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77일간 옥쇄파업을 진행하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강제진압 작전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강제진압에는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등이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헬기를 이용한 유독성 최루액 투하 등 무차별적인 경찰 폭력이 벌어졌다. 이 진압작전으로 다수 노동자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쌍용자동차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이 2009년 8월4일과 8월5일 양일간 진행된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강제진압 작전의 최종 승인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개별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경찰 병력 투입 여부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노조원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진행됐기에 정부가 본 사건 파업 이후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뤄진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6개월 동안 △경찰력 쌍용자동차 투입배경과 진압작전 최종 승인 과정, △공장 봉쇄와 단전, 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다목적발사기 사용, 유독성 최루액과 헬기를 이용한 시위진압, △강제진압 작전이 있었던 2009년 8월4일과 5일 양일간 경찰력 행사와 경찰특공대 투입,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등에 관한 경찰력 행사의 적절성 등을 검토‧심사했다.
"헬기 출동 296회 중 최루액 투하가 211회"
진상조사위는 당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옥쇄파업을 하는 동안 경찰은 이들을 해산하고자 사용하지 말아야 할 장비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물건이 대테러 장비로 분류된 테이저건이다. 당시 경찰은 쌍용차 노조원 얼굴에 테이저건을 쏘기도 했다.
진상조사위는 "테러범 및 강력범 진압 등 경찰의 직무수행 및 목적 달성에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 범위에서 사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파업 중인 노조원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다. 이러한 행위는 경찰장비의 사용에 관해 규정하는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노조원을 향해 헬기로 최루액을 투하한 것을 두고도 위법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경찰은 파업기간 동안 헬기 총 6대를 동원했고, 헬기 출동 횟수 296회 중 최루액 투하 211회, 헬기레펠·위력진압을 위해 6회 출동했다“며 ”또한 총 운항시간 207시간 중 야간작전에 15시간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당시 사용된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고 고농도에서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러한 유독성 최루액을 파업 중인 노조원에게 2009년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약 20만 리터를 살포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경찰장비의 종류와 사용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헬기를 사용한 혼합살수 및 집회 해산은 이러한 법령에 규정한 바가 없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의 과도한 폭행, 보복차원의 폭행이었다"
경찰은 당시 진압작전에 대테러 임무를 담당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는데, 이들은 진압과정에서 대테러장비인 다목적발사기 스펀지탄을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경찰특공대는 경찰청장의 사용금지 지시를 위반하며 대테러장비인 다목적발사기로 스펀지탄 35발을 노조원에게 발사했다"며 "그리고 경찰특공대는 노조원을 체포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행위를 하였는데, 이것은 동료들의 피해에 대한 보복차원의 폭행이었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사측과 협조 하에 공장을 봉쇄하고 공장 내 단수, 가스 차단, 소화전 차단, 전기차단 조치를 실행했던 것도 밝혔다. 또한 음식물, 의약품과 의료진의 출입을 통제했을 뿐만 아니라 고립된 노조원들에게 헬기를 이용, 심야에 선회비행을 하면서 서치라이트를 비춰 경찰병력이 공장 내로 진입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러한 경찰 조치를 두고 "일종의 노조에 대한 심리적 위협과 진압작전을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사측 경비용역·구사대가 쌍용차 노조원 및 가족대책위 등에 행사하는 폭력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공장에 진입해 노조원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사과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권고
진상조사위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청에 공권력 과잉 행사에 대한 사과 및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등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공식적으로, 쌍용자동차 파업과 관련해서 경찰이 공권력을 과잉 행사해 인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또한 "노동쟁의 대응 방안과 관련하여 노사간 자율 교섭을 원칙으로 경찰력은 최후적, 보충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경찰력이 투입될 경우 "경찰력 투입 결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 책임소재가 분명해지도록 관련 지침 및 절차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찰특공대의 집회시위, 노동쟁의 현장 투입 관련해서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급박하고 중대 위급한 상황에서 본연의 임무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규칙을 개정하는 한편, 대테러, 인질구조 등 경찰특공대 설립 목적에 충실히 부합할 수 있도록 편성체계 및 운영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쌍용차 노조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두고도 "쌍용차 사태에서 벌어진 경찰력 행사는 최소 침해의 원칙과 법익균형성 등 경찰비례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경찰력 행사로 노조원들이 입은 피해 역시 상당하나 이에 대해 아무런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관련 가압류 사건(개별 경찰관이 청구, 신청한 부분은 제외)은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은 쌍용차 노조원의 옥쇄파업 당시, 기중기와 헬기 등을 이용해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각종 장비와 차량, 헬기, 기중기 등이 노동자들에 의해 파손됐고, 다수의 경찰이 다쳤다면서 총 16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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