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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다음날, 칠순 노모가 앓아누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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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선거 다음날, 칠순 노모가 앓아누우셨어요"

[30대, 정치와 놀다]"민주당, 사람 불러와도 안 될 거 같아요"

'멘붕'(멘탈 붕괴) 상태. 4.11 총선 결과를 보고 야권을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야권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선거에서 야권은, 특히 민주당은 처절하게 깨졌다.

왜 졌을까? 이미 여러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의 오만과 무능이 핵심적으로 지적됐다. 실제 30대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갖고 있는 불신은 생각보다 컸다.
"직업이 정치인 사람들이 생업이 있는 국민들만큼의 치열함도 안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 '대선 안 되더라도 우리 가진 것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지적도 나왔다.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절감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부산경남 등에서 1000표차 미만으로 승부가 가린 경우가 이번 총선에서 유독 많았고, 이로 인해 의회 권력 자체가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면서 '제도의 문제'를 새삼 깨닫게 됐다고 한다.

국회의원 수를 대폭 늘이자, 의원 중간 평가를 받게 하자, 정당투표 자체를 1인 2표제로 하자, 대선에선 결선투표를 도입하자 등 30대 유권자들이 제안하는 제도의 변화는 언론이나 소위 정치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폭이 크고 근본적이었다.


4월 총선 결과와 이후 대선 국면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갔던 5번째 '30대, 정치와 놀다' 방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패널 소개

박하선 : 나이 서른 셋. 집회 현장에서 만나 눈 맞은 남편과 돌 지난 딸을 둔 열혈 워킹맘.

송새벽 : 나이 서른 둘.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태권 : 나이 서른 여섯.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자녀는 셋.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서른 아홉.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듦.

지성 : 올해 서른 셋, 남자. 생후 120일 된 '따끈따끈한' 아들이 있는 직장인이다. 어머니가 권사인 개신교 집안이라 어릴 때부터 대형교회에 다녔으나 고민 끝에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함.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서른 아홉.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 (서른 하나, 싱글녀), 프레시안 기자 3(만 스물 여덟, 싱글남)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아침에 일어나니 전국이 빨갛더라구요"

▲4.11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너무 의외의 결과가 나왔죠. 오늘 못 오신 패널 중 한 분이 프랑스에서 "저 개표방송 봤는데 '멘붕' 상태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제일 '멘붕'된 건 기자들이었을 것 같지만요. (웃음) 다들 개표결과 보신 느낌이 어떠셨는지.

임재범 : 11시까지 개표방송 보다가 이상하길래 '아, 뭐야. 자고나면 바뀌어 있겠지'하고 아무생각 안하고 잤는데 자다가도 막 궁금한 거에요. 이제 TV에선 안 하니까 휴대폰 꺼내가지고 보니, 11시 때보다 더 심하게 빨개. 그냥 전국토가 빨갛더라고. '에이 씨, 몰라'하고 또 잤죠. 아침 되니까 아무 생각 없고.

그런데 조금 지나 생각해 보니까 '기대치가 너무 컸나? 어떻게 보면 그렇게 완전히 쫄딱 망한 건 아닌데'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본적으로 생각했던 기대치에는 못 미치죠. 더구나 새누리당이 1당 먹을 줄은 진짜 몰랐어요. 근소한 차로 2당이 되거나 설사 1당을 하더라도 거의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1당에 과반까지 됐잖아요. 갑자기 '멍'한 게….

박하선 : 개표방송을 끝까지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답답하기도 했는데, 다음날부터 저희 시어머니가 앓아누우셨어요. 저희 시아주버님이 한 공기업 노조에 계신데 해고되셨다가 투쟁해서 이번에 복직되셨거든요. 시아주버님이 '민주당이 이겨야 앞으로 제가 살기가 편합니다'라는 얘기를 시어머니한테 해서 시어머니가 그걸 너무 마음에 새기신 거에요. 칠순 노모가 그걸 새벽 두시까지 보셨대요. 보면서 속앓이를 하신 거죠.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우리 아들한테 문제가 될 줄 알고 앓아누우셔서 지금도 몸이 안 좋으시거든요. 그래서 참 선거가 여러 사람 죽이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새누리당한테 저렇게 퍼주지는 않겠지 하는 희망으로 야권단일후보 찍어주고 정당 지지할 때는 다른 당을 찍고 그렇게 했는데….

새누리당이 그렇게 많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박근혜가 사실 잘 한건 없잖아요. 야권이 못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거지. 잘한 건 없는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빛을 본 게 아닌가 해요.

이태권 : 저는 출구조사 때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봤는데, 왜냐하면 전체 판세보다는 부산이라든지 이런 곳에 주목했거든요. 출구조사가 레인지(범위)가 너무 넓게 엉터리로 나왔는데, 의미 있는 지역들, 부산에서 보면 최인호도 이기게 나오고 문성근도 이기게 나왔잖아요. 저는 부산에서 4~5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개표가 진행되니까 이게 막…. (웃음) 끝까지 보진 못했죠, 술 먹느라고. 술자리 분위기가 우울해지더라고요. 그 이후 며칠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이러면 대선에서 정권교체 하더라도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더라고요. 평소에 정치 관심없는 사람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요.

이번 선거기간 내내 느꼈지만, 이번 선거는 정말 정치적으로 각성한, 정부의 말도 안 되는 무능함과 뻔뻔함에 분노를 느낀 국민들이 판을 만들어 놨는데, 그 운반수단이 되고 도구가 될 정당들이 너무 못한 게 아닌가 해요. 뭐냐면 수도권의 (야권) 지지, 이런 건 굉장히 놀라웠잖아요. 놀랍게도 권영세 같은 사람도 떨어지고 그랬는데, 그런 수도권 고학력층·중산층의 열망들이 지방까지 퍼지게 하고 계층적으로도 커지게 해야 하는 게 야당이 선거에서 했어야할 역할인데도 야당이 그걸 너무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하선 : 전 그 부분에 있어서 언론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봐요. 이명박 정권이든 새누리당이든 자기 도구들이 너무 많았다는 기분이죠. 지상파 3사는 물론 YTN부터 웬만한 힘 있는 방송들은 그런 부분이 있고, 그걸 상대로 싸우는 우리의 언론들은 너무 비주류에 가깝고 그래서….

