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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수우미양가 중 '미' 받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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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 수우미양가 중 '미' 받기도 어려워"

[고성국의 정치in]<16>서울시장 준비하는 이계안 전 의원

세종시와 4대강에 얽혀 정국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중에도 내년 지방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거꾸로 매달려도 돌아가는 시계가 국방부에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선거 시계도 국방부 시계 못잖게 정확하다. 내년 지방선거의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이다. 여기에 여야의 모든 정치역학이 응축되고 녹아들어갈 것이다.

오세훈 현 시장을 논외로 하면 이계안 전 의원은 여야를 통털어 가장 먼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사람이다. 서울시를 걸어다니는 것이 그 출발이다. 이계안 전 의원을 여의도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계안 전 의원 ⓒ프레시안

"오세훈, 수우미양가 중 '미' 받기도 어려워"

"서울시장 출마 준비를 시작했나?"
"그렇다. 정치할 때 처음부터 준비를 꼼꼼히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예 처음부터 서울시장을 준비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오세훈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명박'이라는 별명도 있는 것 같던데?"
"그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시장출마할 때 뉴타운을 발표하고 대표 브랜드로 해서 열광을 받았는데 뒤에 온 오세훈 시장은 그거 뒷수습하는 데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사안을 두고 한 사람(이명박 대통령)은 발표하고 한 사람(오세훈 시장)은 이어가는데, 이미 조직의 피로도나 서울시민의 피로도가 엄청나게 높다.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공약이나 정책 중 생각나는 게 하나라도 있나? 나는 하나밖에 생각 안 난다. 뉴타운을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보다 두 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취임하고 나서 보니까 끔찍한 것 같아 취소한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시절 제안한 뉴타운 말고 오세훈 시장의 고유한 아젠더가 애초에 있었는지 의심이 간다."

첫 번째 답변부터 거침이 없다. 오래 생각하고 깊이 느낀 결과일 것이다.

"지난번에 오세훈 시장이 깜짝 등장하는 과정 자체가 그랬던 것 아닐까?"
"오세훈 시장이 내세우는 것이 디자인, 창의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 그 사람 신선하다'고들 하는데 뒤집어 보면 이 사람은 시장 나올 때 아무 준비도 안했다는 뜻이다. 뒤늦게 시장을 하면서 '창의'를 내세워 프로세스 만들고 아젠다를 발굴해가면서 일하고 있다. 시장이 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제한된 예산을 능률적으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오시장이 지금 예산을 잘 쓰고 있나? 정주영 회장 말씀 중에 '니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하고 싶다."

이 전 의원은 서울시 뉴타운, 한강 르네상스 지구, 광화문 광장을 많이 돌아다녀봤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이 벌이는 사업현장을 걸어 다니면서 직접 보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걸어다니면 그런게 더 잘 보이나?"
"한마디로 세금을 허드렛 물처럼 쓰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를 보자. 한강관리의 첫째는 물 관리다. 상암지구 둔치에 큰 나무를 심어 놨다. 보기 좋으라고 심어 놓은 것 같은데 홍수가 나면 그런 나무들이 유속을 죽이기 때문에 피해 면적이 넓어지게 된다. 오 시장이 그런걸 아는지 모르겠다. 예쁜게 다가 아니다. 7월부터 서울 시내를 걸어 다녔는데 보도블록 공사를 매일 본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가 확보돼 있는 곳도 거의 없다. 보도에 자전거도 집어넣었다. 보행자와 자전거와 자동차가 한 길을 놓고 경쟁하는 곳도 있다. 교통법규 같은 도시 운영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오 시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광화문도 자주 걷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오더라. 오시장은 이걸 자기 치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이 광화문 분수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면, 서울에 정말 갈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연이 심해 공기도 나쁘다. 두 시간 지나면 목이 아프다. 오시장은 그런 문제를 위해 어떤 배려를 했을까 묻고 싶다."

