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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시민의 평균…친구같은 서울시장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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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내가 서울시민의 평균…친구같은 서울시장 되고 싶다"

[고성국의 정치in]<18>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11월 29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했다. '사람 사는 서울, 2010년 서울에서부터 정권교체 합시다.' 노대표의 출마 선언문 제목이다. 출마선언 다음 날인 11월 30일 늦은 오후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노회찬 대표와 마주 앉았다.

"서울 시장 출마 선언문을 봤다. 진보시장론을 주장했던데?"
"그렇다. 이번 선거는 지난 민선 15년을 정리하는 선거다. 그동안 민주당이 두 번, 한나라당이 두 번 서울시장을 역임했지만 다들 대권 도전의 디딤돌로만 활용했다. 민선 15년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 서울에도 진보 시장이 나올 때가 됐다. 그동안 CEO 출신, 법조인 출신, 학자 출신, 행정가 출신이 서울시장을 역임했지만 이제는 서민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진보적인 인물이 서울시장을 맡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네 명을 한꺼번에 정리하겠다는 것 같다."
"그렇다."

▲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프레시안 최형락

"슬로건은 뭔가?"
"'사람 사는 서울'이다. 지금까지 서울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는 사람이 서울의 주인이 돼야 한다. 서울 시민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시장답게 일하는 시장,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망가져가는 서민들의 생활을 그나마 보완해낼 수 있는 그런 정책을 펴는 시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사람 사는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72년에 고등학교 가느라고 서울에 올라왔다. 그 때는 광화문에 넝마주이가 있었다. 지금 그런 사람들은 다 없어졌다. 그러나 그 때 없었던 노숙자들이 30여년이 지난 지금 여기저기 있다. 서울역에는 아마 오늘 밤에도 노숙자들이 대합실 안에는 못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가 마련한 시설이 있지만 수용 인원이 부족하다. 서울역 옆에 주차 타워가 있는데, 거기 자동차 사이사이에 끼어 자고 있다. 주차(駐車)하는 곳에 주인(駐人)하고 있다. 합법적 주차 사이에 불법 주인으로 사람을 눕히고 재우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서울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더 안전한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통계 중에 서울시에서 5세 미만의 아동이 사망하는 비율이 있다. 강북과 강남의 차이가 크다. 강북지역의 아동사망률을 강남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밖에 많이 나오는 생활환경 문제, 도로교통 시스템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감동 주는 시장, 친구같은 시장, 하나도 겁 안나는 시장"

"노회찬의 강점은 뭔가?"
"선거에서 한번 밖에 안 떨어졌다는 것이 강점이다.(웃음)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해관계도 떨쳐버리고, 서민을 대변하고 서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 저는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다. 어디에도 발목 잡혀있지 않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체온을 정치에 접목시킬까 하는 생각밖에 없다."
"어떤 시장이 되고 싶은가?"
"역대 시장 중에 제일 좋은 시장이 될 생각은 없다. 다만, '아 시장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 지금까지 시장은 지위가 높은 행정가였다. 그래서 어떤 시장도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마을 이장들 중에 그런 분들이 있다. 감동을 주는 이장, 친구 같은 이장, 하나도 겁 안 나는 이장. 서울시장은 큰 이장이다. 그동안의 시장은 불도저 시장처럼 뭘 깔아뭉개는 시장, 행정의 달인 그리고 CEO 시장만 있었다. 사실 청계천 하나 정리하는데 시장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은 시장이라면 청계천 뿐 아니라 서울시 곳곳의 문제를 유능한 전문가들, 시민들 의견을 받아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청계천도 별 것 아니라는 얘긴가?"
"저는 한국도시설계학회 회원이다. 과거부터 워낙 그 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해외 유사사례도 많이 봤다. 청계천은 하나의 인공 조형물이다. 에버랜드에 있어야 할 것을 도시 한복판에 만든 것이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복원이 아니다. 물을 끌어다 흐르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공 연못 같은 것이다."
"청계천 사업을 하면서 반대하는 시민들과 4300번이나 토론을 했다던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별로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시민들이 반대했다기보다는 주변 상인들, 노점상들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생겨났고, 그런 민원을 수렴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청계천을 어떻게 좋게 만들지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조정하는데 4300번의 만남이 필요했다?"
"그렇다. 청계천 조성할 때 도시계획을 공부한 학자들과 토론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강물을 끌어다 흘려보내고 사진이나 찍게 만드는 이런 조악함은 참을 수 없다."