이태권 : 제가 보기에는 그런 언론환경은 상수고, 이번에만 그런 게 아닌데요.

박하선 : 이번에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해소가 됐지만 지방은 극복하지 못했어요. 지방은 이런 걸 많이 듣지 않으시니까. 그런 데서 판세가 뒤집어진 게 아닌가 해요. 물론 과거부터 늘 해왔던 거지만 적어도 MBC나 KBS까지 이런 적은 없었잖아요. 그런데 뉴스를 보고 있으면 울분이 올라오는 상황이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상파 뉴스 안 본 지 되게 오래됐거든요. 저같이 외면하는 사람이 주변에도 많죠. 그런데 지방 사람들은 그게 유일한 창구니까 그걸 믿을 수밖에 없는 거죠.

임재범 : 지방이라고 팟캐스트 안 듣는 건 아니잖아요?

박하선 : 아예 안 듣는다기보다는 듣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거죠. 여론을 형성할 만큼 주류가 아니라는 거고.

임재범 : 저는 그렇게 안 보는데, 지방에서도 부산 같은 경우 의미가 있겠죠. 득표율이 40%까지 나왔잖아요. 출구조사 때 보니까 젊은 친구들은 거의 다 야권을 찍었어요. 투표율도 2배로 올라갔고. 예전에는 이 사람들이 아예 투표를 안 했어요. 왜냐, 찍을 사람이 없어, 다 함량미달이야, 야권 후보도 찍을 사람이 없고 여당은 더더욱 그런 거죠. 그런데 지금은 있었단 말이죠. 지방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총력전을 펼친 것 같아요. 그런데 벽을 못 넘은 거죠.

박하선 : 저는 고향이 목포인데, 다들 서울로, 서울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목포 시내를 가보면 젊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요. 아무리 지방에 살고 있는 젊은이 대부분이 찍는다 하더라도 전체 표에 비하면 정말 일부일 수밖에 없는 거죠.

"'야구나 보자' 하다가 '그러다 MB가 됐는데'"

프레시안 : 지성 씨는 선거방송 보신 소감이 어떠셨나요?

지성 : 제가 투표하고 출구조사에 응답했거든요. 보니까 5명 중에 1명씩 한다는 것이고 투표한 정당, 나이 이런 걸 적더라고요. 그래서 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틀릴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역시 새누리당이 세구나'라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죠. 이길 줄 알았는데 지니까 실망감이 커서 다시 정치 냉소주의로 돌아가고, 그래서 '야구나 보자' 이렇게 되다가 '아, 그래도 그래서 이명박이 됐는데 또 그러면 안 되겠다' 이런 느낌도 들고요.

다음날 회사에 가서 사람들하고 다 같이 술을 먹었어요. 사무실이 다 제 나이고 80~90%가 야권 지지자거든요. 지금까지 해 본 선거 중에 가장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선거라고들 하죠. 기대를 했기 때문에 너무나 충격적이었죠.

프레시안 : 아니, 처음에 기대를 얼마나 했길래요?

지성 : 언론 기사들을 보면 대체로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나 야권이 이긴다고 많이 했었잖아요. 그런데 고성국 박사가 그 얘기를 했었어요, 자기가 보기에는 새누리당이 이긴다고. 좀 찜찜했는데, 아니 그게 맞더라고요. 고성국 박사가 다시 보였어요.

프레시안 : 그래서 고성국 박사 별명이 '갓(God)성국'이 됐어요. (웃음)

지성 : 맞아요. '작두 탔다'는 얘기도 있고.

이태권 : 고 박사의 근거는 뭐였어요?

프레시안 : 그 분은 원래 분석을 하시면서 보수를 '상수'로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세요. 한국은 기본적으로 보수사회다, 그런데 진보진영에서 박근혜나 새누리당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는 거죠. 또 지역변수를 보면 기본적으로 영호남 의석수 차이가 20석 정도 나는데 야권이 과반수를 한다는 게 솔직히 너무 기대가 컸다는 거죠.

임재범 : 접전으로 갔던 데서 표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실제로 막판에 '김용민 막말'이나 어떤 변수들이 작용을 해서 의석수가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된 건지?

프레시안 : 접전지가 많았던 건 확실해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접전지에서 거의 다 졌죠. 1000표차 미만으로 진 지역이 많아요.

임재범 : 민주당이 10석만 더 했어도 새누리당이 백 사십 몇 석에 민주당 백 삼십 몇 석, 이렇게 됐을 텐데….

"민주, 김용민 확실히 끌어 안던지, 내치던지…왜 국민에 선택 떠넘기나"

▲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다" ⓒ뉴시스
프레시안 : 왜 새누리당이 이겼다고 보시는지 좀 듣고 싶네요.

임재범 : 새누리당은 기본으로 지지층이 좀 있고, 이번에 진짜 변화를 확실하게 한 것 같아요. 어떻게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이게 혁명적 발상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진행하면서 내부(의 반대)를 다 누른 게 결국 박근혜 리더십이었죠, 또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의지 같은 것들이 당으로 확 모이면서 일치단결한 거죠. 그래서 당내 공천파동 이런 것도 다 눌러버리고. 국민들에게 '여기는 문제가 있어도 쫙 모여서 간다'는 믿음직한 느낌을 준 것 같아요.