▲ 이계안 전 의원 ⓒ프레시안
"청계천처럼 서울광장도 시각효과(visual effect)를 노렸다고 보는가?"
"서울광장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치매노인 요양센터, 청소년 수련관을 구마다 짓고 있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같다. '저거 내가 지었다'고 보여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치매노인요양센터를 지으면 노인들을 몇 분 모실 수는 있지만 수용 인원은 한정될 것이다. 건물 짓는 예산을 풀어서 간병인 같은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을 노인들의 집에 파견한다면 어떨까?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소프트웨어에 투자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 복지 예산도 시각효과를 노리고, 정치적인 치적을 만드는 식으로 쓴다는 것인가?"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광화문에 한 것들이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이 박하다. 한나라당에서도 시장출마 희망자들이 슬슬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이들이 오세훈 시장보다 더 나을 거라고 보나?"
"내용은 봐야 하겠지만 선거만 보면 그렇다. 오시장하고 선거를 하면 지난 4년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시장되고 나서 이 대통령 숙제(뉴타운)만 했고, '창의'를 앞세워 시장되고 나서야 자기 일을 만든 후보를 뽑았었는데 지난 4년간 과연 서울시민의 삶의 질이 좋아졌느냐, 라고 물을 것이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가 선거가 되기 때문에 공격 포인트가 많다?"
"그렇다. 오세훈 시장에게 점수를 높게 줄 수 없다."
"점수를 준다면?"
"수우미양가로 얘기하면 '미'를 주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와도 오시장보다 셀거라 했는데, 누가 강적인가?"
"김문수 지사가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도전을 하겠다고 나오면 위협적이다. 원희룡, 정두언 의원도 서울시 거쳐 대권가겠다면서 나서면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나라당에서 서울시장에 거론되는 사람은 오세훈 시장, 정두언, 공성진, 원희룡, 나경원 의원, 유인촌 문광부장관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국민참여당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 그리고 진보신당에서는 노회찬 대표가 거론된다. 서울시장을 거친 사람은 자천타천으로 대선후보군에 들었다. 조순, 고건이 그랬고 이해찬, 한명숙이 그랬다.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다. 이계안 전 의원은 이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했다. 선거가 정치적으로 흐르면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걱정이 묻어났다.

"이계안의 강점은 무엇인가?"
"서울시를 어떻게 규정짓느냐가 문제다. 서울시를 대권으로 가는 도중에 잠깐 거치는 곳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서울시 자체의 효율적 경영이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시민들이 후자로 보면 이계안이 최적의 후보임을 알게 될 것이다."
"'슬로건'이 있나?"
"'합계 출산율 2.1%'를 선거 슬로건으로 하려고 한다. '합계 출산율 2.1%'라는 것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애를 키우려면 보육, 주거, 일자리, 환경문제, 의료 문제, 다 해결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목표가 돼야한다. 서울 시장도 우선 이걸 목표로 해야 한다. 서울시가 광역 자치단체 중에서 부산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다. 내가 시장이 되면 서울을 출산율 1위 도시로 만들겠다. 인구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지난 1년 간 케네디 스쿨에 있었는데, 제일 인기가 많은 강좌가 두개였다. 하나가 지구온난화, 다른 하나가 인구 문제였다."

"한명숙과 서울 시장 경선하게 되기를 바란다"


▲ 이계안 전 의원 ⓒ프레시안
"이번에도 당내 경선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할 것 같은데?"
"경선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이름이 많이 나온다. 한 전 총리와 경선하게 될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지난번에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경선해서 졌다. 그 때는 당 지도부가 강금실 전 장관을 사실상 내정 하고 경선하지 않았나?"
"나는 서울 시장 출마의지를 일찍 밝혔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아무 얘기도 하지 않던 강금실은 19.5%고, 이계안은 0.5% 나왔다. 이렇게 되니까 당내 경선을 뭐하러 하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경선이라는 것이 형식에 가까웠다. 서울 지역 의원들 대부분이 강금실 전 장관을 지지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토론회 한 번 한 후에 여론 조사에서 30% 이상으로 따라붙었다. 그런데 그 토론회 후 당에서 여러 이유를 들어 토론회를 안했다."
"불공정한 경선이었나?"
"불공정한 것까지는 아니고 당이 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경선을 해서 그런 것 같다. 강금실 전 장관이 후보가 되니까 한나라당은 맹형규 의원을 주저앉히고 오세훈 시장을 내세웠다. 그 때 느꼈다. '이번 지방 선거도 지고, 대통령 선거까지 몽땅 지겠구나.' 가위바위보로 치면 한나라당이 보를 냈고 강금실이 가위를 내서 이기고 있는데 주먹 내는 사람(오세훈)을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가위 내는 사람을 접고 보자기 내는 사람을 내세워야 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공약 같은 공약, 정책 같은 정책 하나 없이 선거에서 이겼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음 대통령 선거, 정권 탈환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한다. 2007년 대통령 선거, 총선 끝나고 야당의 미래를 걱정한 사람들이 생각한 민주당의 미래는 반성과 변화였다. 보궐 선거에서 국민들이 '정세균이 그동안 욕봤다'고 표를 준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게 2012년 대통령 선거까지 갈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변화고 반성일까? 관건은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민주당 지지도는 대통령 지지도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된다. 민주당이 20%의 지지 표를 모아서, 끼리끼리 후보를 정해서 선거에 내보내면, 악담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질 것이다."
"유시민, 노회찬 등 민주당 밖 야권에도 서울시장에 거론되는 인물들이 있다. 단일화 문제도 제기될까?"
"후보단일화를 하면 반드시 이기는 패다. 하지만 안산의 경우를 보면 불길한 생각을 하게 된다. 단일화를 안 하고도 민주당이 이겼다. 그래서 민주당이 단일화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있다. 정치는 신뢰와 명분이 중요하다. 안산에서 이겼다는 것만 갖고 즐거워서 노래 부를 것이 아니라 안산을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양산도 한번 (단일화를) 했었다면 반 한나라당 전선에서 3석이 아니라 4석을 이기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 역사와 투쟁한다고 생각하면 안돼"