오세훈의 서울? "저출산 예산은 줄고…자기 치적 홍보하는데만 1100억"

"오세훈 시장을 어떻게 보나?"
"있는 대로 본다.(웃음) 오세훈 시장은 국회의원 시절에는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런데 시장이 된 이후 지난 4년은 2010년을 위해서 존재했던 4년 같다. 너무 화장하고 염색하는 데만 급급했지 않나.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급급하다 보니까, 서울 시민들의 속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문제가 많이 있었다."
"어떤 문제인가?"
"통계도 많고 자료도 많지만 간단히 말하겠다. '디자인 서울'에 3년간 900억 원을 썼다.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데 1100억 원을 썼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도 연간 2500억원씩 썼다. 그런데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 예산은 내년에 줄어들게 돼있다. 임대아파트 수선비용 같은 것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예산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은 줄이는 반면에 개당 1000만원 짜리 가로등을 서울 곳곳에 세우고 있다. 돈을 내실 있게 써야 한다. 오시장은 이명박 시장을 성공 케이스로 보고 흉내 내는 것 같다. 청계천 사업을 본떠서 각 구청에서 이상한 물길을 뚫고 있다. 광화문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협소한 광장일 것이다. 광장이라는 것은 넓을 광잔데 이건 미칠 광자 같다. 얼굴 화장하는 것에 불과한 전시 토건사업에 열중하다보니 서울 시민들의 교육, 의료 같은 생활 개선사업은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나라당도 경선을 할 것 같다. 유력 주자들이 몇 명 있다. 원희룡, 나경원, 정두언 의원에 유인촌 장관까지 거론되는데, 누가 제일 어려운 상대인 것 같나."
"글쎄, 누가 더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쉬운 상대가 오세훈 시장인 건 확실한 것 같다.(웃음)"
"오 시장이 제일 지지도가 높은데?"
"다른 후보들이 가시화되지 않아서 그렇다. 본격적으로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성적이 매겨지지 않았다. 공부 잘한다고 소문만 났을 뿐이지 실제로 시험을 치면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오세훈의 광화문 광장은 "열흘 굶은 사람 앞의 라면"

최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시효과(visual effect) 논란이 거세다. 3년 후 대선 직전에 전국에 청계천 같은 곳이 수십 군데가 생기는 것을 겁낸 야당이 그걸 막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원천봉쇄하려고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고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되고 환경이 파괴될 것이 분명하나 그것이 체감되는데 는 시간이 걸리니 이번에는 국민들이 청계천 같은 전시효과에 넘어가지 않도록 원천봉쇄를 해야겠다는 것이 야당의 생각이다. 그런 중에 광화문 광장의 전시효과 논란도 덩달아 뜨겁다.

