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대통령이 직접 쌍용차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 자체가, 지난 정권들에 비교해보면 놀랄만한 일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현장에 있는 경영진이 노사 간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마힌드라 회장의 답변은 우리에게 참 익숙하다.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도 이미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마힌드라 회장은 "한국 경영진이 해고자 복직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했었다. 문제는 해결됐나? 아니다. 마힌드라 회장이 잘 해결할 것이라고 했으나, 한국의 쌍용차 경영진들은 해고자 복직 관련해 약속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기왕에 쌍용차 문제 이야기를 꺼냈으니, 마힌드라 회장이 아니라 이 정부가 '해결'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것을 다시 주지시키고 싶다.
정부, 쌍용차 노동자에게 16여억 원 손배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대량해고에 반대하며 2009년 대규모 공장 옥쇄파업까지 벌였지만, 결국 26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복직투쟁을 진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돼 이듬해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쌍용차는 2015년 12월 노(기업 노조)·노(금속노조 쌍용차지부)·사 3자 간 합의안을 마련했다. 2017년 상반기(6월)까지 전원 복직을 위해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총 45명만 복직했고 나머지 120명은 여전히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노사 간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27일, 생활고에 시달린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주중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복직자 명단에 포함된 노동자였다.
사실 이러한 복직 합의는 노사문제이기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그다지 없다. 문 대통령이 구두로 마힌드라 그룹 회장에게 쌍용차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는 게 뉴스가 되는 이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정부가 이해당사자가 된 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쌍용차노동자의 77일 옥쇄파업 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옥쇄파업 당시, 경찰은 기중기와 헬기 등을 이용해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각종 장비와 차량, 헬기, 기중기 등이 노동자들에 의해 파손됐고, 다수의 경찰이 다쳤다면서 손배소를 제기했다. 그 금액이 총 16억7000만 원이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너트와 볼트를 새총을 이용해 쏘면서 경찰 진압을 저지하려 했다. 경찰은 그 새총으로 기중기 등이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경찰 손을 들어주었다. 2심 법원에서는 그나마 금액을 줄여 약 11억6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안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로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하면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를 꼼짝없이 물어내야 한다. 더구나 1심 판결 이후, 매달 자연손해금, 즉 배상금에 대한 이자도 불어나고 있다. 2018년 7월 11일 기준으로 약 8억7000여만 원이다.
이 손배소로 조합원 67명에 대해 임금 및 퇴직금에 가압류가 걸렸고, 조합원 22명에게는 부동산압류가 걸린 상황이다. 더구나 2009년 옥쇄파업으로 노동자 94명이 구속됐고 300여명이 벌금 및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손배가압류까지 더해지니 이중, 삼중고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옥쇄파업으로 손해를 봤다며 사측이 47억 원의 손배소를 제기했지만 2015년 말 노사 간 합의에서 이는 취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손배소는 그대로다.
더구나 정부의 손배소는 고의·중과실에 의한 불법 행위 채무이기에 개인파산 신청도 안 된다. 국가가 집행을 포기하거나 누군가가 갚아줄 때까지 평생 따라다닌다. 형사처벌 벌금은 그에 맞춰 감옥을 다녀오면 사라지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다. 지난 27일 자살한 김주중 씨도 이 손배소가 걸린 노동자였다.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취임사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다면 쌍용차 노동자에게 제기한 손배소송부터 풀어야 한다.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쌍용차 사태가 발생한 지 9년이 됐다. 이를 촉발한 이명박 정부, 그리고 이를 방관한 박근혜 정부가 지나갔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다. 물론 이 문제를 푼다는 게 정치적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소송의 주체인 경찰 반발도 감수해야 하고, 보수단체의 공격도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가 어떻게 탄생한 정부인지 우리는 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정확하게 표현했다. 정치란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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