이계안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정계에 진출한 대표적인 현대맨이다. 이른바 'CEO리더십'의 전형이다.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명박 대통령의 'CEO리더십'에 대해 물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CEO리더십'을 어떻게 보나?"
"기업 하는 사람들은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목표고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의 이해관계를 다룬다. 근본적으로 다르다. 능률을 중시하는 것이 CEO다. 그런데 국가는 능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능률을 중시하면 승자독식도 가능하지만 정치는 과정도 중요하고, 패자도 같은 국민이기에 어떻게든 배려하고 돌봐야 한다. 이 대통령은 그런 게 체화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서울 시장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해야 하지만, 대통령은 테두리가 없다. 정치 행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시장은 경영의 연장선에서 커버할 수 있지만 '경영 전문가'로 대통령 직무의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

▲ 이계안 전 의원 ⓒ프레시안

"이 대통령의 CEO 리더십의 특성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CEO를 지낸 것을 보면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한라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 리바트라고 건자재 만드는 회사, 현대 제철(옛 인천 제철), 현대 엔진이라고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회사 CEO를 했다. 공통점은 다 건설 회사나 건설 관련 회사다. 유목민과 농민을 보자. 건설업자는 유목민이다. 유목민은 물도 없고 풀도 없으면 미련 없이 떠난다. 그런데 농민들은 비가 안와 모를 심을 수 없어도 종자 씨를 품고 굶어 죽는다. 내년을 기다리는 것이다. 제조업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사 CEO를 할 당시에는 '고객의 숫자'를 다 알았다. 현대건설 고객은 조달청, 건설부, 한전, 포철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사장이 바닥에서부터 위까지 다 알았다. 의사결정을 자기 혼자 다할 수 있었다. 반면 제조업은 개인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처음부터 조직에 의존해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치는 건설회사 사장식으로 모든 것을 직접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조업하듯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아무리 유능해도 이 대통령이 '내가 더 잘 알아'라고 하면 참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처음부터 발상이 다르다는 얘긴가?"
"다르다. 이 대통령이 일하는 것을 보면 직접 본인이 다 하는 것 같다. 정치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고민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탈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청계천 사업 할 때는 4천번 넘게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서 설득했다고 하던데?"
"그런데 왜 4대강 사업은 그렇게 안하는지 모르겠다. 서울시장은 이 대통령 인생길에서 디딤돌이었지 엔딩 포인트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돌파하고 대권을 위해 앞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그런 과정들을 거쳐 청계천을 만들었다?"
"그렇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에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 대통령은 역사하고 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역사와 투쟁하는 지도자는 좀 걱정된다. 대통령을 열심히 하다 보면 역사에 남는 것이지 역사와 싸운다고 남는게 아니다.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지 않는 역사에 도전하며 생기는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계안 전 의원은 모든 문제를 '이계안식'으로 봤다. 자기만의 컬러랄까? 독특한 색깔이 갖는 흡인력이 있다. 사람에 대한 평가에도 이계안의 색깔이 짙게 묻어났다.