특히 영남권 분들한테는 신뢰를 준 것 같고, 이번에 확실히 그 신뢰 아이콘이 박근혜가 된 거죠. 사실 민심이 '반(反) MB'인 건 맞아요. 사람들이 MB는 싫은데, MB가 싫다고 박근혜를 안 찍는 게 아니라는 거죠. MB와 박근혜는 다르다, MB는 과거권력이고 박근혜는 MB와는 다른 새로운 권력이다, 그걸 도와주고 지지해 주자,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민주당은 욕심이 많아가지고….

이태권 : 저는 한나라당이 잘했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너무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새누리당의 승리라기보다 야권의 패배라는 거죠.

또 지역주의 구도 말고 현 선거제도 자체에 대해 사람들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아주 기본적인 대의제조차 관철되지 않는 선거판이라는 거죠. 국회의원 수를 몇백 명 더 늘리고 세비는 반으로 깎고, 아주 극단적으로는 추첨제를 해서 2년씩 맡기는 식으로 랜덤(무작위)하게 뽑아도 지금보다는 더 잘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사람이 하게 해 주고, 잘하는 사람은 더 도와주는 게 답이지 소선거구제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중선거구제가 답이라는 게 아니지만요. 젊은 사람들이 '우리의 민의가 강원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보다 더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좀 많이 하게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새누리당 일사불란하게 잘하고 뭐 이런 건, 사실 걔들이 그것 밖에 할 게 없잖습니까. 진정한 쇄신은 못했잖아요. 그런데 민주당이 너무 못했고, 전략도 못했고, 선거운동도 못했고, 거기에 선거제도 자체의 문제들이 좀 겹친게 아닌가 싶네요.

박하선 : 저는 광고 쪽 일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전략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새누리당은 '민생'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계속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 하나의 메시지로 계속 '푸시'(밀어붙이기)를 해요. 이명박이 대선에서 이겼을 때도 하나의 메시지였거든요. 경제. 그 때 정동영이 졌던 이유도 여러 가지 메시지들을 동시에 주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똑같았던 것 같아요. 야권은 MB심판과 더불어 '우리가 국회에 들어가면 이것저것을 해주겠다'고 국민들에게 좍 늘어놨는데, 이게 국민들한테 와 닿지 않았다는 생각이에요. 어쨌든 새누리당 전략이 앞섰고 그걸로 인해 승리한 것도 있지만.

또 하나 야권이 잘못한 부분은 민주당 지도부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건데요. 아까 김용민 얘기도 나왔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해서 자신의 진정성이 훼손된 거 자체가 사실 안타까워요. 그런데 어쨌든 지도부가 새누리당이 늘 하듯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다'라고 확실히 끌어당기든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사퇴를 강요했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를 취하다 보니까 이 선택을 국민한테 넘긴 거거든요. 국민은 혼란스러워요. 제가 봤을 때, 국민들 중에 정치적으로 어떤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선택 자체가 스트레스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도부가 '나를 따르라'고 하는 그런 게 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선택을 국민한테 떠넘기다 보니까 그런 게 시민들한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을까, 그래서 흩어진 부분이 있지 않나 해요.

지성 : 언론에서 사실 민주당이 못했다고 하는데, 동의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거꾸로 한번 생각을 해봤어요. 민주당이 그렇게 못했나 하고. 옛날에 한나라당이 계속 노무현에 대한 정권심판론으로 중간선거를 다 이겼거든요. '반노' 하나로 국회의원 선거도, 지방선거도 다 이겼던 그걸 민주당도 생각했던 게 아닐까 해요.

그리고 통합진보당이랑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지역별로 '여기는 너네가 가져가고 어떻게 하고' 다 쪼개서 붙여놨잖아요. 이런 (선거연대)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했고, 어느 정도 민주당에서 양보도 했고, 다른 색깔인 통합진보당이랑 완전히 합치는 것처럼 보였잖아요. 어쨌든 노력은 많이 했다고 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걸 보면 그만큼 새누리당이 강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이 들어요.

박하선 : 저는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반대로 이긴 거랑 똑같이 했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거든요. 메시지를 새로운 걸 줘야 하는데 예전에 한나라당이 다 울궈먹은 걸 똑같이 했다는 게 안타까워요.

"민주, 송호창 말고는 가슴 뛰게 하는 인물이 없었다"

지성 : 어쨌든 저는 민주당이 한편으로는 노력을 많이 헀다는 반대급부를 얘기하고 싶은 거고요, 최근에 <정치의 몰락>이라는 책을 한 권 읽어봤는데(☞서평 바로보기) 이 책에서 한국은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정치가 설명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새누리당만 지지하는 사람, 새누리당은 절대 지지 안 하는 사람, 그냥 관심 없는 사람으로 나눠야 한다고. 왜냐하면 새누리당 외의 다른 당은 통합을 해야 겨우 집권하는데, 새누리당만이 자체적으로 집권할 수 있다는 얘기죠.

새누리당이 그만큼 큰 상수라는 걸 그걸 제가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이길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하다가 '아! 역시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무서워지는 게, 박근혜가 갑자기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신뢰감이 느껴지고, 나라를 진짜 사랑할 것 같고, 안철수는 안 나와도 될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삼촌들이나 우리 어머니 만나서 '아, 역시 박근혜'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걸 들으면 마음이 막 동조되는 거에요. 민주당이 너무 그러니까. 민주당도 노력을 많이 했는데, '역시 새누리당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레시안 : 사실 총선 전에는 총선에서 야권이 다수당이 되고,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말아먹으면서 대선으로는 위태위태하게 가지 않을까 했는데요. 총선 결과를 보니까 대권도 그냥 박근혜가 되겠다, 새누리당과 박근혜가 참 강하다는 그런 생각이 자꾸 들긴 했어요.

이태권 : 그런데 이번 투표 결과를 대선에 대입해 보면 1997년 대선처럼 야권이 아슬아슬하게 이기거든요. 총선은 제도적으로 의석 수가 많이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제도의 한계가 있다고 봐요.

