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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대로 가면 MB정부 최대 게이트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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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대강 사업, 이대로 가면 MB정부 최대 게이트 될 수도…"

[고성국의 정치in]<15>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쓴소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쓴소리를 하려면 그만한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만한 애정이 있어야 하며 그만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귀에 좋은 말은 하기 쉬우나 쓴소리는 그만큼 하기 어렵고 그만큼 귀하다. 쓴소리의 상대가 대통령일 경우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한 사람을 꼽자면 단연 첫손가락에 꼽을 인물이 인명진 목사일 것이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주 목요일 오전, 신도림역 옆에 있는 갈릴리 교회에서 인명진 목사와 마주 앉았다.

▲ 인명진 목사,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프레시안

"세종시, 돈으로 해결해? 국민 얕보는 것"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잡담 제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돌아온 답변도 직접적이고 직설적이었다.

"나보고 민관합동위원회에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민관합동위가 요식행위를 위한 위원회면 안 된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국민들이 다 안다. 진심으로 국민들의 얘기를 들어서 해결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자기들이 안을 다 만들어 놓고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국민들을 바보로 보면 절대 안 된다.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방법으로 일을 하면 국민들을 더 화나게 만들 것이다."
"충청 도민의 민심은 어떤가?"
"마음이 많이 상해 있다. 수정이냐 원안이냐 보다도 지금까지 세종시 문제를 정치권이 '가지고 놀았다. 무시했다' 이런 감정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이 감정의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 돈 가지고 해결하려 한다면, 국민들을 너무 얕보는 일이다. 소통이 안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정운찬 총리는 충청도민이 섭섭하지 않은 대안을 내겠다고 하는데?"
"섭섭하지 않게 하겠다는 식의 태도가 문제다. 모든 것을 물질적 이해관계로만 생각해서 '이만큼 해주면 좋은 것 아니냐'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다. 이 정부가 세종시를 두고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됐다."
"박근혜 의원는 세종시 문제를 신의의 문제, 당 존립의 문제라고 했다."
"박의원은 당이 신뢰를 잃을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당사자인 충청도민 입장에서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고 당의 신뢰 문제만 얘기하느냐'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정치권이 국민들 생각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했다. 정부나, 한나라당, 야당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충분히 수렴해내지 못하니까 사회적 이슈로 가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도 첫 삽을 떴다. 예산도 통과되지 않는 상태에서 삽질부터 시작했다는 반발도 있는데?"
"먼저 환경 단체나 반대하는 사람들과 가슴을 맞대고 토론하는 진지한 소통이 없었다. 잘못 됐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이라도 환경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환경운동 단체도 진짜 환경 문제로 접근해 환경적으로 4대강을 살리는 프로젝트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려면 정부가 환경단체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내가 중재를 해보려고 한다."
"정부는 뭐라고 하나?"
"비공식적으로는 긍정적이다."
"사업 자체나 시행 방법에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 4대강 사업의 또 다른 문제가 추진하는 방법이다. 예산 심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예산부터 집행했는데 이것은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돈 쓰는 것은 국민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어떤 구간은 정부의 실력 있는 어떤 사람들 인맥이 차지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언론에서 보니 공정거래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부가 4대강 덫에 걸릴 수 있다. 4대강이 현재 상태로 간다면, 이명박 정부 최대의 게이트가 될 수도 있다. 잘못하다가 4대강 사업이 이 정부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프레시안

"용산 참사 관련, 한나라당에서는 전화 한통도 안오더라"

"용산 참사 문제는 해를 넘길 것 같다. 그동안 물 밑에서 많이 노력했다고 하던데."
"누가 부탁해서 간게 아니다. 답답해서 내 발로 용산에 갔다. 그게 지난 7월이다. 누구하나 당사자로 나서지 않았다. 구청장도 안 나섰다. 말단 직원이 나와서 '재개발 조합 일이다'라고 하더라. 정운찬 총리도 큰 소리만 쳤지 해결 못했다. 그래서 '일단 얘기할 상대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얘기할 수 있는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라'고 했다."
"정부에서 누가 나왔나?"
"내가 답답해서 뛰어드니까 비로소 정부에서 아무개를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큰 문제, 책임자 처벌이나 원인 규명 같은 '명분'의 문제에서 막혀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문제는 노력을 많이 했다. 유가족 측에도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접근이 됐는데,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 문제가 딱 걸렸다."
"용산 참사 원인 규명 문제는 재판중이라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책임자 처벌을 포함해 정치적 결단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 그런데 정부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 재판에 관계된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 답답하다. 사람이 죽었는데 300일을 장례도 지내지 못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정부는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다. 왜 정부에 책임이 없나. 시민사회단체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는데 그 고비를(정치적 문제) 못 넘기고 있다."
"한나라당이 한 역할이 있는가?"
"없다. 한나라당은 그런 사회적인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만한 역량이 없는 정당 같다. 자기들의 정치적 이권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역사 의식, 사회의식은 없는 당이다. 그 지역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나서서 뭘 한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저런 심부름 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한나라당 쪽 사람으로부터는 전화 한 통 받아본 적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더 바닥으로 더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어려운 사람 사정을 너무 모른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 법조인이 한 40여명 되더라. 대부분이 검사 출신이다. 검사는 사람을 혼내주기만 한 사람들이다. 권력을 쓰기만 해본 사람들이다. 직업을 무시 못한다. 한나라당에 교수, 법조인, 기업인, 당료 출신들이 많다. 여당도 오래했다. 기득권당이다. 그러니까 밑바닥 정서를 잘 모른다."

