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40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영진 부장판사)는 24일 김 장관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받은 죄목인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은 헌법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77년 11월 학내에서 유신 헌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 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이 조항은 2013년 3월 헌재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이들이 법원의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긴급조치 9호 위반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은 후 아직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145명에 대해 직접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김 장관도 여기에 포함됐다.
김 장관은 판결 선고 직후 "그동안 많은 희생자들과 지금도 말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분들, 유족들이 많이 남아 계셔서 저 자신만 무죄를 받은 자체가 대단히 면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개인적으로는 제 인생에서 한 부분이 정리됐다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판결 이후 법정 앞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이게 말이 되느냐"며 김 장관에게 거세게 항의하다가 경위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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