"정운찬 총리를 어떻게 보나?"
"이전부터 알던 사이다. 기업에서 일할 때 정 총리 제자 그룹들도 많이 봤다. 그 때 '이 분은 정치할 사람이다' 생각했다. 교수가 공부하지 않고 사람 만나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학자면 학문으로 성과를 내야지 다른 일, 사람들에게 배려를 잘해주고 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경제학자 말고 '총리'로서는 어떻나?"
"보통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이 정치권에 오면 망가지거나 성공하거나 둘 중 하난데 정 총리는 전자다. 특히 세종시 문제 얘기하는 거 보고 이 사람은 정치 할 수 있는 기본 PQ(기본요건심사)를 통과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총리가 국회에서 만든 법을 집행도 안 해보고 '문제가 있다'고 말할 권한은 없다. 대통령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우리 헌법 어디에도 국무총리가 발효된 법안을 집행도 안 해보고 법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돼있지 않다. 공자 말씀까지 할 것 없이 정치의 기본 밑천은 신뢰다."

"민주당, 한나라당을 배워라"

민주당의 미래로 초점을 옮겼다.

"대통령 지지도는 여전히 30% 후반에서 때로 50%대 때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두 번의 재보선을 통해 한나라당의 수도권 절대 우세가 허물어진 것은 확인됐다."
"안산이나 장안 선거를 보면 지난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서 '이 사람들 혼나봐야 해'라고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견제와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느낌이 든다."

견제와 균형 심리로 어느 정도 의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집권까지 가지는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외에도 정몽준, 정운찬, 김문수, 원희룡, 홍준표 등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동영, 손학규, 정세균, 강금실, 추미애, 천정배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박근혜 한 사람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실이 극복 가능할까?

▲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와 이계안 전 의원 ⓒ프레시안

"민주당이 더 과감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어떤 변화를?"
"지역에 기대 안전하게 선수 쌓는 것을 깨야 한다. 지금 민주당에서 선수가 높은 사람들이 전부 어디 지역인가?"
"호남을 얘기하는 것인가?"
"그렇다. 그런 것을 깨야 한다.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하는 분들부터 나서서 새로운 인물을 내라고 민주당에 얘기를 해야 한다. 민주당도 새로운 인물을 내고 희망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하다.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어떻게 하자는 얘긴가?"
"17대 국회의원 하면서 피해의식 같은 것이 있었다. 한나라당은 지역적으로도 한 지역(영남)을 완전히 장악했고 이념적으로도 한편(보수)을 확실히 장악했다. 그러면서도 개개인의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을 넘나들고 이념을 넘나들었다. 홍준표 의원은 반값 아파트를 한나라당 당론으로 만들었다. 내가 열린우리당에서 환매조건부 아파트 분양 방식을 냈는데 끝까지 당론으로 안됐다. 대부업법도 그랬다. 대부업 이자 66% 한도가 너무 높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이자율을 낮추지 못했다. 관료들이 손을 대면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한다고 해서 그랬다. 그런데 심상정 의원이 40%로 낮추자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심상정 안을 디펜스하기 바쁠 때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30% 안을 냈다. 크게 한방 먹었다. 그런 부분에서 한나라당에 졌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중도실용' 아젠다를 한나라당에게 뺐긴 것 같은데?"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 지지층을 소홀히 하라는 게 아니다. 좀 더 포용력 있게, 구체적 정책과 생각을 보여주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을 인종의 멜팅포트(용광로)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말보다 '샐러드'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멜팅포트는 개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샐러드는 땅콩, 사과, 양상추가 어우러져 음식이 되기만, 사과가 배가 되거나, 녹는 일은 없다. 나는 샐러드당을 만들자고 했다. 현대 정당은 샐러드당이 되야 한다. 때로는 조선간장을 쳐서 먹기도 하고 드래싱을 새로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얘기에 빠져 2시간이 훌쩍 넘은 줄을 몰랐다. 급하게 일어서는데 그가 불쑥 자료를 내놨다. '합계 출산율 2.1명, 서울 출산율을 전국 1위로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팜플렛 자료였다. 온 몸으로 서울을 알아가는 그의 손끝에서 나온 선거 캠페인이라 그런지 묵직하게 다가왔다. 서울시장선거는 이렇게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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