▲ "오세훈 시장은 투명인간같다. 속이 다 보이니까 (웃음)" ⓒ 프레시안 최형락
"조성 과정에서 수많은 비판이 있었고, 현재도 비판이 있지만 놀라운 것은 청계천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도 '섬'처럼 만들었다고 하지만, 개장 2달 만에 200만명이 다녀갔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워낙 갈 곳이 없다. 라면은 건강에 안 좋다고들 하지만 열흘 굶은 사람에게 라면은 맛있다. 청계천은 열흘 굶은 사람 앞의 라면이다. 광화문 광장도 그런 측면이 있다."
"며칠 전 드라마 '아이리스'를 찍는다고 광화문 일대를 12시간이나 통제해서 논란이 있다."
"저는 영화 애호가고 예술 애호가다. 좋은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장소를 제공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 점은 서울시가 잘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아이리스의 다른 촬영 로케이션을 오세훈 시장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랑하고 싶은 곳들을 배경으로 찍도록 '바겐'이 이뤄졌다면 문제다. 오세훈 시장은 투명인간 같다. 속이 다 보이니까.(웃음)"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광장의 시민집회는 불허하면서 아이리스에 내준 데 대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다중의 행사를 명분 없이 거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울시는 자기들 권한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와 경찰청에 위임해 버린 것 같다. 있을지도 모르는 시위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가장 폭이 넓은 도로 주변에 24시간 가까이 차벽을, 경찰 버스를 세워놓고 매연을 뿜게 하고 있는데 이렇게 경관을 해치는 행위는 서울시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런 것은 서울시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서울시는 자신의 권한을 다 내주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국가관이나 철학이 그런 곳에서 드러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선거 연합? 진보 정당과는 YES…민주당은, 글쎄"

의석수 1석의 진보신당에서 서울시장을 배출할 수 있을까? 야권연대만 잘 이뤄진다면 노회찬 대표의 대중적 인지도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노회찬 대표는 선거연합에 부정적이다. 노 대표는 이 대목에서 새삼 원칙을 강조했다. 소수당 입장에서 정치연합은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선거연합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대의명분이나 국민적 요구 등 여러 면을 살펴야 한다. 정당은 자신들의 정책 이념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고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선거 제도 하에서 선거 연합은 예외적인 일로 봐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는 결선투표가 없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를 통해 연립 정부를 세우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서울시를 공동정부로 한다? 이것은 안 맞는 것 같다. 평소에 다른 주장을 하다가 선거 때만 연합을 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한 번의 선거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그 당이 자기들의 정책 이념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물론 정책 이념이 유사한 정당들, 진보 진영 차원에서는 전면적인 선거 연합이 필요하다. 그것은 추동해 볼 생각이다."
"민주노동당과의 진보 연대는 강하게 추진하되 민주당과의 정치연합은 당의 정체성 때문에 하기 어렵다는 얘긴가?"
"민주당과의 연합은 대단히 특별한 조건에서 제한적으로만 검토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봐야 한다.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 그렇게 가면 충청권에서는 자유선진당과 같이 해야 한다. 한나라당만 아니면 다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불신을 야기하고 정당 정치의 기본을 붕괴시킬 수 있다. 사안마다 달리 봐야 한다."
"10.28 재보선에서 안산 지역의 후보단일화가 진행되다 무산됐다. 논의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했던 것인가?"
"안산은 실패한 경험이다. 민주당이 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단일화를 거부한 셈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단일화 논의에 있어서 민주당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심 같은 단일화 지형의 악재를 만들었다. 단일화에는 그런 위험이 상존해 있다. 명분과 실리를 함께 얻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원칙도 살리면서 단일화의 이점까지 살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고, 국민적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면 그것을 풀어내는 것도 정치다."

▲ "제일 좋은 상황은 단일화 하지 않고 이기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최형락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이 굉장히 험난할 것 같은데."
"그렇다. 험난한 것이 정상이다. 쉽게 되는 것이라면 당을 따로 하는 게 비정상 아니겠나. 거듭 강조하지만 민주당과 연합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가 예외적이고 특수한 상황의 결과다. 물론 그런 단일화가 필요 없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징적 지역에서는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상징적 지역이라면 서울이 0순위 아닌가?"
"제일 좋은 것은 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이기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다. 가장 나쁜 상황은 단일화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 중간 지점이 단일화를 해서 이기는 상황이다. 최악은 피해야 한다는 그런 문제의식들은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누가 후보가 될지, 과연 명분 있게 연대할 사람이 후보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 않나. 그래서 가능성만 열어놓는 것이다."

