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는 비핵화 의제가 좌우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7일 "(비핵화 의제로 인해)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조심스럽고, 어렵고, 어떤 낙관적 전망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비핵화 의제가 포함된 점을 과거의 남북 정상회담과 다른 특징으로 강조하며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고 했다.
임 실장이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19일 이틀에 걸쳐 두 번의 공식적인 정상회담을 갖는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는 3가지, △ 남북관계 개선 발전 △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증진 및 촉진 △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 종식이다.
비핵화 의제가 정식 의제로 포함된 데에는 협상 당사국인 북미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모색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핵화 해법이 담긴 합의문이 도출될지는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임 실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 의제는 북미간 의제로 다뤄지고 우리가 비핵화 의제를 꺼내는데 대해 북한도 미국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비핵화가 중요한 의제가 되고,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굉장한 성과를 내야 할 기대감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이 부분(비핵화)은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수 없는 의제이고 논의해도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며 "두 정상 간에 진솔한 대화를 통해 구체적 합의할지, 그런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합의가 아니면 구두 합의로 발표할 수 있을지 저희로서는 블랭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은 양 정상 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화에 무게가 주어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실장은 다만 "북미가 새로운 평화적 관계 설정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서 북한에 진전된 대화와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거듭 "두 정상 간의 진솔한 대화를 기대한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합의가 나올 수도 있고, 공감대 확대될 수 있고, 그렇게 나온 대화가 어느 정도로 공표될 수 있을지 봐야할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이 조심스럽고 무거운 이유"라고 했다.
이어 임 실장은 "비핵화 의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에게 수석협상자 역할을 해달라고 얘기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역할에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가진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만남과 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자세히 알기 때문에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김 위원장이 가진 생각과 특사단에게 얘기한 답답함도 충분히 듣게 되면 (북미 협상을) 중재와 촉진을 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일정상 정상회담 직후에 뉴욕 유엔 총회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뉴욕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회담 이뤄질 것"이라며 "따라서 남북 두 정상이 얼마나 솔직한 얘기를 깊이 있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이 상당한 역할을 할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임 실장은 북미 사이에서 계획 중인 비핵화 중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핵무기 및 핵시설 리스트 신고와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임 실장은 "전혀 예측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고민과 생각을 잘 전달하고 솔직하게 의논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만 밝혔다.
이에 비해 임 실장은 남북관계와 관련된 의제들에 대해선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우선 남북관계 발전 의제와 관련해 임 실장은 "이미 합의된 판문점 선언 이행 상황을 남북 정상이 함께 확인하고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지속 가능한 구체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겠다"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실질적 평화정착의 여건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임 실장은 앞서 진행된 남북 군사실무회담 등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력 충돌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전쟁 위협을 해소하는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그 자체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연결됐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이러한 남북간 합의 진전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촉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된 쟁점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남북 공동 어로 구역 설치가 합의될지 여부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으며, 최근 남북 군사 실무회담에서도 기준선 문제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그간 남북 간 논의해온 긴장 해소와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군사 회담이 가능하리라 기대하지만, 일부 조항이 남았다"고 밝혀 이 문제가 정상 간 담판으로 해결될 문제라는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임 실장은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별도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임 실장은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더 늦기 전에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건 문 대통령이 계속 강조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설 면회소 설치, 수시 상봉, 전수조사를 통한 생사 확인, 화상 상봉 등 모든 종합적 방법을 통해 한 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여러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것"이라며 "합의문에 다 담지 못하더라도 이 부분은 북쪽도 적극적인 의사가 있기 때문에 좋은 소식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이밖에 임 실장은 남북 경협과 관련해 "매우 엄격한 제재를 국제사회가 취하고 있어 실행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며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진전과 연계된 것이어서 말씀 드리기 조심스러운 측면 있지만, 합의 내용 진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방북단에 포함된 배경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선 "앞선 두 번의 정상회담 때도 대기업 총수들이 여러 경제인과 함께 방북했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라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남북 경협 문제는 "지금 어떤 구체적인 의제를 얘기할 거냐고 하는 건 좀 섣부르다.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며 "경제 담당 내각부총리와 어떤 얘기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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