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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20년까지 비핵화" 천명…공은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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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20년까지 비핵화" 천명…공은 미국으로

美 비핵화 시간표에 화답, 김정은 '대미 메시지' 무슨 내용?

남북 관계 진전과 북미 협상 돌파구 마련이라는 양대 역할을 부여받고 5일 방북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남북 정상회담 9월(18일~20일) 개최를 확정짓고 돌아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진의를 설명하며 미국에 전하는 메시지를 특사단에 전달한 점도 향후 북미 협상의 접점 찾기에 보탬이 될 만한 성과다. 특히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특정한 대목이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 '대미 메시지' 북미 관계 반전 내용 담겼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밝힌 방북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은 특사단을 만나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조치에 적극적 태도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가 교착된 국면 속에도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9월에 열기로 합의했으며,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 방향 확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 등 정상회담 의제도 윤곽을 잡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김 위원장과 특사단의 면담 소식을 전하며 "9월 중 예정되어 있는 평양 수뇌상봉과 관련한 일정과 의제들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시고 만족한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은 "북남관계를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누시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위한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한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도 합의하기로 했다.

특히 남북간 상시 연락 채널 구축 방안으로 추진되어 온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개소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남북 연락사무소가 대북 제재 위반이라며 제동을 거는 속에서도 이르면 내주 중 개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 관계에서 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미 관계가 순조롭게 풀려나갈지 여부는 미국으로 공이 넘어갔다는 평가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거듭 천명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는 뜻을 밝히며 북미 협상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 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 비핵화 조치를 이루겠다는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된 발언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북한이 사용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김 위원장이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대목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방한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언제까지 핵무기 해체 조치를 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앞으로 2년 반 내에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핵화에 관한 미국 정부의 목표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김 위원장은 미국 측이 제시한 시간표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셈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건 평화협정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의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된 이후 트럼프 정부와 미국 조야에서 더욱 증폭된 비핵화 회의론을 불식시키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전적 내용이 담긴 김영철 부위원장의 편지를 받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시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에 전달한 '미국에 전하는 메시지'가 '김영철 편지'로 인해 틀어진 미국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릴지도 주목된다.

정의용 실장은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의지를 메시지에 담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8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갖고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와 시간표를 제시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특사단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혀 선(先) 비핵화와 선 종전선언을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는 북미간 줄다리기가 해소될지 불투명하다.

북한은 "동시 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고 밝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자신들의 '선제적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진전된 태도 변화가 있어야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머물렀다.

이는 특사단이 북미 협상의 교착 지점인 종전선언과 핵시설 신고 목록 교환을 위한 중재에선 가시적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종전선언 카드를 들고 방북하려면 북한이 핵시설 리스트 공개 등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한다는 게 중재안의 핵심이었다.

이에 따라 북미 협상은 9월 중순 남북 정상회담, 9월 말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중재 외교 결과에 따라 의미 있는 진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 방북에 앞서 지난 4일 가진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치프 네고시에이터(Chief negotiator), 즉 수석 협상가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며 "정 실장이 어제 북한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한편 "문 대통령이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보고 받고 만족해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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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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