민주당은 어쨌든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강도 높은 지지와 분노를 보낸 국민들이 보기에는 너무 부족한 게 많았다는 거죠. 지성 씨가 말씀하신 대로 새누리당이 '상수'이기 때문에 통합은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 통합 과정에서도 서울 관악을 지역구 문제라든지 문제가 많았잖아요. 경선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문제도 많고, 서로 찌르고, 그래서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뒤집어엎을 수 있는 지역구가 수십 개라면서요? 이런 걸 보면 민주당이 못했다는 거죠. 불공평하긴 한데, 야당은 한국에서 훨씬 더 잘해야 된다는 거죠. (웃음)

지성 : 그렇죠!

프레시안 : 야당이 제일 못한 게 뭐 같아요?

이태권 :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자기 이익만 생각한 거죠. 다른 건 다 빼고 총선에서 '아, 이사람 좋다' 하는 인물이 저는 이번에 송호창 정도밖에 없었어요. 역대 선거에서 야권이 어땠나요. '보스정치'이긴 해도 YS가 캐스팅한 사람들 중에 좋은 사람이 많았어요. 노무현이 그 케이스 아닌가요. 또 DJ가 매번 총선마다 캐스팅한 그런 사람 중에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인물들이 있었다고요. 그러니까 열세임에도 버텨온 건데 17대부터 '탄돌이'들이 나오면서 인물이 없어졌잖아요.

지성 : 예를 들면 정봉주? (웃음)

이태권 : 이번에는 정말 비례대표까지 망라해도 다섯 손가락을 꼽아요. 우리나라에 좋은 사람이 이렇게 없어졌을까요? 그런 것도 있겠지만 특별히 이 시기에만 인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면 최고위원들이 자기들 밥그릇 챙기느라고 그런게 아닐까 하는 거죠. 이 사람들한테는 시민들이 이렇게 본노하고, 의회권력이 바뀌기 바라는 건 안중에도 없고 일단 자기 계파 사람들 박아 넣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닌가 해요.

그리고 너무 사령관들이 많아가지고…. 저는 아예 김용민은 공천을 하면 안 됐다고 봐요. 거기는 '인디'고 여기는 제도정치란 말이죠. 또 얼마나 당이 우스웠으면 KBS 노조가 문건을 확인도 안 하고 선거를 좌지우지하겠다고 그렇게 했겠습니까. 그게 물타기가 돼서 오히려 김용민보다 영향이 컸다는 거 아니에요?

이런 전략과 컨트롤타워(사령탑)로서의 역량 부재가 있어도 인물만 굉장히 좋았으면 바뀌는 게 많았을 거라고 봐요. 어쨌든 총선은 사람 놓고 뽑는 건데 사람이라는 '원재료'가 너무 부실했고, 그건 각 계파의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보면 송호창, 은수미 정도? 생각나는 인물이 없잖아요. 예전 총선 때는 열 사람이라도 있었다고요.

임재범 : 그러니까 판이 좋으니까, 뭘 해도 될 것 같으니까 '이번이 내 계파 사람들 심어넣기 참 좋은 기회다' 했을 거고 그러니가 그 공천파동 문제도 터진 거겠죠.

이태권 : 그리고 웬 검사들을 그렇게 많이 받아들였는지…. 한나라당 뒤쫓아 가려고 하는 건가요?

박하선 : 박영선 같은 경우도 사퇴했잖아요, 저는 그런 것 자체가 책임을 안 지는 거라고 봐요. 모바일 국민경선을 해서 진짜 간절함을 담아서 뽑아준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그렇게 쉽게 '그만둘 거야'라고 하는 게 사실 실망감을 많이 주지 않았나요. 사실 최근 들어 박영선 지지자들이 많아졌고, 박영선이 당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액션을 보여주는 게 좋았을 텐데 '안 할래요' 하고 손을 놔 버리니까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그래서 점점 원하지 않는 김진표 같은 사람이 세력을 키워나가게 도와주는 거잖아요. 사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절대 그런 거 없더라고요. 함부로 자기 직을 사퇴하거나 이런 일이 많이 없고, 늘 '책임'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계속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진보 쪽은 명분이라는 걸 너무 내세우다 보니까 조금 그렇지 않나…. 결국 어떻게 보면 회피하는 것 같고, 믿을 사람들 없어지고 그런 안타까움이 있는 것 같아요.

이태권 : 저번에도 민주당이 <슈퍼스타 K> 방식의 청년비례대표 제도가 히트를 칠 거라고 해서 제가 '웃기지 말라'고 했잖아요. (☞지난 기사 바로보기)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안일한 생각들이 있다니까요. 대중들이 어떤 시대정신과, 그 반영체인 정치적 대표를 바라는지에 대해 정치적 감이 없는 것 같아요.

"역시 새누리당이 세구나 싶었어요. 후보가 '듣보잡'인데도…"

프레시안 : 국민참여경선으로 공천하는 것도 패착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아니, 당 대표가 공천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걸 국민한테 떠넘기면서 '니들이 참여 안해서 그렇다. 왜 우리 탓을 하냐' 이러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닌가, 다시 해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박하선 : 특히 지방은 정말….

지성 : 제 지역구에서 민주당 ○○○ 전 의원이 됐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그 분을 좋아했어요. 새누리당은 현역의원이 공천을 받을 줄 알았는데, 현역의원을 떨어뜨리고 처음 보는 사람을 공천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10%포인트 이상 이기겠다 싶었는데 겨우 4% 차이 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서민 동네인데도 왜 4%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 났을까, 역시 새누리당 대단하구나, 듣보잡한테도 4%밖에 못 이기는구나 싶었어요.

