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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되고 나서 너무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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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 시장 되고 나서 너무 많이 변했다"

[고성국의 정치in]<17>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인명진 목사, 이계안 전 의원의 인터뷰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뜨거웠다. 감사드린다. 답답한 정국을 일갈한 인 목사의 쓴소리도 감당해야겠고 사실상의 출마선언 인터뷰가 된 이 전 의원에 대한 응답의 의미도 있어야 했기에 한나라당에서 다음 인터뷰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상대가 원희룡 의원이었다. 지난 11월 25일 여의도에 있는 한 카페에서 서초구 아이누리 프로젝트를 '공부'하고 오는 길이라는 원 의원과 마주 앉았다.


▲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서울시장 출마 고려…2월께 최종 확정할 것"

"서울 시장에 출마하나?"
"출마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지금 서초구에 가서 보육정책을 공부하고 오는 길이다. 최종 결정 시점은 여러 국정 현안들과 당내 상황이 가닥이 잡히는 2월 전후가 될 것 같다."
"세종시 수정 같은 국정 현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출마 여부가 바뀔 수도 있나?"
"그렇다. 당이 심각한 존립 위기 상황까지 간다면 그게 더 시급하고 우선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정국이 복잡하다 보니 고려해야 할 변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고위원과 당쇄신위원장을 거친 여당의 3선 의원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의 대답은 강하고 거침이 없었다. 첫 문답부터 팽팽한 긴장이 묻어났다.

"서울시장 도전은 언제부터 생각했나?"
"지역구가 서울 양천구다. 서울시 정책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는 입장이다. 그동안 쭉 서울시를 지켜봤다. 출마 고민을 구체적으로 한 것은 18대 국회 들어와서다. 한 1년 반 쯤 된 것 같다."
"지난번에는 오세훈 후보를 위해 뛰지 않았나? 그런데 3년 반 동안 뭐가 바뀌었나?"
"오 시장이 서울시 정책을 추진하는데 일방통행식 정책결정과 추진이 많았다.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많이 보였다. 내 지역구(양천구) 문제를 다룰 때도 사전에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군사작전'식으로 진행했다. 시장이 되고 나서 너무 많이 변했다. 우리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나만 아니라 당내 대체적인 의견이 그렇다."
"오 시장이 재선의지를 밝혔는데 사전에 당과 상의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오시장이 안되는 이유가 그것 뿐인가?"
"아니다. 더 핵심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어렵다. 오 시장은 디자인이다 뭐다 해서 많이 벌려놨는데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판에 재선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시정은 뒷전이고 시장 선거운동부터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근래 들어 부쩍 서울시 행정이 전시성 이벤트나 업적홍보로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식의 시정은 더이상 안 된다."



"광화문 광장? 얼마나 갈 곳이 없으면…서울 시민 불쌍해"

▲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여론 조사에서는 오 시장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서울 시민들이 잘한다고 평가하는 것 아닌가?"
"시민들의 평가라면 존중하겠다. 오세훈 시장이 3년 반 전에 당선될 때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됐다. 여전히 인기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기와 일하는 것은 다르다. 앞으로 엄정한 평가 작업이 이뤄지겠지만 그동안 갈등현장에서 오 시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 지역구인 양천구만 해도 소각장 사태로 낙선의 위험을 느끼면서 주민들과 머리 맞대고 욕먹고 돌 맞고 해왔다. 지금 3년째 접어들었는데 그 문제로 오 시장이 단 한명의 주민과도 대화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 시민들이 갈등하고 눈물 흘리고 절규하는 곳에 안 나타나고 청소 계장, 이런 사람들만 보내 싸움만 붙이느냐 말이다. 용산 철거민도 마찬가지다. 갈등의 현장에 오 시장이 나타나서 팔 걷어붙이고 밤새 토론하고 눈물을 흘렸는지 묻고 싶다. 갈등을 피하면 안 된다. 서울 시장 자리는 자기 이미지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다."
"'디자인 서울'이라고 오 시장도 여러 사업을 벌였다. 광화문 광장이 대표작인 것 같다. 직접 둘러봤나?"
"광화문 광장은 상식적으로 봐도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광장이 '교통섬'이 됐다. 차량 진입로나 통행로를 우회해서라도 세종문화회관과 연계해서 제대로 된 광장을 만들어야 했다. 지금의 광화문 광장은 광장이 아니다. 시민에게 서울을 돌려 드리려면 제대로 돌려드려야지 이렇게 밖에 못 만드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오 시장이 너무 소심했다. 광화문 광장은 콘크리트지 자연이 아니다. 거기 있던 나무도 다 뽑았다. 꽃도 심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조성해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한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환경 친화적인 광장 생태 가치를 존중하는 광장이다. 서울 시민들이 불쌍하다. 얼마나 갈 곳이 없으면 그런 콘크리트에 차양막 친 곳을 가겠는가?"

