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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회'는 선거구제를 돌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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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회'는 선거구제를 돌파할 수 있을까?

[이충렬 칼럼] 올해는 정치개혁의 골든 타임

1. 국회의 시간이 흘러간다

지난 7월 17일 제헌절 기념사에서 새로 취임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년간이 청와대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 왔다고 선언했다.

국회는 3권분립을 규정한 민주공화정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자 입법과 예산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곳이다. 따라서 그 어떤 정치적 대변혁도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수렴되지 않으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셈이 된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상 최초의 헌정사적 사변과 1700여만명의 시민이 일구어낸 ‘명예로운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지도 1년이 넘었다.

국가대개조와 정치권의 변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는 팽배하지만, 국회에서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식자층이나 국민여론에서 국회에 대한 회의론도 자주 들린다.

국회선진화법이 이 모든 교착상태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느 한 당이라도 반대하면 의사일정을 확정할 수가 없고, 180석이상이 합의하지 않으면 의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 못지않게 주요 정당간에 국정운영이나 정책에 대한 관점의 첨예한 차이가 더 근본적인 이유로 지적된다. 정권주도권을 둘러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시국관의 차이가 너무도 거리가 멀다.

2. 올해는 정치개혁의 골든 타임

정치권의 모든 관심은 2년 뒤 총선에 모아져 있다. 현재의 모든 행동과 선택에는 총선에서의 유불리 계산이 가로놓여 있다는 말이다.

남북관계, 경제살리기, 내정 개혁 등 국가적 어젠다는 무척이나 많지만, 그 중에서도 국회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어젠다는 정치개혁이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다음 총선에서 새로운 정치판을 짜고 싶어한다. 그러기위해 정치개혁의 핵심인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열망이 뜨거운 것이다. 과연 이번 국회는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정치개혁’을 해 낼 수 있을까?

올 상반기에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하여 5월 중 국회에서 의결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 개헌안에 대한 투표는 엉뚱한 문제로 무산되었다. ‘국민투표법’에 재외국민의 투표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조항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 발의개헌안을 표결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국회의 직무유기라 볼 수 있다. 이런 해프닝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음 총선까지 선거구제를 비롯한 정치룰을 바꾸려면 가능하면 올해 안에 각 정치세력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총선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년 4월까지가 데드라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선거구제를 바꾼다면 올해 안에 합의가 나와도 실무적 준비시간이 빠듯하다.

3. 초월회는 국회지도부의 핫라인

9월 5일 국회의장과 5당 대표들간의 오찬에서 정기 모임이 결성되었다고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매월 정기적 모임을 갖고 정치현안에 대한 소통의 창구로 합의했다고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보고자 이름조차 ‘초월회’로 지었다는 것이다.

국회 지도부끼리 핫라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남한과 북한사이에서도 설치된 핫라인이 국회 정당대표들끼리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정치권에서 의사소통의 구조가 쉽지않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원래 국회의 주인공은 원내대표들이다. 이때까지 국회의장의 주 파트너는 각 당의 원내대표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의장을 좌장으로 하는 각 당 대표들의 논의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초월회의 출현은 현재의 정치권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정치권에 포진한 6인의 지도자들이 노무현정부를 고리로 인연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 정치도 인간이 하는 것이라 인간적 관계가 적지않은 역할을 하는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민주화운동에서의 연륜이나 업무관계에서 선배였다는 점도 여야의 당 대표들이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모이는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초월회가 정치개혁의 물꼬를 터는데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이다.

4. 손학규·정동영·이정미 대표의 간절함과 절박감

선거구제 개편은 사안의 성격상 혁명적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3당, 4당, 5당은 좁게는 자당의 명운을 걸고, 넓게는 한국정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민심그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자신의 정치인생을 정치혁명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이고, 정동영 대표 또한 절실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진보세력의 염원을 대변하여 ‘이번에는 반드시’를 외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대통령이 ‘비례성을 강화한 선거제도의 개편’에 강력한 지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득권의 정점에 위치한 대통령은 대체로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변경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선거구제 개편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보다 국회 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1당이자 집권당인 민주당은 선거구제 개편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 역시 선거구제 개편에 찬성하면서 결국 개헌과 연동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문제는 소선거구제 최대의 수혜자인 자유한국당의 태도일 것이다.

5.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선택은?

자유한국당이 김병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받아들인 것은 촛불혁명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의 가장 극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때까지 진보세력은 스스로 소수세력으로 생각하고, 보수세력에 구애한 적이 많았다.

김대중 정부때 김중권 비서실장이 그러했고, 노무현 정부 때 고건 총리가 있었고, 문재인 당대표 시절에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를 영입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수본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이 노무현정부의 정책실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그만큼 보수가 환골탈태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김종인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 전권을 휘둘렀다. 친문핵심들도 가차없이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그 결과 더불어 민주당은 총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제1당이 되었다.

김병준의 선택은 무엇일까? 총선은 아직 멀다. 아마 그의 임기는 올해말이나 내년초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보수혁신의 눈높이를 어디까지 맞출까? 정치개혁의 화두를 잡을 것인가? 이미 정치에 입문한 이상 자신의 브랜드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요즘 한반도에는 톱-다운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실무진 끼리의 지루하고 거친 설전을 생략하고 최고지도자가 직접 결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남한(문재인 대통령), 북한(김정은 대통령), 미국(트럼트 대통령) 사이에 새로운 유형의 협상방식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은 하루 전에 결정되어 성사된 유례없는 정상회담이었다. 의전과 통념을 뛰어넘은 정상회담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위시한 국회의 지도자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과감한 정치혁명의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 정치도 살고 지도자도 사는 윈윈이 될 것이다. 민심을 따르면 살고, 민심을 거슬르면 당장 사는 것같아도 결국 도태되고 만다. 초월회의 출범을 계기로 국회의 새로운 이니시어티브를 보고 싶다. 초월회의 (당리당략의) 초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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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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