박하선 : 새누리당 후보들 보면 진짜 할 말이 없잖아요. 토론회 안 가고 그냥 400만 원 내겠다고 하질 않나. 제 집이 안산인데, 상록갑의 박선희가 키워드 1위까지 하고 완전 큰 이슈였잖아요. 그 (토론회 도중 도망가는) 영상이 얼마나 쪽팔린지, 주변에서 막 저한테 물어보세요. 얘 뭐냐고. 저는 실제 유세하는 장면을 봤어요. 제가 봐도 조신한 그녀에요. 처음에는 수줍어서 그랬나 하고 좋게 생각했는데 전직이 시의원이었던 거에요. 시의원 출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런 새누리당 의원들이 더 많다면서요? 더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이 당선이 됐을 거 아니에요?

이태권 : 그 당 지지자들은 항상 '묻지마 투표'니까 당선이 되는데, 야권을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무당파잖아요. 뭐 하나라도 요건이 안 맞으면 투표장에 안 나가는 거에요.

프레시안 : 제가 사는 서울 중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도 감기로 토론회에 안 나가서 저는 박선희 후보한테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웃음) 혹시 이번 총선에서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되신 분 있나요?

이태권 : 저는 지역구 후보도 안 되고 정당도 안 됐어요. 제 지역구가 송파갑인데 민주당 후보를 보니까 사퇴한 전현희 대신 서울 강동을 경선에서 떨어진 참여정부 법무비서관 박성수를 냈더라고요.

지성 : 제가 결혼 전에는 강동갑에 살았어요. 거기는 이번에 민주당에서 이부영이 또 나왔잖아요. 저는 이부영 좋아하는데. 어머니 아버지나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니 그 사람이 왜 또 나오냐'고 하시더라고요. '3선하고 그만큼 했으면 됐지 왜 또…' 이러시면서. 거긴 새누리당 후보도 시원찮았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된 거에요. 아, 역시 새누리당! 큰일이에요, 마음이 자꾸 새누리당으로, 중도로 가고 있어요. (웃음)

이태권 : 하하하. 아까는 민주당 옹호하셨잖아요?

지성 : 그러니까 머리로는 그런데…. (웃음)

이태권 : 제가 정당투표에서 찍은 정당은 해산돼서 슬퍼했어요.

임재범 : 저도 기분좋게 투표하러 갔는데 지역구나 비례나 둘 다 사표가 돼 가지고….

프레시안 : 제가 사는 마포을에서는 사실 정청래가 당연히 되는 거였는데, '또 하나의 리그'로 강용석과 청년당 후보가 얼마나 차이가 나나 하는 게 제 관심사였죠. 그래도 강용석이 높게 나오더라고요.

박하선 : 재미로 찍은 분들이 좀 있을 거에요.

ⓒ프레시안(최형락)

"정당 투표, 1인 2표제 하면 안될까요?"

프레시안 : 아까 정당 해산 얘기를 했는데, 이번 투표율 특징 중 하나가 양당으로 쫙 갈린 거잖아요. 자유선진당도 완전히 망해 버리고,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나오긴 했지만 정당득표율은 기대보다 훨씬 낮았죠. 이렇게 양당으로 쫙 갈리면서 소수정당들은 아주 저조한 성적을 얻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미국식 양당제로 가는 걸까요?

지성 : 선거구제가 중요한 거죠. 소선거구제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프랑스처럼 1차 투표에서 찍고 싶은 당을 찍고, 과반이 없으면 2차 투표를 하는 이런 제도가 있어야 1차 투표에서 찍고 싶은 당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잇는데.

그런데 정치인들이 그 제도 안에서 기생해서 잘 멀고 살고 있는데 그걸 희생할까요? 저도 개인적으로 다른 데도 좀 찍어보고 싶어요. 진보신당 이런데도 찍어보고 싶고. 이번에는 무조건 '반 새누리당'이어서 민주당으로 밀어줬지만, 옛날에 이명박이 당연히 당선될 때는 민주당 사람 안 찍었고, 2008년 총선 때도 진보신당 찍고 그랬죠. 그런데 저번 서울시장 선거 때 제가 노회찬을 찍었거든요. 그때 제가 '아, 당했다' 싶어서 이번엔 민주당으로 밀었죠.

제 와이프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제가 민주당을 찍으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니 후보는 두 명밖에 없으니 민주당 후보를 찍고, 당은 녹색당을 찍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니 왜, 녹색당을 왜 찍었냐'고 물어봤더니, 아! 반핵, 반핵이 마음에 든다는 거에요. 제가 한 대 맞았죠. '맞아, 이것도 소중한 표인데 사표가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재범 : 정당투표는 1인 2표제 하면 안 되나요? 2개 찍을 수 있게.

이태권 : 참 이번에 '한나라당'은 몇% 나왔어요?

프레시안 : 0.9%

이태권 : 우리나라 사람들 똑똑하네? (웃음)

박하선 : 아니죠. 우리나라 사람들 단순해서 1번이잖아요.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0.9%인데, 국민생각은 0.7%에요.

임재범 : 한나라당이 굉장히 많이 얻었네요. 제일 뒷 번호라 눈에도 띄고. 새누리당 옛 이름만 먹고 선거운동을 했나 뭘 했나, 한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많이 나왔네요.

박하선 : 이번에는 다들 사표가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 그러니까 투표한 사람 대부분이 '나는 반MB 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몰아주기를 하다 보니 진보신당 같은 데서 많이 표를 얻지 못한 것 같아요.

임재범 : 그런데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진보정당들은 여론조사 때보다 늘 낮게 나왔던 것 같아.

박하선 : 투표소 안에 들어가서 마지막에 갈등하는 거죠. (웃음)

이태권 : 제도가 못 버텨주는 것 같아요. 대선은 프랑스처럼 결선투표 하고, 총선은 정원을 확 늘여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웬만한 결함만 없으면 하게 해주면 되지 않나요? 예컨대 15% 이상만 표 얻으면 다 국회의원 하게 해 준다든가 하고 나중에 평가해서 자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하면 진보신당 같은 당도 의회에 몇 명은 갈 수 있으니까, 거기서 의정활동 하는걸 봐야죠.

