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몸통"이라고 호통쳤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박영준 전 국무차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추가 기소했을 뿐이다. 이영호 전 비서관, 박영준 전 차장 등은 금품을 받고 불법 사찰을 지시한 것이 확인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명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의혹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입막음 용으로 '윗선'에서 내려보낸 관봉 5000만 원 등 수억 원에 달하는 금전 거래와 관련된 은폐 의혹은 손대지도 못했다. 은폐 의혹이 일던 당시 민정수석을 지내 '몸통'으로 지목당한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해외로 출장을 나갔다.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나선 재수사마저 총체적 부실 수사로 귀결된 셈이다.
▲ 불법사찰 '몸통'으로 의심받는 이명박 대통령과 권재진 법무부장관 ⓒ청와대 |
500건 중 세 건만 기소…박원순.이건희 등은 '단순 동향 파악'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13일 지난 3개월간의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10년 검찰 수사 당시 청와대의 증거 인멸 등을 폭로한 후 재수사에 나선 지 3개월 여 만이다.
핵심 쟁점은 불법 사찰 대상이 어디까지였는지, 불법 사찰 지시 '윗선'이 누구인지, 은폐 의혹에 가담한 '윗선'이 누구인지 등이다.
검찰은 사찰 문건 500여 건을 분석했지만, 울주군 산업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된 울산시 공무원 사찰, 부산 상수도사업본부의 관련 청탁 및 K건업 사찰, 칠곡군수 사찰 등 세 건만 범죄가 성립된다며 이들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던 박영준 전 차장, 이영호 전 비서관 등 두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엄기영 전 MBC사장 등에 대한 사찰 정황도 포착했지만 "단순 동향 파악"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찰 대상자로 지목당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등 20명이 넘는 인사들에 대한 문건은 모두 단순 동향 파악일 뿐이며, 구체적인 사찰 내용이 없거나, 불이익을 줬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찰 보고 윗선은 민정수석실 '왕따' 시킨 박영준
불법 사찰 보고의 '윗선'은 박영준 전 차장으로 귀결됐다. 검찰은 "업무성격상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장,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인규 전 지원관-이영호 전 비서관-박영준 전 차장으로 이어지는 비선 보고체계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민정수석실에는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감찰 등 일반 공직 기강 사항만 보고했고, 특별 감찰은 별도 비선 보고를 했다. 특히 이영호 전 비서관은 직속 상관인 사회정책수석을 배제한 체 지원관실을 관리 감독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대통령실장 등에게 보고 여부와 관련해 이영호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장 등에게 보고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고, 진경락, 최종석 등은 윗선 보고와 관련해 모른다고 진술했다"며 "구체적으로 민간인 사찰이 대통령실장에게 보고됐다는 여부는 확인 못했다"고 밝혔다.
즉 이명박 대통령 비방 등과 관련된 인사를 불법으로 사찰하면서, 비선 보고를 받던 이영호 전 비서관과 박영준 전 차관이 민정수석실을 포함해 대통령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증거 인멸 윗선은 "내가 몸통이다" 이영호
검찰에 따르면 불법 사찰 은폐 의혹의 '윗선'은 박영준 전 차장이 아닌, 이영호 전 비서관으로 귀결됐다.
지난 2010년 7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것과 관련해 "박 전 차장은 증거 인멸을 공모할 시간이 없었고, (하드디스크) 디가우징 당일 이영호 전 비서관과 통화 여부도 없었고, 이영호 전 비서관이 박영준 전 차장의 개입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증거 인멸에 개입한 증거를 발견 못했다"고 발표했다.
증거인멸과 관련해 검찰은 이영호 전 비서관을 비롯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기획총괄과장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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