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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와 평화협정 하나로 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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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와 평화협정 하나로 합해야

[정욱식 칼럼] 평화, 진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계속 겉돌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입구라고 일컬어져 온 '연내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초기 조치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는 기약조차 없는 상태이다.

이로 인해 북미관계의 신뢰 게임이 아니라 다시 불신 게임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선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최대의 압박"이 다시 회자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이 또다시 '선(先) 비핵화'로 회귀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불신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 북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해 남한이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북한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남한의 대북정책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은 연일 무역전쟁의 불을 내뿜으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협력은 고사하고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내에선 중국을 비핵화의 훼방꾼으로 묘사하는 것이 또다시 유행하고 있고, 중국 내에선 미국이 북미공동성명 이행을 주저하는 이유를 '중국 봉쇄론'에서 찾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교착 상태의 장기화, 혹은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통일외교국방 정책과 전략, 그리고 인적 진용을 재정비하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절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합쳐야 산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분리된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하지만 그 한계는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7월 6~7일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것처럼 분리된 상태로는 병행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과 핵 신고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북한은 이미 북미 공동성명의 초기 조치를 이행한 만큼 이제는 미국이 종전선언으로 성의를 보일 차례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완전한 핵 신고부터 먼저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정컨대, 북한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이렇게 반박해왔을 것이다. '교전 상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핵무기를 신고하는 법이 어디 있냐?'

종전선언과 핵 신고는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초기 단계에 해당된다. 초기 단계에도 이렇듯 병행된 진전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과 이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들, 그리고 평화협정의 이행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완료는 더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새롭고도 창의적이며 담대한 접근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는 '합쳐진 병행'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합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종전선언과 완전한 핵 신고를 하나의 선언문에 담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고, 북한의 핵 신고 제출을 사전에 확약받고 종전선언을 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것과 북한의 핵 신고를 병행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평화협정을 2단계로 나누어 1단계 기본(잠정) 평화협정과 북한의 검증 수용을 포함한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의 동시적 이행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7월 7일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담을 위해 평양 백화원 초대소 영빈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나로 합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관계정상화를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하나로 합쳐서 추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종의 '일궤병행'인 셈이다. 가령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에 관한 협정'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 제안은 판문점 선언과 북미 공동성명의 합의 사항과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일괄타결과 구체적이고 가시적이며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이행조치를 포함한 협정이야말로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가능케 하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느냐'는 오랜 논란과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셈"이라는 의구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하나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운데, 두 가지를 섞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비핵화가 어려운 핵심적인 이유는 평화체제에 획기적인 진전이 없기 때문이고, 그 역의 관계도 성립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기한 방식은 문제 해결을 더 용이하고도 신속하게 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이제는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합쳐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살아날 수 있다. 이를 주도해야 하고 또한 주도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더 이상 북미 협상 구도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미관계와 관련해선 한국이 메신저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평화체제와 비핵화에 대해서는 당사자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즉, 양자 회담 이외에도 남북미, 남북미중, 6자회담 등 다자 회담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실 평화체제에 가시적인 결과들을 하나둘씩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안심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명예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또한 평화체제 프로세스는 북한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체결 당사국들과 아시아 및 세계 평화에 크게 이바지하는 '국제적 공공재'에 해당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미국 대통령에게도 큰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납득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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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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