프레시안 : 그러려면 투표를 1년에 한번은 해야 하는데?

이태권 : 아니죠, 투표는 처음에 한번 하면 되고 1년 동안 한 걸 모아서 투표 말고 다른 방법으로 자를 수도 있지 않나요?

박하선 :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자질에 문제 있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국회방송 가끔 보면 다 졸고 있고, 출석도 그렇게 안 하고요. 대학도 아무리 대리출석이 많다 해도 저 정도는 아닌데 진짜 공으로 돈을 버는 거잖아요. 지역 같은 데는 시장이든 뭐든 정계 진출을 하는 순간 자기가 투자한 비용의 3배는 벌수 있다는 이런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고, 서울같이 큰 지역은 더 할 거 아니에요.

임재범 : 한국에 생계형 국회의원이 있나요? 있을 수도 있겠다.

이태권 : 유럽이나 이런 데는 정말 최소한만 주는데도 하겠다는 사람 많잖아요. 우리도 하겠다는 사람들은 다 시켜주고 특권은 없애는 식으로 가야 하지 않나요?

박하선 : 그렇죠. 지금 당선되기 전이랑 후가 너무 다르잖아요.

지성 : 그런데 다른 얘기지만, 솔직히 검찰이나 기업 등 다른 데는 안 썩었습니까? 솔직히 정치인들만큼 국민들한테 검증받는 제도가 어디 있어요? 김용민이 2004년에 그냥 인터넷방송에서 막말한 걸로 욕먹는 걸 보면…. 그런데 정치적으로 해결 안 되면 다 법원으로 보내라고 하는데 그럼 판사는 얼마나 위대하길래요. 판사가 무슨 신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이럴수록 정치인에게 희망을 걸어봐야 하고 힘을 실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인은 그나마 검증이라도 받지만, 검사나 판사는 검증 받습니까? 자기들끼리 알아서 다 하지. 문대성 같은 사람 보면, 이번에 국회의원 안 나왔으면 검증 됐겠어요? 영원히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을 그런 상황인 거죠.

박하선 :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괜찮아지면 그들이 사회 전반을 바꿀 수 있는, 법을 만들 수 있는 큰 힘이 있잖아요.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은 필요없을 것 같아요. 그 권력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을 안 하면, 그런 의욕이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진입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이태권 : 걸리는 놈만 걸리는 거죠. 어떤 사람은 집안이 다 해먹고 걸려도 또 당선 되잖아요. 국민이 심판하는 것보다 언론에 찍히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민주당, 국민들 만큼의 치열함도 없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총선 때 못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그 결과 한명숙 대표가 물러나고 새 지도부 뽑잖아요. 이제 대선 체제로 가야 하는데 이런 걸 좀 잘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점이 있다면요?

박하선 : 그런데 원내에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고 원외에 권력을 줄 만큼 마음이 넓은 사람들도 아니고. 송호창이 뭘 하겠어요, 아니면 누가 뭘 하겠어요? 그 사람들은 아무리 해봤자 비주류에요. 지금은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일동 : 아, 우울하다. (다시 한숨)

임재범 : 새누리당도 물론 내부적으로 보면 정치공학을 생각하고 했겠지만 국민들한테 비치는 모습은 그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뭘 할 테니까 도와주세요, 우리가 해보이겠습니다' 이런 메시지인데 민주당은 거꾸로 '우리를 일단 국회의원 시켜주고 대통령 시켜주면 원하는 걸 해줄게요' 이런 건데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도 분명하게 얘기를 못 해요. 일단 되면 의견도 들어보고 해 줄게요, 이런 분위기에요 신뢰가 안 가요.

차라리 확실한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가 민주당도 나오면, 그 사람 중심으로 모여서 대선까지 뭔가 하나의 흐트러지지 않은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또 대선 이후까지 책임질 수 있다면 승산이 있겠죠.

프레시안 : 그게 누가 될까요?

임재범 : 아직 안 보여요.

프레시안 : 사람 불러야 되나요? (웃음)

박하선 : 사람 불러도 안 될 것 같아요.

임재범 : 지금 강력한 리더십이 만들어질지도 의문이에요.

이태권 : 민주당이 암울하지만, 2002년을 되돌아보면 2002년 이맘때도 굉장히 암울했어요. 그때도 광주 경선 하고 나서 그 바로 다음에 노무현이 대선후보로서 지방선거를 했는데 참패했잖아요. 그러니까 갑자기 후단협이 등장해서 정몽준이 사퇴한 대선 전날까지도 사람들이 노무현을 흔들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그때 진짜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안 좋아요.

단기적으로 카리스마 있게 하든지, 아니면 당을 거의 공중분해해 시민사회에 오픈해서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로 대선 후보를 뽑으면서 당의 기초를 새로 다지는 방식? 이게 바로 '사즉생'이거든요. 그러니까 누가 완전히 휘어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리로 가든지, 아니면 완전히 열어 놓고 '우리 당의 자산과 모든 걸 열어놓겠다. 올해 한번 정말 이겨보자' 이런 식으로 당이라는 껍데기를 해체하면서 플랫폼을 만들든지 이 양 극단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이 중간으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하선 : 그런 플랫폼 못 만들 것 같아요. 오픈했으면 좋겠는데, 요즘 민주당에서 하는 얘기 있잖아요. "안철수, 우리가 오픈할 테니 빨리 우리 당으로 들어와서…" 이러는 게 굉장히 오만하게 보이거든요. 오히려 안철수에게 점수를 주면서 민주당은 끌려가는 모양새죠. 왜냐, 안철수에 대적할 만한 인물을 내보이면 되는데 계속 '들어와라, 함께하자, 너랑 맞장떠서 검증하겠다' 이렇게 달려들잖아요.

