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이 이달 중순 방한한 가운데, 청와대는 31일 남북미가 추진하던 한반도 종전 선언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양제츠 위원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회동했느냐는 질문에 "양제츠 위원이 다녀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 정부 간 더 원활한 대화를 위해 비공개했다"며 "양국 현안을 논의했고 합의가 이뤄진 자리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양제츠 위원이 다녀가면서 종전 선언의 주체에 중국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종전 선언의 형식에 대해 "3자가 될지 4자가 될지 가봐야겠지만, 4자 종전 선언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논의 상황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 선언은 기본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나라들끼리 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하는 게 자연스럽냐는 취지에서 그동안 말씀 드렸다"며 "그러나 중국이 종전 선언에 참여하겠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3자 종전 선언이든, 4자 종전 선언이든 종전 선언의 형식보다는 시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형식적인 측면보다는 실제로 이행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12일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 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며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양 정상회담에 대한 고도의 정무적 판단 있을 것"
종전 선언은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청와대는 종전 선언 전후로 평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차 남북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서 "남북 간 문제는 진행 상황에 따라서 속도가 빨리 나기도 하고, 늦어질 수도 있기에 양측 간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 선언에 중국을 참여시킬지 여부는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기에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북미 후속 회담이 교착 상태인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 핫라인이나 한미 정상 통화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지금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양제츠 위원 방한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중국 정부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처를 실질적으로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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