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의 수력발전소 댐 붕괴 사고가 총체적 인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25일까지의 공식 집계 상 사망자는 26명, 실종자 131명이고, 댐 사고의 영향을 받는 마을 수는 13개로 늘었다. 6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 이 가운데 2850여 명이 구조됐지만, 여전히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립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국제적인 대형참사를 초래한 라오스댐 붕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일종의 자연 재해라는 것이다. 하지만 7월부터 우기에 돌입할 것을 알면서도 서둘러 댐에 물을 채운 상태에서, 폭우까지 겹치면서 댐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인재의 성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폭우라고 하지만, 댐이 건설되는 라오스 메콩강 지류 유역의 특성 자체가 이렇게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질 수 있는 환경이다. 또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대비하지 못한 수준의 댐이 건설돼 붕괴됐다면 그 자체를 인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단축을 업적으로 내세운 기사, 돌연 관련 내용 삭제 소동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애당초 라오스 댐 건설을 위한 환경평가 자체의 부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댐 건설은 통상적으로 공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는데, 무려 5개월이나 공기를 단축됐다는 점에서 SK건설이 부실시공을 자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SK건설은 당초 댐 건설 공기를 크게 단축한 것을 업적으로 자부했다. SK건설은 완공을 5개월이나 앞당기고 댐에 물을 채우는 담수 작업 일정까지 크게 앞당겼다.
국내 일부 언론은 공교롭게 댐이 붕괴된 당일인 지난 23일 '최첨단공법으로 공기 단축까지 이뤄낸 SK건설의 업적"을 부각하는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었다. 그러나 댐 붕괴 소식으로 공기 단축이 업적이 아니라 부실 시공의 원인으로 지목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기사에서는 '공기단축' 등 민감한 대목들이 삭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삭제된 내용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SK건설이 발주처로부터 "보너스를 지급받았다"는 문장이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는 지난해 공기보다 5개월 앞당겨 댐 공사를 마치고 1년이나 빨리 담수에 돌입해 시운전에 들어갔다. 내년 2월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동남아 댐 공사에서 공기를 단축한 것은 SK건설이 처음이다. 그로 인해 발주처는 SK건설에 공사 조기완료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2000만 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했을 정도다"라는 내용이 삭제된 것이다.
건설업계에서 '공기 단축'은 부실시공의 주요 원인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외신들은 댐과 수력발전소를 이어주는 수로로 기능하는 터널굴착공사의 부실시공 가능성에 주목했다.
SK건설은 2015년 3월부터 가장 까다로운 11.5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굴착공사(수력발전소와 세남노이댐을 연결하는 수로)를 매일 17미터씩 파고들어간 속도전으로 671일만에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인명구조 등 시급한 수색·복구작업이 마무리된 뒤 면밀한 조사를 거쳐 밝혀지겠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시공사인 SK건설에 상당한 책임이 지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댐 붕괴 3일전부터 균열.침하 현상 발견, 대피 경고는 미적
게다가 이 댐의 운용사인 한국서부발전은 댐 붕괴 3일전부터 균열과 침하 현상이 발견됐다고 인정했다. SK건설이 댐 붕괴 조짐을 알고 직원들을 먼저 대피시킬 정도로 위급한 상황임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상황보고 타이밍을 놓쳐 주민 대피 등 조치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사건은 그룹 전체로 번질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라오스 댐 붕괴 사고는 선원들만 먼저 빠져나간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관계 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라오스 댐 건설은 돈벌이 사업이 아니라 해외원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원조성 차관을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1조여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지난 정부에서 국민의 돈이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가 환경평가를 꼼꼼히 하는 등 관리 책임이 있는 사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이 한국 기업의 돈벌이 기회로 이용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는 SK건설이 시공뿐만 아니라 연간 1억4000만 달러(1620억 원)의 전력판매 수익을 거둬가는 BOT(건설 및 운영 후 양도) 사업 형태로 계약됐다. 운영시기를 앞당길 수록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완공시기와 담수 작업 일정을 크게 앞당긴 배경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현지업체 중심으로 하도급 업체를 프로젝트에 대거 참여시킨 것 역시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SK건설(26%)과 서부발전(25%), 태국 전력업체 RATCH(25%), 라오스 현지업체인 LHSE(24%)로 지분이 구성된 컨소시엄이 발주처가 됐고 태국과 라오스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지역의 노동력이 대거 투입됐다.
지난 2009년 현대건설이 인도에서 교량 공사하는 과정에서 붕괴 사고가 났을 때에도 인도 현지 업체의 부실 시공이 원인으로 드러난 사례가 있다.
'난개발' 조장한 라오스 정부도 책임 피할 수 없을 듯
물론 메콩강 유역에 우후죽순처럼 수십개의 수력발전댐을 건설해 '동남아시아의 배터리'가 되겠다는 사업을 추진한 라오스 정부도 댐 붕괴를 초래한 인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의 BBC 방송에 따르면, 라오스는 동남아시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메콩강에 모두 46개의 수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이 발전소들에서 생산된 전력의 3분의 2가 인근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는 라오스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54개의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번에 사고가 난 세피안-세남노이댐도 그 프로젝트 중 하나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경에 100개의 수력발전소로 현재의 2배인 2만8000메가와트를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길게 이어진 강에 마구잡이로 수력발전소를 밀집 건설할 경우 하류 지역의 수량이 불규칙해져 댐 붕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경고는 끊이지 않았다.
국제 환경단체 '인터내셔널 리버'의 모린 해리스는 BBC 인터뷰에서 "이번 댐 붕괴 사고는 라오스 정부의 댐 건설과 관리 계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다른 많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재난 방지 차원의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댐붕괴가 아니라도 이미 댐 건설 지역의 주민들은 그야말로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이주 대책으로 제공받은 땅에서는 농사를 짓는 등 기존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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