오 시장의 시정에 대한 비판도 막힘이 없다. 따로 연구했다기 보다 생활 속에서 느끼고 정리됐다는 느낌이다. 그런 원 의원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슬로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있나?"
"다듬어야 하겠지만 '친서민'을 생각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전시행정은 배제할 것이다. 오 시장은 고건, 이명박 두 전임 시장이 쓴 홍보비를 합친 것의 1.7배나 썼다고 한다. 시장이 되면 홍보비부터 절반 이하로 깎겠다. 솔직히 시민들 살림살이가 이렇게 어려운데 광고하고 화장하고 있어야 되겠나. 디자인도 좋지만 우선순위는 서민들 살림살이를 낫게 하는 것이다. 육아, 교육, 서민들의 일자리, 복지 문제가 핵심 슬로건이 될 것이다. 오 시장도 이것 저것 한다고 했지만, 그런 '전시성 종합 선물세트'가 아니라 '복지 서울', '친서민 서울'을 중심에 놓고 하겠다. 디자인 같은 것은 따라오는 것이지 중심에 놓을 의제가 아니다."

"오세훈 지지율 앞서 있다고 경선 안하면 선거에 진다"

서울시장에 대한 원 의원의 도전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그가 갖고 있는 대안이 아무리 강력해도 당내 경선의 벽을 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압도적 1위인 오세훈 후보와의 경선, 더구나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여야의 당내 경선이야 말로 서울시장 선거 정국을 보는 또하나의 키워드다.

▲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한나라당에서 제대로 된 경선이 가능할까?"
"이기려면 해야 한다. 오 시장이 지금 좀 앞서 있다고 경선 없이 쉽게 가면 쉽게 진다. 수도권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 모두 다 사즉생의 각오로 준비해야 한다."
"이계안 전 의원은 오시장이 가장 쉬운 상대라 하던데?"
"열 명의 수비수가 한 명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오 시장은 현역 프리미엄을 얘기하는 모양인데 오 시장이 나가면 평가선거 측면이 더 강하게 될 것이다."
"유인촌 장관 얘기도 있던데?"
"여론의 흐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카드가 준비되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유인촌 카드도 훌륭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정두언 의원이 외고문제를 제기한 것도 시장선거 준비의 일환 아닌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 의원은 스스로 창업주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국가적 관점에서 보는 것 같다. 물론 서울시장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를 전망한다면?"
"역대 지방선거는 거의 예외 없이 정권 심판 선거로 진행됐다. 내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서울시장은 특히 그렇다. 비관해도 안 되지만 낙관은 절대 금물이다. 많은 의원들이 지방 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가 상당히 어려울 거라고 보고 있다. 밑바닥 민심이 많이 동요되고 빠져나가는 흐름들이 재보선에서 나타나 위기감이 많이 있다."

"세종시, 부처 안 내려보내는 것은 무리수"

인터뷰 시점이 '대통령과의 대화'이틀 전이었다. '대화'의 결과에 따라 정국의 풍향이 급격하게 바뀔 수도 있는 긴장된 상황이었다. 세종시와 4대강 문제를 짚었다.

