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싱가포르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장기적 시각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보도된 싱가포르 유력지 <스트레이트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반도에서는 세계사적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에서 평화로 역사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면서도 "다만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는 70년간 지속되어온 문제다. 일거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언론 등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대해 '빈손 회담'이라고 혹평하거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부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남북미가 함께 첫 걸음을 뗐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관건은 정상 간 합의의 이행이다. 남북미 정상이 합의한 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다다르려면 구체적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나가는 것"을 제안하면서 "그러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이뤄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잠정 연기·중단 결정 역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표명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실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은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북한의 관심사항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고 이에 따라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주한미군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의제가 아니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7.27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한국전 종전선언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과 관련, 문 대통령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재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상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관계로 나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정체결 등 항구적 평화 정착 과정을 견인할 이정표가 되는 셈"이라며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현재 남북 및 북미 간 추가적인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종전 선언과 관련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회담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간에 추진한다고 돼 있다. 이날 <스트레이트 타임스> 인터뷰에서 언급되지 않은 국가는 중국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문제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 당사국과 논의를 진행 중이고, 논의 내용은 상당히 열려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성과가 있었으나, 한편으로 남북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올라선 것은 이제 불과 6개월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나가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남북이 공존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 나간다면 통일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판문점 선언 마지막 조항과 관련해서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 남북 간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기 등을 확정해나가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로서는 가을 평양 방문을 당장 준비하기보다는 우선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 쌓여가는 과정이 곧 가을 평양 정상회담의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올 가을, 평양에서 남북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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