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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개정안, 원만하게 시행되려면…

[민미연 포럼] 대학강사 임용기간 3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

2017년 말 강사법이 1년 더 연기된 후, 올해 3월부터는 두 강사노조와 대교협, 교무처장회의 등 각 이해관계 측과 교육부 및 변호사들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구성되어 강사법 개정안 준비를 위한 회합을 15차례 열었다. 그리고 협의회에서 합의된 개정안을 중심으로 지난 7월 13일 공청회가 열렸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서 들어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개정안의 골자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대학 강사들에게 교원으로서의 신분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강사들은 임용기간 중 다른 교원과 동일한 신분보장을 받으며, 불이익에 대해서는 교원소청심사위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다. 이는 박정희 독재하에서 1977년에 박탈된 교원 신분을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대학 민주화의 중요한 한 초석이다.

두 번째는 강사에게 직업 안정성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책임시수를 3~6시간으로 하고 지금은 6개월마다 임용하게 되어 있는 것을 1년 임용 후 다시 1년씩 두 번, 총 3년간 재임용을 하고 그 후에는 학교와 본인의 협의에 따라 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학교 측과 협의만 이루어진다면 그 후에도 몇 년이건 연장 임용은 가능하다.

세 번째는 강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이다. 그동안 개선되지 않았던 방학 중 강사료 지급,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이 모두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강사료의 직접 인상 없이도 약 60%의 강사료 인상 효과를 보게 되었다. 강사들에게 경제적인 면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자리에 강사 측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공청회에서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을 대표하는 교무처장들은 주로 대학의 재정난을 호소하며 처우개선에 반대하는 주장을 폈다. 물론 지방의 작은 대학의 경우 입학생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일부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립대학은 국고에 의존하고 있고, 큰 사립대학은 적립금을 수천억 원씩 쌓아놓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부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큰 대학 몇 개의 교수 보수 총액과 강사료 총액의 비율을 살펴보니 7~10% 수준이다.(서울대는 2017년에 '2147억(부속학교 교사 봉급 포함) 대 136억', 연세대 본교는 2018년에 '1314억 대 125억' , 경희대는 2018년에 '1816억 대 133억', 이화여대는 2016년에 '995억 대 101억' 등 이다.)

거기서 60%를 증액한다고 해도 얼마나 되겠나. 예산을 조정하면 현재 상태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교육부에서 각 대학의 재정 실사를 통해 지원 기준을 정하여 꼭 필요한 경우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합리적이라고 본다.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그 후 마무리를 위한 세 차례의 협의를 통해 거의 그대로 확정되었고, 오는 28일 교육부 주관 기자회견 후 국회로 이송될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안에 국회에 심의·의결을 하면 내년에는 시행에 들어간다.

▲ 지난해 5월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시간강사제도 철폐와 비정규교수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개정안은 많은 분들의 노고의 산물이다. 교육부는 김상곤 장관이 한때 '강사법 폐기'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곧 태도를 바꿔 대학교육국장과 과장 등이 성실하게 협의 과정을 이끌었다. 국회 교문위는 훌륭한 변호사들을 추천하여 법률적 난제의 해결 및 이해당사자들 사이 조정에 애썼다. 대학 측은 강사법에 반대하면서도 논의 과정에 큰 장애물을 만들지는 않았다. 두 강사노조는 작년까지만 해도 대립했지만, 이번에는 손잡고 협의 과정을 추동했다.

이 모든 것은 각 이해당사자들이 지난 7년간 유예되어 온 강사법을 이번에는 반드시 시행토록 하여 수많은 강사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생각에 같이 협력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에게 큰 경의를 표한다. 끝까지 입법화 과정을 잘 마쳐 내년에는 강사법이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입법 과정이나 시행 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나타날지도 모르므로, 강사법과 관련한 여러 사안들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돌발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공청회 이후 강사법 개정안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상당 숫자의 교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개정안협의회에 대학 측의 의사는 반영되었어도 일반 교수들의 생각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화를 나눈 분들이 대체로 진보적 성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강사법에 대한 큰 열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현재의 한국 대학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서 강사법 하나로 강사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실제로 교수들 사이에 강사법에 비호의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현재 대학의 신자유주의화가 과도하게 진척되어 호봉제 교수는 정년과 함께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연봉제 교수가 메우고 있다. 그들은 과도한 강의 부담에도 연봉 4000만 원이면 그래도 나은 편이고, 최근 지방의 작은 대학은 2400만 원을 받는 교수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강사들의 처우개선이 이런 교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느끼는 한 그들이 강사법에 호의적이기는 힘들다.

또 각 학과에서 강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고참 교수의 경우, 과거와 달리 여러 면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제약할 강사법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 같다. 교수와 강사의 관계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는 상호 관계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수들이 겉으로는 대놓고 강사법에 반대하지 않아도 빌미만 있으면 밖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현 개정안의 가장 문제는 임용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것이다. 3년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한 번 강사로 임용되면 6학기를 계속하게 된다. 그런데 6학기를 계속하려면, 교과목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교양과목 외에 전공과목을 맡을 수밖에 없다. 교양과목 3과목과 전공과목 3과목을 맡는다면 자기가 전공하지 않은 다른 전공과목도 맡아야 하는데, 한 사람만 아니라 여러 강사의 사정이 거의 같을 것이므로 이것은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3년 연속 임용은 학사운영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3년 임용은 강사들 자신들에게도 불만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대학원이 있는 대부분의 큰 대학들은 졸업생 강사들에 비해 강좌 수가 적다. 그래서 강사들에게 강의를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대개 돌아가며 강의를 한 과목씩 준다. 한 학기를 못 하더라도 다음 학기에는 할 수 있다.

학교나 학과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강좌수를 10개로, 강좌 수 대 강사의 비율을 130%에서 150%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첫 학기에 10명이 임용되는데, 임용되지 못한 3~5명의 강사는 3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 없게 된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강사가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도 운이 나쁘면 첫 강의를 하기까지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서로 경쟁 관계인 강사들 사이에서 소외감과 박탈감은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제에서 강사들의 태도는 자기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것 같으나, 불만을 가질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공청회도 열릴 것이므로, 그 기회를 통해 임용기간 3년을 1년으로 줄일 것을 제안한다. 1년만 되어도 교원 지위 부여와 방학 중 강사료 지급 등 처우개선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되면 교수들의 커리큘럼 운용이 보다 쉬워지고, 강사들의 경우도 첫해에는 못해도 다음 해에는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므로 불만의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2011년 만들어진 강사법이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하고 계속 연기된 것은 강사 한 사람에게 한 학기당 3과목을 1년 이상 허용함으로써 다른 강사들의 강의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수들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시행을 거부한 것이다. 지금도 대학재단들 속내는 강사법을 폐기하는 것일 것이다. 따라서 교수들이 개정된 강사법에 반발한다면, 그것은 강사법 반대 운동에 좋은 빌미가 되어 결국 강사법 폐기 수순으로 갈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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