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에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을 지명하고 국방부 장관을 교체하는 등 국무위원 5명을 대상으로 한 중폭 개각을 발표했다. 집권 후 1년여를 지난 시점에서 국정운영에 동력을 재공급하기 위한 쇄신 차원의 인사로 보인다. 일부 경제관련 부처 인사에서는 관료 출신의 약진이 주목된다. 유 의원의 입각과 차관급 인사 등을 종합하면, 여성 고위공직자들의 발탁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오후 장·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에는 유은혜 의원이 지명됐다. 국방부 장관은 정경두 현 합참의장이 승진 임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성윤모 특허청장,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임명됐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진선미 의원으로 교체됐다.
교육·국방·여성, 정부 세대교체 신호탄?
장관 5자리 중, 교육·국방·여성 담당 장관 인사의 키워드는 '쇄신'으로 보인다. 이들 3명의 장관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본래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거나 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등 관가 안팎의 평가가 좋지 않았다.
예컨대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2022년 대입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며 보수·진보 양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대선공약 파기 논란까지 일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성폭력 피해자 간담회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올해 7.9)거나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6.27)고 하는 등 문제성 발언으로 눈총을 받았고 '기무사 계엄령' 사태 조치와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적절하게 소통했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정현백 여성부 장관은 최근 광화문 시위 등 여성 이슈가 이례적으로 폭발적 관심을 받았지만 주무 장관으로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현역의원인 정치인 출신 장관(유은혜·진선미)을 임명함으로서 부처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많다. 나이만 놓고 봐도, 1949년생 동갑내기인 김상곤·송영무 장관, 1953년생인 정현백 장관에 비해 10세 이상 젊어졌다. 유은혜 의원은 1962년생, 정경두 의장은 1960년생, 진선미 의원은 1967년생이다.
신임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 의원은 성균관대 출신으로 학생운동·노동운동을 거쳐 고(故) 김근태 의원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그룹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19대·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당직자 생활을 오래 하며 당 부대변인만 3차례 역임하는 등 언론과의 소통 능력도 겸비했다.
정경두 의장은 공군사관학교 30기로, 해군 출신인 송 장관(해사27기)에 이어 다시 한 번 비(非) 육군 출신 장관으로 지명됐다. 공군참모총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여성장관으로 발탁된 진선미 의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활동을 하다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 20대 총선에서는 서울 강동갑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유은혜 의원과 같은 성균관대를 나왔다.
정치인·학자 물러난 자리에 관료 들어선 부처는?
반면 최근 '소득주도성장론' 논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처에서는 정치인·학자 출신 장관이 물러나고 관료 출신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초대 노동장관이었던 김영주 장관은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으로 교체됐다. 이재갑 신임 장관 내정자는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노동부 노사정책실장·고용정책실장을 거쳐 차관을 지냈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직도 수행했다.
현역 3선 의원이자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영주 장관은 그간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 △최저임금제 산입범위 확대 △52시간 노동제 수정 논란 등을 놓고, 노동계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청와대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공개적으로 다른 의견을 내왔다. (☞관련 기사 : 김영주 노동부의 직진은 죄가 아니다)
학자 출신(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으로 작년 대선캠프에서부터 문재인 정부 탈핵정책을 갈고닦아온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성윤모 특허청장으로 교체됐다. 백 장관보다 한 살 위인 성윤모 신임 장관 내정자는 행시 32회로 산업부 정책기획관·대변인과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파 관료다.
경제 관련 부처에서 행정관료들이 전면 등용되는 것을 놓고, 경제관료들의 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정부 내 영향력이 강화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이재갑 신임 노동부 장관 지명자와 행시 26회 동기이기도 하다.
정경두 신임 국방장관 내정자 역시 예편 후 민간인 신분으로 대선캠프에서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해온 송영무 장관에 비하면 현업·실무영역에 있던 이가 '승진'한 경우다.
이석수 前 특별감찰관, 국정원 기조실장에…양향자도 차관급 임명
한편 청와대는 일부 차관급 인사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를 감찰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것이다. 국정원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보이는 인사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인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차관급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임명됐다. 양 원장은 삼성전자 상무 출신으로, 20대 총선(광주 서을)에서는 낙선했고 6.13 지방선거 때는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밖에 방위사업청장에는 왕정홍 현 감사원 사무총장(행시 29회. 전 감사위원)이 임명됐고, 문화재청장에는 정재숙 <중앙일보> 기자가 발탁됐다.
김종진 문화재청장과 오동호 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물러난 자리에 각각 정재숙 청장, 양향자 원장이 임명되면서, 여성 교육(사회)부총리 발탁과 함께 여성 고위직 등용이 늘어났다는 인상을 줬다.
다만 유은혜 신임 부총리 지명에도 불구하고 전체 장관 가운데 여성 비율(18명 중 5명)은 그대로 유지됐다. 강경화 외교, 김현미 국토, 김은경 환경장관은 유임됐고 여성장관은 '여성→여성'으로 교체됐지만 김영주 장관이 이재갑 전 차관으로 교체됨에 따라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 장관 30%' 공약은 또 1명 차이로 실현이 어렵게 됐다.
또 유은혜·진선미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무위원 가운데 현역의원 비율은 더 늘어난다. 현재 6명인 현역의원 장관 가운데 물러난 이는 김영주 장관이 유일했고 5명은 유임(김부겸·김영춘·김현미·도종환·이개호)됐다. 유·진 의원까지 합류하면 18명 중 7명이 국회의원 겸임 장관이다.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도 전직 국회의원(19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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