"정운찬 총리는 어떻게 보나?"
"개인적으로 존경해 왔다. 그런데 정치권에 와서 이전의 신비감 섞인 기대가 손상된 부분이 있다. 총리는 어찌됐든 국정을 총괄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을 해서 그렇겠지만 준비가 덜 돼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세종시 문제도 수순이 잘못됐다."
"어떻게 잘못됐나?"
"총리가 먼저 덜렁 수정 입장을 밝히고 그 다음에 안을 만드는 것은 일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세종시에 기업, 과학, 교육을 집어넣을 생각이었으면 먼저 그 점을 잘 부각시켜 지역민을 설득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갈등을 최소화시켜 놓고 그 다음에 부처가 갈지 말지 하는 문제는 정치권의 의견을 듣는 식으로 갔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할 수 있었을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나를 더 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표나 야당에게 뭘 양보하고 줄 수 있는지를 미리 생각했어야 했다. 보따리도 안 갖고 회담장에 가서 말로 설득해보고 안 되면 그만이다? 이렇게 준비 안 된 국정운영이 어디 있나. 정 총리가 초기 정지작업이 부족한 것을 힘으로 밀고 나가니까 대권 주자 싸움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정 총리가 준비가 안됐거나, 너무 쉽게 생각했거나 둘 중 하나다. 아니면 상상도 못할 비책을 갖고 있거나."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당의 존립의 문제'라고 이미 성격 규정을 했다. 그러나 청와대 쪽이나 당내 친이계 쪽은 그렇게 심각하게 보는 것 같지 않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이나 4대강 사업을 드라이브하는 것을 보면 역사적인 신념이랄까, 소명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처럼 보인다."
"신념 있는 정치인이라고 하면 좋아 보이지만, 국가를 경영할 때, 특히 다원화된 사회에서 국가의 최고 리더가 그런 역사주의나 도덕주의로 국정을 운영하면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역사를 의식해서 목적 위주로 가다보면 과정과 절차가 무시되기 쉽다."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 것 같나?"
"워낙 꼬여버렸다. 절차와 정치적인 여건이 잘 준비됐다면 교육과학 도시나 과학 비즈니스벨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안이다. 인구 분산이나, 균형 발전이 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미 너무 높은 불신의 벽이 쳐졌다. 역차별 논란에 특혜 논란까지 불거져 이제는 모든 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게 생겼다."
"부처이전 백지화는 어렵다는 뜻인가?"
"그렇다. 부처를 전혀 안 내려 보내는 것은 굉장한 무리수다."

▲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MB, 역사적 과제 너무 많아…'역사책 쓰겠다'식 국정운영 안돼"

"4대강 사업은 어떻게 생각하나?"
"하천 정비는 누가하든 해야 하는 사업이다."
"야당도 거기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을 전국에서 동시 다발로 임기 내에 다 끝내려고 하는데 있다. 그런 설정 자체에 뭔가 무리한 부분이 있다. 시중에서 나오는 '담합 의혹'도 문제다. 지금이라도 사업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명진 목사는 지난번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이 자칫 이명박 정부의 최대 게이트 될 수 있다'고 했다. 원 의원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지금 정황으로 봤을 때, 현직 검사 같으면 수사 들어가나?"
"언론에 어느 음식점에서 몇 명 만난 것까지 다 나오더라. 검사였다면 체크는 할 것이다. 아마도 (검찰이)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연말연시를 달굴 또 하나의 이슈로 노동문제가 있다. 임태희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밀어붙인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입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선진적 노사관계' 정착이야말로 대통령이 말한 '적당한 타협이 없는 '국가 백년대계''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뷰할 때는 아직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를 법 개정 없이 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국회 입법 조사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나? 한국노총 농성장에도 여러 번 다녀온 것으로 안다."
"한국노총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려고 갔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제 관례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선진국들 모두 노사 자율로 간다. 복수노조 문제도 한국노총과 경총은 반대다. 기업이라고 해도 입장이 다 다르다. 이런 것을 충분히 담아낸 상태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 정부가 임기 내 역사적 과제를 다 해결하려고 하는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도 해야 하고, 노동법도 시행해야 하고, 개헌도 해야 하고, 행정구역도 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역사적 과제가 너무 많아지면 무리가 생긴다. 해놓고 보니 결과적으로 역사가 되는 것이지 역사책을 쓰겠다는 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임태희 장관과는 자주 대화하는 사이 아닌가?"
"전에는 자주 했는데 정권 실세가 되고 나서는 자주 못했다.(웃음)"
"이런 경우는 공론화도 필요하지만 장관과 당이 내밀하게 대화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인 장관이 입각했는데 그런 맛도 없어서야 되겠나?"
"하고 있지 않겠나. 전혀 안하고 밀어붙인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뭔가 복안이 있고, 대화를 하고 있고 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로 안하는 것 같이 보이는데?"
"정권 바뀌었다고 약속 다 깨면 어떻게 되나. 앞으로 정권을 또 잡아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부도난 어음이나 들이대면서 신용을 얻을 수 있겠나. 세종시 깨지고, 한국노총 정책연대 깨지고, 군 복무 단축도 깨지고, 깨는 정권인가? 역사적 과제라 하지만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역사적 과제가 있을 수 있나?"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다수의 동의를 받았으니 반대하지 말라는 식으로 국정운영을 해선 안 된다는 뜻인가?"
"국민이 모든 공약에 다 동의해 주신 것은 아니다. 일부 공약은 맘에 안들 지만 다른 이유로 지지했는데 당선이 됐으니 다 동의한 것 아니냐하는 '끼워 팔기'식 논법은 안 된다."
"미디어법이 '끼워 팔기'식 논법 아니었나? 국민 다수는 미디어법 강행에 반대했는데 한나라당은 선거에 이겼으니 밀어붙이겠다 맡겨달라고 하지 않았나?"
"미디어법의 경우는 국회에서 법 개정으로 고칠 수 있는 사안이었고, 다수가 동의했기 때문에 통과시켰던 것이었다."

