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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선긋기' 새누리, 불법 사찰 국정조사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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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선긋기' 새누리, 불법 사찰 국정조사 받을까?

'종북 정국'에서 '비리 정국', 박근혜의 선택은?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가 '부실 수사'로 귀결되면서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야당은 당장 국정조사·청문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지난 3월 박근혜 전 위원장이 공언한대로 특검 도입을 통해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국정조사·청문회는 청와대, 여당에 대한 정치 공세의 장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선 정국에서 국정조사·청문회가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기류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청문회는 크게 MBC 등 언론 파업, MB 내곡동 사저 파문, 민간인 사찰 등 세 가지다. 언론 파업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곡동 사저 파문, 민간인 사찰 파문 등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하나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새누리 "특검이 기본이지만, 국정조사 열어 두고 있다"

13일 검찰이 민간인 불법 사찰 사례 500건 중 단 3건만 기소한데 대해 비난이 일자 이한구 원내대표 측은 "특검 도입이 기본 입장이지만, (국정조사 등도) 열려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요구를 일부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고심의 배경에는 19대 원구성조차 삐걱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야당보다 여당에게 더 책임이 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한 몫 하고 있다.

대선 정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내곡동 사저 파문 등은 대선 일정을 고려해 빨리 털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있을 '올림픽 정국'과 겹칠 수 있어 국정조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정조사를 하게 될 경우,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내곡동 사저 파문보다 민간인 사찰 건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박근혜 위원장 스스로 "나도 불법 사찰의 피해자"라고 말한 적이 있고,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여권 인사들도 '사찰 대상'에 적지 않게 포함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내곡동 사저 파문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일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행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크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최소한 이시형 씨 정도는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이라 이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개인을 집중 공격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국정조사 가능성을 일축하며 "(내곡동 파문은) 특검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내곡동 사저 문제는) 특검과 국정조사 모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새누리당의 선택이 주목된다.

사건만 터지면 특검, 특검…정치권도 역풍 우려

'박근혜당'이 된 새누리당과 이 대통령 측근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꼭지점에서 버티고 있는 검찰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곡동 사저 파문, 민간인 불법 사찰 등 민감한 사건을 사실상 정치권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내곡동 사저 파문의 경우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 아들을 단 한차례 서면조사 한 뒤 모든 의혹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인종이나, 청와대 재무 담당 행정관 등 몇 명을 책임자로 몰아 기소하면 민간인 불법 사찰 폭로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를 건드리는데 대한 부담감과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경험칙'이 결합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을 비롯해 새누리당이 공언한 민간인 불법 사찰 특검, 그리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내곡동 특검까지 하면 3개의 특검이 가동되는 '특검 정국'이 올 수 있다. "특검을 남발한다"는 비판 등 정치권도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인 것. 새누리당이 현재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유다.

결국 새누리당이 '뒷정리'를 맡게 된 모양새지만, 그렇다고 청와대를 봐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본격적으로 선긋기에 나설 '호기'로 보는 인사들도 없지 않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보폭을 맞췄던 '종북주의 정국'에서, 청문회, 국정조사, 특검이 전면 부상하는 정권말 '비리 정국'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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