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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北 화끈한 비핵화, 美 과감한 수교가 필요하다"

북한-미국, '비핵화 시간표' 맞추려면 과감해져야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제안을 내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시간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2021년 1월)로 못을 박은 만큼, 북한은 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비핵화 조치를 서두르고, 미국 역시 비핵화 중간 단계에 북미 수교를 맺는 주고받기도 고려해봄직하다는 것이다.

"북한, 2년반 내 비핵화 하려면 선반출도 고려해야"


문 교수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실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새로운 북미관계' 설정을 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자는 생각인 반면, 미국은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를 동시에 추동하자는 시각"이라고 큰 틀에서 진단했다. 북미가 싱가포르 회담에서 '총론'에 합의했지만 이후 협상 과정에서 '각론'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이다.

비핵화는 '동결→신고→사찰→검증→폐기' 단계를 거친다. 문 교수는 "이런 과정이 다 돼야 미국이 요구하는 '불가역적' 폐기가 된다"면서 "북한은 이 단계마다 보상을 달라는 '행동 대 행동', 동시교환적 입장이고, 미국은 북한이 먼저 선제적으로 폐기를 하면 보상을 하겠다는 '올-인-원(all-in-one)', 일괄타결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화끈하게" 나오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짧은 시간 내, 2년 반이라는 시간 내에 비핵화를 한다고 하면, '프런트 로딩(fronf-loading. 선(先)반출)'으로 선제적인 핵무기 폐기 같은 것을 북한이 고려해야 그 시간표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며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를 이행하려면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비핵화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다.

문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 즉 핵시설·핵물질·핵무기·탄도미사일·핵과학기술자 5가지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2년 반 내에 할 수 있겠느냐"며 "동결-신고-사찰-검증-폐기 단계를 다 겪으면서 2년 반 내에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서방 핵과학자들이 완전한 비핵화까지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적어도 5년 이상으로 추산하는 점과 맞닿은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문 교수는 이같은 검증 원리주의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큰 덩어리를 아주 화끈하게 해체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가령 핵탄두를 화끈하게 20개면 20개, 30개면 30개를 해외로 반출해 폐기하거나, 국내에서 (NPT상 핵무기 보유국인 미·영·프·중·러) P-5의 입회 하에 폐기한다면 (시간 내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폐기 등) 중요한 단계를 동결 다음에 가져다 놓을 수도 있다. 이런 파격 조치를 했을 때만 가능하지, 지금까지 교과서적으로 처방된 순서에 따라서는 2년 반 내에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문 교수는 미국 역시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하는 정치적·군사적·경제적 보상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치적 보상은 체제 인정과 북미 수교, 군사적 보상은 불가침 보장, 경제적 보상은 제재 완화와 지원 등이다.

이 가운데 문 교수는 북미 수교와 관련해 미국 측의 과감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개인적 생각으로는 북한이 비핵화 행보를 전체 10단계 중 5~6정도 보인다면 수교를 맺는 게 좋다고 본다"며 "미국은 수교를 비핵화 협상의 '출구'이자 마지막 단계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현재의 북미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도 "신고사찰과 종전선언의 동시 교환"이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것을 받은 것 같고, 미국만 받으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문 교수는 사전 배포한 강연문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선 신고사찰, 후 종전선언'과 북한의 '선 종전선언, 후 신고사찰' 간 간극"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주장한 이유는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고 평화조약·평화체제 논의를 가속화하자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과 신고사찰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선선언과 관련해 문 교수는 "갑자기 종전선언이 북미관계, 비핵화의 걸림돌이 돼버렸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미국 정부 안팎에 떠도는 종전선언에 대한 '오해'가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이번에 미국에 가 보니, (미국 조야에서는) '종전선언을 해주고 나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재조정을 요구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종전선언을) 먼저 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동시에 하는것도 어렵다. 따라서 신고·사찰을 하고 나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 즉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들은 종전선언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북한에서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미국이 종전선언을 이유로 협상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교수는 이어 "비핵화가 제일 중요하지만,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부속물은 아니다"라며 "비핵화가 남북관계, 평화체제, 군축, 경제협력, 동북아안보렵력 등 다른 모든 이슈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한 비핵화는 물론 다른 분야의 진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제주포럼 당시 내한한 필립 젤리코 전 미 국무부 자문관이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제한된 협상에서 벗어나, 관련국들이 6개 분야 포괄적 의제를 함께 다루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언급하며, 이와 함께 남북·북미 간 양자 대화 외에도 남북미중 4자 혹은 일본·러시아를 포함한 6자 논의 역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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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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