그런데 안철수는 어떤 코멘트도 없어요. 한 가지만 얘기하잖아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는 딱 한가지 얘기만 하고 다른 얘기 전혀 안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새누리당에 버금가는 전략가인 거죠. 그러니까 요즘은 매달려있는 모습 보면 민주당이 너무 치졸해 보여요. 안철수 얘기를 하면 언론에 보도가 되니까, 자기 이름을 언론에 한 번이라도 더 노출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까지 들 정도로 너무 애절한 거죠. 안타까워요.

안철수가 들어올 생각이 없다면 자기 인물을 내세워서 새로운 메시지를 주면 되는데, 그걸 못하니까 이렇게 하는 거잖아요. 내부에서는 아무래도 인물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 뭔가 다른 결단을 하려면 가진 걸 버려야 하는데,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이태권 :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안 되더라도 우리 가진 것만 다 지켜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왠지 많을 것 같아요.

임재범 : 집단적인 권력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요. 모든 걸 다 버리더라도 꼭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그런 게 안 보여요, 진짜.

이태권 : 가진 걸 버리더라도 국민 절반의 염원을 실현시켜주겠다는 게 안보이니까, 사실 '자기 걸 지킬 수 있다면 박근혜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치열함이 안 보여요. 이 사람들은 (정치가) 직업이고 국민들은 직업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참여를) 하는 건데, 민주당에 있는 정치인들은 국민들 만큼의 치열함도 안 보여요.

지성 : 아, 진짜 짜증난다. 제가 미대 나와서 컬러에 민감한 우리 와이프한테 '한나라당이 바뀌어도 빨간색은 안 쓴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빨간색을 딱 쓰는 걸 보고 '와, 역시 대단하다. 박근혜 역시 신뢰 가'라고…. (웃음)

박하선 :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만든 조동원, 그 사람이 진짜 전략가죠.

지성 : MBC <100분 토론> 나와서는 완전 코미디였는데.

이태권 : 그 사람이 뭐 기발한 전략을 했다기보다, 광고에서는 당연한 거잖아요. 지난 이미지 버리기 위해서는 다 반대로 일관되게 해야 하는데, 저는 그 사람보다 그걸 받아준 박근혜가 대단한 거 같아요. 박근혜가 굉장히 명석하다는 그런 게 아니라, 이 사람은 누구를 믿으면 디테일 같은 건 안 보고 다 맡기는구나 하는….

박하선 : 제가 듣기로는 원래 박근혜는 주변에 손발이 돼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다 해주면 써준 사람만 믿고 하는데, 자기 의견이 없으니까 즉흥적인 기자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항상 못하지 않냐는 거죠.

프레시안 : 아닌 것 같은데. 박근혜는 똑똑한 것 같아요. 말을 잘 못하는 건 조심을 워낙 많이 해서 그런 것 같고요.

임재범 : 저도 아닌 것 같은데. '수첩공주'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저도 컨닝하는게 아닌가 했는데, 지금까지 쭉 보면 굉장히 동물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느낌이에요.

박하선 : 그거야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해봤고, 어찌됐든 태어나서부터 그런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본인이 정책을 만들어낼 자질은 없지 않나요?

프레시안 : 삶 자체가 정치이니, 지금 한국에서 가장 오래 정치한 사람일 수도 있죠. 가끔 똑똑하지 않게 보이는 건, 자기 철학이나 노선이 있을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오로지 자기 아버지잖아요. 그리고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도 가치나 이념보다도 '아버지가 건설한 국가를 내가 좀 더 튼튼하게,' 딱 이 정도의 마인드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데요.

박하선 : 가훈을 지키는 마음으로?

프레시안 : 딱 그 지점에서 저는 친노랑 겹친다고 생각되거든요. 친노도 사실 '노무현이 죽었는데 우리가 그걸 이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친노의 문재인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정치철학이 있는지 의문이어서, 그게 박근혜만의 단점이라고 보긴 어려운 게 아닐까요?

박하선 : 박근혜도 그렇고 친노도 그런데, 그들의 발언을 보면 나라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잖아요. 마치 왕과 비슷하게 하는 그런 게 가끔 무섭고 섬뜩한데, 국민들은 그걸 신뢰를 준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친노에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거고.

그런 세뇌를 깨고 이기려면 진짜 대단한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어렵지 않나 해요. 안철수 같은 경우는 사실 국민들의 요구로 더 부각된 사람이라 국민 입장에선 배고픔이 있는 것 같은데,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은 국민이 아니라 자기들이 원해서 나온 거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고 '아직도 배고프다. 인물이 없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박근혜,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마음이…"

프레시안 : 얘기가 대선주자로 갔는데,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보면서 느낌이 어떠셨나요? 저는 솔직히 무섭더라고요.

지성 : 어우, 매력을 느꼈습니다. 마음으로요.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웃음)

송새벽 : TV에 너무 자주 보이더라고요. 우리가 지지하는 당에 비해서 새누리당은 박근혜만 계속 보이는 거에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마치 대선처럼 느끼거나 세뇌가 돼서 그게 승리요건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쪽 당이 되면 민생이 좋아지고 월급쟁이도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선거 전날 퇴근하면서 농담삼아 '어디 찍을 거냐'라고 해서 저는 민주당이라고 했더니 '안 된다. 민주당이 되면 월급쟁이들은 세금 올라갈 거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박하선 : 언론에서 그렇게 나오니까요. '진보가 되면 세금폭탄 맞는다'는 그런 얘기를 하니까.

송새벽 : 우리 팀장도 이제 마흔밖에 안 됐는데 '세금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월급봉투가 세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면서 민주당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하죠.

임재범 : 월급이 너무 적어서 사람들이 힘들어. (웃음)

박하선 : 세금이 오른 만큼 나한테 돌아오는 혜택도 커진다는 얘기도 해야 하는데.

