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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전환의 시대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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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전환의 시대에 부쳐

9월 13일 프레시안 심포지엄, 한반도 대전환의 지혜를 모색하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가장 먼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한국. 그런데 왜 이 나라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기만 하는 것일까?’

지난 2016년 12월 촛불집회에서 든 생각이다. 87년 민주항쟁에 이은 두 번째 민주혁명으로 한국정치는 거의 되돌릴 수 없는 민주화를 성취했다. 그러나 '북한의 악마화, 한미동맹의 신성화'로 요약되는 분단체제는 과연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더 중요하게는 촛불혁명이 민초들의 삶을 보다 편안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이 두 과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국내 정치의 민주화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의 성취를 기약할 수 없다. 70년에 걸친 남북의 적대, 북한의 국제적 고립, 남한의 대미 예속을 극복해야만 한다. 남북의 화해 및 공존과 자율성의 확보가 긴요하다. 요컨대 분단체제를 넘어서지 않고는 민생의 실질적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분단체제가 존속하는 한 ‘선진국 진입’이라는 한국의 꿈은 실현 불가능하다. 또한 분단체제는 모든 한반도 주민들의 미래를 제약하고 있다. 만일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그 인구는 통일 독일과 맞먹으며 GNP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필적할 것이다. 그러나 분단이 지속되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남북한 모두 진정한 사회주의, 또는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이 가부장제적 독재를 유지하는 것은 분단 때문이며 남한 우익이 일종의 내재적이고 영구적 힘을 갖는 것도 분단 덕택이다."(백낙청 <흔들리는 분단체제>의 영문판 <Division System in Crisis>의 서문>

2018년 들어 한반도의 대전환이 시작됐다. 남과 북, 미국의 정상이 남북 화해와 북미 관계정상화를 선언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 완성과 남한 촛불정권의 탄생, 그리고 미국의 기존 대외정책 노선을 거부하는 트럼프정권의 등장이 빚어낸 결과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기의 협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당장 북한과 미국 간에 비핵화 신고와 종전선언의 선후 관계를 놓고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대전환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우리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13일 프레시안 주최로 열리는 ‘남북 북미 화해 시대의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심포지엄은 그러한 지혜를 모아보기 위한 자리다.

1세션(2시-3시 30분)에서 이삼성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와 숙제'라는 발제문을 통해 "4반세기에 걸친 한미동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장을 추구하고 그것이 완성되기에 이른 오늘의 상황과 함께 2018년 봄의 한반도 대전환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협상 교착의 원인과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상세하게 논의한다.

이 교수는 우선 북한에 대한 해묵은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북한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핵무기를 가지려 한다는 본질주의적 인식론을 버리고, 북한붕괴론에 기초한 한미동맹의 대북 압박이 북한 핵무장을 초래했다는 상호작용주의적 인식을 가질 때 비로소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반도 대전환의 근본 동력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였으며 이것이 북한 자주외교의 입지를 넓혀주었다고 평가한다. 나아가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도 한반도의 두 정부가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이 교수는 싱가포르 북미선언의 근본 취지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화협정도 아닌 종전선언이 마치 북한 비핵화의 대가인 것처럼 주장하는 미국의 태도는 일방주의라면서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다 창의적이고 과감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그는 이번 협상의 향후 전망에 대해 첫째 안정적인 평화체제, 둘째 불안정한 평화체제, 셋째 미국의 군사적 압박 속의 북한 핵무장 강화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 시나리오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미 의회가 비준함으로써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핵무장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며,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의 가능성도 열려 동북아의 안정적 평화 구축도 도모할 수 있다.

둘째는 평화협정이 행정협정 차원에서 맺어지는 것으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협약이나 2015년 이란 핵협정이 이에 해당된다. 이 경우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함께 협정이 파기될 위험성이 있으며(앞의 두 협정 모두 그랬다), 북한은 위험 대비책으로 핵무기를 은폐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미국이 평화협정 등 상응하는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만을 계속 요구할 때 북한은 핵무장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협상 실패의 책임을 북한이 아닌 미국에게 묻는 한편 유엔 대북 제재 이행에 저항할 국제적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한편 2세션(4시 10분-5시 40분)에서는 '남북연합과 동아시아공동체'를 주제로 최원식 교수가 발제한다. 2세션의 문제 의식은 19세기 후반 이후 약 150년간 유럽, 일본, 미국 등 외부세력에 의해 타율적으로 규정돼온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이제는 동아시아 국가 주도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북연합과 평화협정으로 구축된 한반도 평화체제가 항구적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적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다.

최 교수는 우선 동아시아 질서를 '미국의 눈'이 아닌 '동아시아인 자신의 눈'으로 볼 것을 주문한다. 나아가 한국전쟁에 따른 중국과 미국의 대립, 샌프란시스코 단독 강화에 의한 일본의 과거 청산 포기로 중국과 일본 모두 정상적 국가 발전의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한반도 평화는 이들 국가에게도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며, 따라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구성에 적극 참여 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아가 새 시대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원리로 유원능이(柔遠能邇: 머언 이를 부드러이 하며 가까운 이를 잘하게 하다)를 제시한다. 19세기 말 이후 일본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침탈은 원교근공(遠交近攻: 조선 병탄에서 중국 침략까지 가까운 이웃나라를 공격하고 먼 서구와 제휴)에서 근교원공(近交遠攻: 한반도와 만주를 자기 영역으로 삼은 다음 태평양전쟁으로 서구와 전쟁을 벌임. 실상은 동남아 등을 식민지화 하려 했다는 점에서 近攻遠攻이라고 해야)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멀고 가까움을 떠나 모두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원교근교(遠交近交)의 시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커밍스는 "한반도는 전후 세계체제의 중심적 지역 중의 하나로, 세계정치가 형성되고 지속되며 재구축되는 구조의 핵심적 축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전략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지구 전체를 가르는 분단선이 바로 한반도를 관통하기 때문"인데, 바로 그런 이유로 "한반도를 변화시키고 이를 다시 하나로 만드는 것은 세계체제의 전환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의 달성은 한반도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전쟁으로 점철된 현재의 세계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13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프레시안 창간 17주년 심포지엄 프로그램의 시간 순서가 바뀌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당초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기조 강연이 오후 2시~2시 30분까지 진행되고, 이후 제1 세션이 진행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제 1세션과 정 전 장관의 강연 시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오후 2시~3시 30분까지 제 1세션이 진행된 후 제 2세션에 앞서 정 전 장관의 기조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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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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