정치연합에 대한 원론적 반대에서 시작된 논의가 현실을 감안한 연합가능성으로 결론이 났다. 그만큼 지금의 정치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럼에도 원칙은 원칙이다.

"지방선거에 후보를 전부 내나?"
"정당에서 선거 때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진보신당은 내년 지방 선거에서 지방선거 고유의 역할인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대의 속에서 '진보 정치의 토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의 디딤돌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16개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내서 적극적으로 임하자는 것이 당 내부 방침이다. 심상정 전 대표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장은 용산 참사에 무한 책임 져야"

연말이 되면서 부쩍 현안이 많아졌다. 서울시와 관련된 현안 또는 밀린 숙제는 뭘까? 역시 용산 참사 문제가 될 듯싶다. 한 달 보름만 있으면 참사 1년이다. 오세훈 시장은 아직도 참사 현장을 찾아가지 않았다. 참사가 난 다음 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가 대거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오시장은 없었다. 정운찬 총리의 참사현장 방문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정운찬 총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 총리가 취임했을 때 '논에 장미를 옮겨 심은 꼴이다. 꽃이 필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가 야단을 많이 맞았다. 왜 장미에 비유하느냐면서 야단치시더라. 어떤 분은 한나라당을 논에 비유한 것을 두고 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그래서 양해를 많이 구했다.(웃음) 지금 상황이 대단히 안타깝다. 한나라당으로 간 것에 대해서도 역사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갔으니까 잘해야 하는데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타깝다."
"정 총리는 용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에게 '중앙정부가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돌아가신 분들은 시민이면서 동시에 국민이다. 그것을 지자체 차원에서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경찰특공대가 작전을 펴는 것은 청와대와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내용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어디까지 책임질 것이냐의 문제는 있지만 중앙정부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이 사망해도 총리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데 민간인끼리 싸우다 사망한 것도 아니고 공권력이 투입돼서 생긴 문제인데 유감표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중앙정부가 책임이 없다면 그 다음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서울시 아닌가?"
"서울시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에서 발생한 문제고 재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기 때문에 제도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 져야 한다. 총리도 총리지만,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오세훈 시장이 현장을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는 것은, 협상과 별개로, 시장으로서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마 서울시민들 중에 안간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기와 아무 관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 간 것 아닐까?"
"관계없다고 생각했다기보다 가는 것이 두려웠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두려울 정도면 시장을 하지 말아야지."

▲ "용산 가는 것이 두려웠다면 서울 시장 하지 말았어야 했다."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서울시장에 나가려면 세종시 입장이 있어야 할 것인데, 수도분할은 안된다고 생각하나?"
"세종시는 수도 분할이 아니다. 과천에 내려간 것이나 대전에 내려간 것은 뭐냐. 수도 분할은 반대하지만 세종시는 수도 분할이 아니다. 세종시법이 국회 통과할 때 한나라당은 찬성했지만 나는 반대했었다. 그 때 반대했는데 지금은 왜 찬성하느냐? 이 정도까지 과정을 거쳤으면 안 바꾸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다. 정권이 바뀌어서 세종시가 바뀌고 있는데 현 정부에서는 기업들이 갈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기업들은 다시 빠져나갈 것 아니냐. 부족한 것이 있다면 보완을 하면서 가는 것이 맞지 이것을 뒤집는 것은 안 된다."

그 복잡한 세종시 문제도 노대표는 이렇게 간명하게 풀어냈다.

