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은 정부가 준비 중인 사회서비스원 관련, 보육과 요양(시설/재가), 장애활동지원, 사회복지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 요구를 반영해서 설립·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복지시설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사회서비스의 질 높은 일자리 확충 등을 목표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이다.
이러한 사회서비스원 관련해서 공동사업단은 전문가들의 견해나 사용자 단체들의 개입보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요구가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취지의 일환으로 <프레시안>은 사회서비스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현실과 입장을 담은 글을 릴레이로 싣고자 한다. △사회서비스 현장 노동자의 현실과 그들이 원하는 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원의 제대로 된 설립이 중요한 이유, △사회서비원의 향후 지향점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을 예정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 곁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 장애인은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에 등록되고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장애인이 바우처라는 전자결제 카드를 통해 연결되고, 서비스가 제공된다. 장애인에게 개별로 활동지원시간이 부여되고 장애인활동지원사는 그 시간만큼 일하고 장애인은 바우처 카드로 결제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에게 부여된 시간에 따라 근무시간이 천차만별이며, 노동 강도도 장애유형, 등급, 장애인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르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은 정부가 결정하는 장애인활동지원수가에 의해 결정된다. 수가 중 25%는 중개기관의 수수료로 공제된다. 즉 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 수가 결정에 따라 중개기관의 운영비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이 결정되고 결과적으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는 정부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정부는 중개기관에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을 떠맡겨 별도의 비용을 발생하게 하고, 또한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한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이직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형태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기는 어렵다. 심지어 정부가 책정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수가의 25%를 공제한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시급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서비스의 질,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처우에 대해서는 관심 없이 수가를 낮추고, 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하는 데만 매몰되어 있다. 이는 시장 접근적인 방식으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더 많은 장애인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공공서비스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장애인의 장애유형에 따라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고용이 안정되고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활임금 이상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낮은 수가를 책정함으로서 중개기관의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을 종용하고 있다. 결국 사업을 중단하는 중개기관들이 늘어나고 있고,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실직을 하게 되고, 장애인은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5년 동안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하고 있는 A씨는 "5년 동안 장애인 활동보조(활동지원)를 하면서 주휴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연차수당은커녕 연차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하며 "장애인활동지원수가를 최저임금 미만으로 정부가 결정하니까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최저임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직업인 줄 알았다"고 했다. 뒤늦게 최저임금 위반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경우 장애인활동지원 수가로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기관들은 도산하게 되고, 직장을 잃을 우려가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사회서비스공단은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물론 사회서비스공단이 공공성 강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의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였을 때 가능하다.
현재 정부는 명확한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사회서비스공단에서 노인장기요양,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의사를 비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사회서비스공단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중개기관에 의한 서비스 제공보다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실효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한 바 없지만 막연하게 현행 바우처 체계를 유지하는 형태에서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를 연계하겠다고 한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이야기 된 바가 없다.
장애인활동지원 수가가 최저임금도 안 되는 현재 상황에서 수가를 토대로 한 바우처 결제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은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방향을 정립하고자 하는 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
전제를 바꿔야 한다.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생활임금 이상을 받으며 안정적인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우선 검토한 후에 현행 수가체계와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해야 사회서비스공단의 설립 취지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로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 수가와 바우처 체계의 유지를 바탕으로 한 채 세부사항을 조정하려고만 한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인 장애유형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이고 부족한 서비스 제공,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온전히 실현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노동권, 생존권을 보장하는 노동조건의 개선을 우선으로 하여 사회서비스원을 시행해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확보, 장애인활동지원사 월급제 실시, 8시간 교대근무, 2인 근무, 팀근무 등을 검토해 적용해야 한다.
사회서비스공단은 민간이 할 수 없고 시장접근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반드시 시행되어야할 사회서비스의 원칙들을 현실화해야 한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사회서비스공단의 설치는 생색내기용일 뿐이다. 장애인과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삶에도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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