▲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헌재 사무처장과 법제처장은 국회 차원에서 재논의를 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는데 동의하나?"
"헌재가 왜 그렇게 애매하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절차는 문제 있지만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든지, 효력이 없으니 국회에서 수정하라고 하든지 딱 잘라 얘기했어야 한다. 헌재가 왜 그렇게 어렵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법률가 출신 정치인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하면 국민들은 어떻겠나?"
"미끌미끌 빠져나가는 논리다."
"해석을 해 본다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구속 능력이 있겠나. (헌재 판결 자체가) 아무런 구속 능력이 없다."

"2월 조기전당대회, 아직 유효하다"

원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에 참패한 이후 만들어진 쇄신특위의 위원장이었다. 쇄신은 된 것일까? 원 의원은 "당쇄신은 진행 중이고, 대통령이 친서민 노선으로 돌아서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당이 당장 죽게 생겼으면 뭐라도 하려 하다가도 지지율이 좀 올라가고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 같으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딴청 피우고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지금은 약간 딴청을 피우는 상황인가?"
"그러다가 지난번 10.28 재보궐선거에서 진 것이다. 다시 위기 국면이 오고 있다."
"쇄신특위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조기전대였다. 조기전대는 물 건너 간 건가?"
"9월이냐, 2월이냐, 둘 중 하나였는데 9월에 하면 계파 싸움이 붙으니까 넘어갔다."
"그럼 2월 조기전당대회 제안은 유효한가?"
"유효하다. 지금은 세종시가 이슈지만 만약 당이나 정부의 수정 시도가 좌절되고 당이 극심한 분란에 빠져 지도부가 무기력상태에 빠지면 분위기 전환을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문제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기전대 논의가 다시 공론화 될 수 있다."
"정몽준 대표가 과도기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고군분투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고군분투인가?"
"그렇다."
"집권당이 집단지도 체제인데, 대표 혼자 고군분투하면 잘못된 것 아닌가?"
"당내에 계파가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몽준 대표는 자체 세력이 없다. 누가 맡아도 어려운 시기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친박계가 동의 안하면 한발자국도 나가기 어려운 점도 있다. 지금까지는 연습이고 정말 어려운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 정권의 행로가 갈릴 정도의 상황이 오고 있다."

▲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와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한나라 지지자들, '원희룡' 카드를 아끼고 힘 실어줘야"

원 의원은 소장 개혁파로 불린다. 거기다 이런저런 쓴소리를 많이 해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다. 오히려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 중에서도 원 의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흥미있는 변화다.

"당내 호감도가 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나아진 것인가? 노력을 했나?"
"한나라당 당원들이 시대 변화에 익숙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 실용, 친서민을 얘기했을 때 다들 한나라당이 저런 것을 내세우는게 생소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알맹이가 문제지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중도실용이나 친서민 정책이 당연하다고들 생각하고 있다."
"원희룡이 바뀐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바뀌었다?"
"원래 있었는데 표출이 안 되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 이후 표출이 되는 것 같다. 당원들한테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끼리 결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 중간층과 중도 세력의 지지를 얻고 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만 재집권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을 사랑하면 할수록 원희룡 같은 카드를 아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웃음)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많이들 이해해 주신다. 그런 당원들을 보면 정말 눈물이 날만큼 고맙다."

인터뷰가 약속된 1시간 반을 훌쩍 넘겨 2시간 반 가까이 진행됐다. 원의원은 인터뷰 중간 다음 일정을 1시간 늦췄다. 기왕 하는 것 제대로 하고 싶다면서. 열정이 느껴졌다. '미완의 대기'랄까? 오랜만에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란 말을 기억나게 해 준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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