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이 취소되면서 북미 간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북미 양측이 북한의 핵 목록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맞교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선(先) 비핵화 입장으로 크게 후퇴한 가운데, 미국 언론을 대표하는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한 목소리로 동시적, 단계적 해법을 주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의 주류적 시각을 대변하는 이 신문들이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조건으로 제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 등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동시에 수용해야 한다고 제한한 것이다.
27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과 협상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은 북한과 '공정한 맞교환'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 관리는 김정은 정부가 완전한 핵 자산 목록, 즉 핵탄두와 핵 생산 시설 및 다른 핵 기반 시설에 대한 목록을 제공해야 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러한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전의 협상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따라서 북한의 완전한 (핵 자산 목록) 공개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며 "이는 미사일 및 핵 물질 생산 동결과 함께 미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는 것을 정당화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북미 간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중국에 돌린 것을 두고 신문은 "(북미 협상과 미중 무역) 이 두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과 무역 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중국과 협상은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며 "중국이 철강 수출이나 기술 이전 문제를 양보할 때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해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키우도록 놔둘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건 서로 관계가 없는 목표들 사이에서의 무분별하고 위험스러운 조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협상을 하거나 트위터에서 북한과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했을 때부터 "조급하고 엉성한 외교"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모호한 보증을 기반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충동적으로 동의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새로운 관계 수립' 및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했지만 북한에 핵 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미국에 약속 이행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핵분열 물질과 미사일 생산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예견할 수 있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공동성명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지적은 <뉴욕타임스>를 통해서도 언급된 바 있다. 이 신문은 지난 20일 사설에서 북미 정상회담 당시 나온 공동성명에는 비핵화의 정의나 후속조치가 없었다면서 이러한 점이 북미 간 교착 국면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쇄 등이 되돌릴 수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미국이 여기에 상응하는 특정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북한에 비핵화의 주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이에 북미 간 상호 신뢰를 위해서는 종전 선언과 같은 단계별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북미 간 실무급에서 진지하고 지속적인 협상을 하는 것과 함께 양측 정상이 더 많은 정치적 의지와 용기, 창의력 등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신문의 사설이 나온 시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하기 전후로 갈리지만, 북미 간의 '대등한 맞교환'이 협상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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