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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이재갑 장관 지명자에 기대를 거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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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이재갑 장관 지명자에 기대를 거는 까닭

'예술인 고용보험' 공개 반대…타임오프·단시간근로 등 MB정부 정책 지휘

지난 30일 개각에서 문재인 정부 2기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맞는 인물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 과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 타임오프제 도입, 단시간근로제 도입, 비정규직 사용연한 2년 연장 등 노동계의 반발을 산 이명박 정부 당시의 노동정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 오히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이 내정자에 대해 일부 호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11년 문화예술인에 대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예술인복지법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고용보험 취지에 맞지 않다"며 "일을 그때그때 옮겨다니는 사람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취약계층이 많은데 예술인만 고용보험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소수 예술인 지원을 위해 다수 근로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사망으로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 환경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다. 이 내정자는 당시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었다.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다. 2017년 7월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는 프리랜서 예술인도 직장인과 같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2019년부터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같은해인 2017년 8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부처 업무 보고 내용에도 들어가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서 문화예술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문화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을 '10대 문화전략'의 하나로 제시했다.

예술인 고용보험 사안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돼 노동계로부터 반발을 샀던 많은 정책에도 이 내정자는 곳곳에 관여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개각 발표 직후부터 거론하고 있는 타임오프제 문제가 대표적이다. 당시 노동부 노사정책실장이었던 이 내정자는 2010년 4월 30일 이명박 정부가 타임오프제를 추진하면서 타임오프 한도를 의결하기 위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회의 준비를 주도했다.

당시 한국방송(KBS) 보도를 보면, 이 내정자는 노동부의 시도를 "강행 처리", "날치기"라고 비난하는 노동계에 대해 "표결처리 상황, 경우에 따라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상황까지 상정해 준비한 것이지 특정 상황을 상정해 준비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방송은 노동부가 '근면위 전체회의시 직원별 임무'라는 문건까지 작성, 정부 입장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문건에는 노동계 위원들을 개인별로 담당할 노동부 직원들의 이름과 '직원 배치도'까지 포함돼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부의 시도를 "날치기"라며 비난한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장석춘 의원이었다.

이후 사업장별로 진행된 타임오프 한도 관련 합의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사업장별 노사합의가 법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단속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도 이 내정자는 총대를 맸다. 그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85개 사업장에서 타임오프 한도를 넘어 노사가 합의를 마쳤다고 발표했지만, 조사 결과 합의한 28곳 중 16곳이 한도를 초과했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이 내정자는 또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 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2년 연장하는 방안을 내놨을 당시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으로 실무를 맡았고, 2010년초 이명박 대통령 주재 2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일명 '5시간 근무 정규직' 등 단시간 근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연근무제 추진 방안이 발표됐을 때도 노동부 고용정책관으로 해당 정책을 주도했다.

2009년 1월 발표된 고용안정대책에서 '일자리 나누기'라며 노사 합의로 노동자 임금을 삭감하면 세금 등 혜택을 준다는 방안을 내놨을 때도 담당 국장은 '이재갑 고용정책관'이었다. 이들 정책은 하나같이 노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민주노총이 전날 개각 발표가 나자마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거수기를 자임했던 고용노동부 고위관료를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퇴행인사"리고 목소리를 높인 배경으로 짐작된다.

단지 국장급 고위공직자로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게 처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는 퇴임 이후인 2013년 6월에도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법원의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은 개별 사업장을 놓고 나온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모든 사업장을 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판례에 따라 행정해석을 맞추면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해석이 바뀌는데, 개별 판결을 토대로 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임금쳬계 개선에 대해서는 "호봉제 비중을 줄이면서 성과급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내정자는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는데, 같은해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 백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문제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가 아닌 삼성의 편에 서서 업무를 추진해 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환경노동위원들도 같은 사안을 놓고 2013~14 연간에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많이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3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각 관련 논평을 하던 중 "이재갑 장관 내정자 같은 경우 저도 잘 안다"며 "오랜 공직생활을 한 관료, 차관까지 하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한 정통 관료를 내세움으로써, 섣부르게 노동시장에 국가권력이 개입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제는 나빠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 이런 접근 방식이 기존과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진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11월 18일 문화예술인 지지선언 행사에 참석해 '10대 문화전략'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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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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