이태권 : 사실 그게 수권능력이라고나 할까, '이만큼 떼어 가면 나한테 이만큼 서비스를 해줄 거다'라는 실력이 진보진영에 안 보이잖아요. 송새벽 씨 팀장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일말의 진실이 있다고 생각해요. '세금 더 많이 가져가면 뭘 해줄게'라고 보여준 적이 없죠.

임재범 : 그냥 떼어 가는 거라고 생각하지.

이태권 : 앞으로도 세금을 많이 올려 받으려면 정말 많은걸 보여줘야 해요. 회사 운영도 똑같지 않습니까. 고객한테 하듯이. 근데 정치인들은 안 그러니까요.

프레시안 : 무상급식 같은 경우, 저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쟁점이었잖아요. 그런데 정말 박원순이 시장이 되자마자 당장 급식비를 안 내니까 제 주변에서는 아이 엄마들이 가장 먼저 반응을 하더라고요.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좋다'고 하면서. 그렇게 현실적으로 피부에 느껴지는 변화가 있어야 민주당을 찍을 수 있는 기반이 되겠죠.

박하선 : 그래서 서울에서 민주당이 많이 됐나?

이태권 : 우리가 문민정부로 바뀌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이제 해방의 정치가 아니라 삶의 정치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세금을 많이 걷으려면 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지성 : 또 저는 옛날부터 FTA를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인준했다가 왜 반대하는지, 제주해군기지도 제가 보기에는 노무현 때 한다고 했는데 반대하고…. 이런 일관성 없는 이미지가 들었던 거죠. 박근혜는 딱 두 가지 이미지는 확실한 것 같아요.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 다음으로는 신뢰감. 이 사람만큼 신뢰감이라는 이미지로 포지셔닝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박하선 : 국민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거겠죠 (웃음)

임재범 : 아무튼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대통령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뭔가 봉사하는 느낌이 들잖아요.

지성 : 박근혜 같은 경우에는 봉사한다는 느낌,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이미지가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결혼도 안 했으니 친척관리 부분도 이명박보다 덜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도 있죠.

이태권 : 저는 그런데 박근혜가 총선 때 그 이미지를 너무 다 써먹어서, 대선 때는 좀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솔직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박근혜가 어디 갔을 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첫째, 한나라당 때부터 버릇이 돼서 동(洞)조직 다 모으는 거고, 둘째, 언론에서 박근혜를 보여줄 때는 많이 모인 사진을 많이 모인 앵글로 보여주는데 한명숙은 연단 위를 비춰줘요. 한명숙도 충청도 갔을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그런 '앵글 조작'들을 좀 하더라고요. 그렇게 형성된 게 있죠.

제가 볼 때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될 사람 중의 하나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답답하죠. 다만 위안을 받는 건, 세계적으로 하향평준화가 돼서 프랑스에서도 르팽이 표를 많이 얻는다든지 미국에서도 롬니가 유력한 대선후보라든지 이런 걸 보면 '우리만 쪽팔리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에요. (웃음)

지성 : 미국은 뭐 부시가 8년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도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들이 2000년에 부시가 되고 난 후 충격이 컸다고 하더라고요. '이민가야 되나' 그러면서. 그런 마음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아, 이대로 이렇게 야구 보다가 넘어가는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아요.

박하선 : 선거 다음날 회사 분위기가 딱 그랬어요. 살짝만 건드려도 짜증을 내고, 그리고 그 날 20대 여성 투표율이 8%라고 유언비어가 돌았었잖아요. 저희 팀에 20대 여자가 한 명 있었는데 제정신이냐며 그날 아주 수난을 당했죠.

임재범 : 실제로는 높았잖아요? (웃음) 저는 걱정스러운 게, 대선에서는 1대1 이잖아요. 1대1로 붙으면 지금 숫자만 봐서는 박근혜가 힘든데, 그러면 박근혜가 떨어지고 다른 누군가가 됐을 때 그쪽 세력들이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는 돼있으니 당선되겠지만 그 다음에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건지에 대한 의문이죠.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막 말을 하잖아요. 거의 '부국강병' 식이지만. 그런데 여기(야권)는 그런 게 진짜 없어요. 국민들한테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할 게요' 하는데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는 게 더 답답한 거죠.

제가 희망적으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1대1로 붙으면 야권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런데 그 다음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발이라도 더 살기 좋아질까,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해줄 그런 준비가 돼 있는가? 19대 국회를 봐야겠지만 지금 현재로는 그런 게 없어요. 서울시장 같은 경우는 거꾸로 뭘 준비하긴 했나 했지만, 되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잖아요. 깜짝 놀랐다니까요. 서울시장 박원순이 제가 알던 그 참여연대 박원순이 맞나 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잘 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야권의 대통령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좀 다른 것 같은데요. 서울시는 시장 한 명의 역량이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대통령은 세력, 즉 보좌하는 집단이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좀 걱정되기도 하죠.

이태권 : 뭘 그런 걸 걱정하고 그래요? 이명박 정권보다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설마? (웃음) 이명박 정부에서도 살아봤는데….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욕하기는 쉽죠. 그런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는데 만약 개판을 친다고 하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실패가 이명박을 탄생시킨 것처럼….

이태권 : …극우정권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지성 : 무섭다, 진짜. 뉴질랜드로 이민가야겠다. 가봤더니 좋던데요?

프레시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치집단이 갖고 있는 의지라는 게 있잖아요. 이걸 이런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면에서 차이가 잇는 것 같아요. 사실 MB정부가 무능한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 의지라는 부분에 있어서 전임 정부들과는 완전히 다른 거잖아요. 사실 노무현 정부는 무능하긴 했지만 적어도 이 정도로 사익을 추구하는 그런 집단은 아니었죠.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는 달랐다는 거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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