 시가반영률이 50%이므로 시가 160억 원이 되어야 비로서 종부세 대상자가 된다. 아래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억 원의 토지는 참여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1.7배, 400억 원은 1.6배, 600억 원도 1.6배의 세부담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별도합산토지의 거의 대부분은 재벌 및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별도합산토지의 보유세를 인하한 것은 결국 이들에게 더 많은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줬다는 뜻이 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후퇴시킨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보유세 뿐만 아니라 실현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인 양도소득세도 후퇴시켰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2주택 50%, 3주택 이상 60%)를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임기 내내 유예시켜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비과세 주택의 기준이 되는 1세대 1주택 고가주택의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했고, 즉 6억 원까지 비과세대상이 되던 것을 9억 원까지 올렸고, 비수도권 광역시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50%를 제외하는 저가주택 가액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조정했으며, 즉, 더 많은 주택을 중과에서 제외시켰으며, 10년 이상 보유한 비사업용토지가 수용되면 양도소득세가 중과(60%)되던 것을 폐지해버렸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권은 발생한 불로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안겨 준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박근혜 정부는 2014년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가 아니라 아예 폐지해버리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이렇게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및 차단 장치인 보유세와,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 모두를 후퇴시켜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더 많이 발생하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에 관심을 둘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놓았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권의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년 7월 취임하자마자 50~60%였던 LTV를 70%로 높이고, DTI도 60%(이전엔 서울 50%, 인천-경기 60%)로 완화해버렸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빚내서 집 사라'라고 국민들을 부추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인 한 이명박 정권도 차마 하지 못한 LTV·DTI완화를 박근혜 정권은 저지른 것이다. 그뿐 아니라 최경환 장관은 재건축 가능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시키고 재건축시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완화해서 재건축을 대폭 용이하게 만들었고, 주택청약제도 역시 유주택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했으며, 전매제한 기간도 2~8년에서 1~6년으로 단축시켰다. 한마디로 말해서 부동산 투기의 세제적·금융적 조건을 모두 완비해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망국사' 극복 의지가 있는 것일까?
이렇듯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동산 망국사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 장치를 전방위적으로 해체 한 역사다. 혹자는 이것이 무슨 망국사냐고 하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확대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하위계층의 더 많은 소득이 상위계층으로 이동했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서 소득분배가 악화되었다는 것이고,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국민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 과정이 망국사가 아니면 대체 뭐가 망국사란 말인가.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당연히 이 망국사를 바로잡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참여정부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도 지금의 투기는 상당부분 해결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8번의 대책에서 그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참여정부를 계승하겠다고 하는 정부가 참여정부의 빛나는 성과인 불로소득 환수 장치의 복원을 꺼려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문재인 정부 1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현 상황을 놓고,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던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은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이미 조중동 등 일부 보수 언론은 '송파구에 시가 18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40세 가장',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70대 은퇴 생활자' 등의 사례를 조명하며 "세금 폭탄"이라는 노무현 정부 때 한번 써먹었던 프레임을 들이대며 반대 여론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13 대책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개발독재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부터 지속되어온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는 따져볼 수 있다.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부동산 문제는 가뜩이나 각종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래세대'를 더욱 더 착취하는 문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최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헨리조지포럼의 기획연재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을 게재한다. 이 기획은 헨리조지포럼이 기획하고 포럼 멤버들이 글을 나눠썼다. 다음은 연재 목차와 순서다.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연재 순서
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재판(再版)이라고?: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②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③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재조명한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④ 한 치도 변하지 않은 수구언론의 부동산 곡필(曲筆): 이태경 헨리 조지 포럼 사무처장
⑤ 토지 불로소득 환수하여 특권 없는 세상을!: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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