"유인촌 장관이 예술가 출신? 예술을 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노대표는 '문화 예술 애호가'다. 첼로 연주도 아마추어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도 첼로를 하나?"
"작년에는 좀 했는데 요새는 못하고 있다."
"첼로를 켜면 마음이 편해지나?"
"마음이 불편해진다. 악기도 고쳐야 하고 손가락도 굽었고(웃음) 그냥 혼자 즐기는 수준이니까 틈틈이라도 하면 좋은데, 시간이 잘 안 난다. 한밤중에 시간이 나긴 하는데 그 시간은 첼로를 켜면 안 되는 시간이다. (웃음)"
"첼로는 언제부터 켰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했다."
"집이 잘 살았던 모양이다.(웃음)"
"잘 살았던 건 아니고 부모님 교육방식이 그랬다. 공부는 못해도 악기 하나씩은 다뤄야 한다고."
"첼로 계속하기 바란다."
"그런데 요새는 자꾸 색소폰에 눈이 간다. 하려면 사고를 쳐야 한다. 눈 딱 감고 악기부터 사야 한다. 색소폰 해서 폐활량도 늘리고 동네 어르신들 앞에서 트로트도 멋지게 불어 드리고 싶다."
"색소폰 부는 시장 모습도 보고 싶다.(웃음) 정치인들이 문화 예술을 취미로 즐기고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보기가 좋더라."
"그런 게 많아져야 한다. 정치인들한테만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예술을 즐기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면 국민들에게도 전파가 되지 않을까? 악기가 아니어도 좋다. 그림을 그려도 좋고 문화가 넘쳐흐르는 사회가 돼야 한다. 헝가리 국민들이 생활수준은 우리보다 낮지만 오페라를 많이 접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과연 어느 쪽 삶의 질이 더 높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 "첼로 말고 이제는 섹소폰을 배워보고 싶다. 동네 어르신들 앞에서 트롯트도 연주하고…" ⓒ프레시안 최형락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서 러시아를 언급한 적이 있다. 기업인 시절 러시아에 갔는데, 당시 러시아의 경제 사정이 매우 열악했지만 사람들이 음악회에 가는 걸 보고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적 역량과 교양 수준이 높아 경제도 곧 회복되겠구나'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민들이 모스크바 국립 발레단의 공연을 발레 전용 극장에서 그야말로 싼 가격으로 1년 내내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문학과 예술을 시장으로부터 차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당장 그런 인식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러시아 발레 같은 것을 영리를 추구하는 업자들에게 맡겨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만들어버리면 20, 30만원을 줘야 볼 수 있게 된다. 모스크바 국립 발레단은 우리나라에 오면 상품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생활이다. 유인촌 장관이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국립오페라 합창단을 해체 시키고 다 잘랐다. 그래서 항의하기 위해 만났다. 그랬더니 그때그때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쓰겠다고 하더라."
"유 장관도 예술가 출신 아닌가?"
"예술을 했다는 소문은 들었다.(웃음) 사실 이 정부뿐이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도 '문학예술 단체들도 독립채산제로 하라. 알아서 돈 벌어서 운영하라'고 하니까,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는 줄어들고 돈 버는데 도움이 되는 것만 하게 됐다."

"37년만에 전세 마련…내가 평균 서울시민"

"서울에 살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다니면서부터인가?"
"그렇다. 잠깐 인천에서 살았던 걸 빼고 꼬박 37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그동안 서울 안에서만 이사를 15번 했다. 서울 곳곳을 다녔다."
"서울 시민들 모두 1, 2년에 한두번씩 이사 다니면서 조금씩 늘리다 자기 집 장만해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아마 내가 평균일거다. 10대 중반에 서울에 올라와서 50대 초반이 됐는데, 15번 이사에 아직 전세를 살고 있다. 이런 삶이 서울 사람들의 평균이 아닐까."
"아직 집 장만을 못했나?"
"전세는 마련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도 얼마 전에 '월세에서 전세로 옮겼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김성식 의원 표도 나한테 와야 한다.(웃음)"

▲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인터뷰 내내 웃었고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웃었다. 진보의 생활정치도 이렇게 유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자 여러분도 잠시나마 '유쾌한 열정'을 느끼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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