▲ 인명진 목사,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프레시안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사업을 하면서 4300번 넘게 주민들을 만나 설득했다고 한다. 이것은 정부쪽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홍보할 때마다 강조하는 '레토릭'이다. 그런데 세종시나 4대강 문제는 왜 그렇게 안할까? 이명박 대통령이 설득의 리더십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지적은 왜 나오는 것일까? 인 목사는 "소통이 안 된다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세종시도, 4대강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변호사 문제도 가서 만나봤어야 한다. 오해가 있다고 하던데, 만나지도 않고 덜컥 소송을 했다. 왜 그럴까. 이명박 정부 안에 있는 참모들을 보면 바닥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이 많다. 비서실장부터 시작해서 전부 학자출신이다. 심지어 시민사회비서관도 학자 출신이다. 이 사람들은 본래 훈련 받기를 책상에서 했고, 토론과 회의에 능숙한 사람들이지, 사람에 능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강하다고들 하지 않나?"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을 쓰는지 모르겠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학자들이 정부에 들어가서 공헌을 좀 했다. 군인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또 정통성이 없는 정권이니까 서울대 총장 데려다 총리 시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부, 벽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

인명진 목사의 얘기를 청와대도 듣고 있을까? 그래도 명색이 집권할 당시 대통령이 속한 당의 '윤리위원장'이었던 사람이고 한나라당 스스로도 "매우 어렵게 모신 분"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쓴 소리 하면 청와대에서 보자고 하나?"
"그런 것 없다. 경고나 있을 뿐이다(웃음) '왜 그러시느냐, 섭섭하다.' 그런 말들을 할 뿐이지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군사정부 때 보면 문제가 있는 곳에 중앙정보부 요원이 꼭 있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살폈다."
"독재 정권이지만 나름대로 문제 파악은 빨랐다는 것인가?"
"파악 뿐 아니라 조정도 했다.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해결 할 것은 해결도 했다. 정권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성의를 가지고 해결했다. 군사독재정권이었지만 정권 나름대로 뭔가를 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국정원이 그런 것을 하면 안 된다. 청와대가 시스템을 갖고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하고 그렇게 얘기가 안되나?"
"정부쪽과 얘기하다보면 나도 절망감을 느낄 때가 있다. 벽을 보고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말이 안 통할까. 최근에는 남북문제 때문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다. 70, 80년대에 빨갱이로 많이 몰려서 북에 대해 노이로제가 있다. 우리 집에 이념 서적이라고는 한 권도 없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도 없었다. 단파 방송 들었다고 할까봐. 그런 나도 남북문제 갖고 대화할 때 벽을 느낄 정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나?"
"이 정부 들어 두 번 가봤다. 김대중 노무현 때는 다들 열심히 하니까 나까지 끼어서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꽉 막히니까, 민간단체에서 소통할 사람이라도 하나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민간단체에서 사람을 찾다가 나를 찾아낸 것 같다. 나도 한나라당 들어간걸 갖고 후배들이 '변절했다'고 하니까 '만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가 됐다. 이런 저런 심부름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그 때마다 절망감을 느끼는 거다.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법륜스님이 100만 명 서명운동을 했다. 그래서 모은 서명을, 탄원서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그런데 통일부장관이 안 받겠다고 하더라. '아무리 지지리 못났어도 100만명의 국민이 서명했다. 대통령이 직접 받지 못한다면 통일부장관이라도 받아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할 것 아니냐. 이게 민주주의 아니냐. 어떻게 안 받겠다고 하냐' 그랬더니 통일부 무슨 과장한테 갖다 주라고 하더라, 그것도 6시에 오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기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100만명 서명이 든 박스가 너무 크니까 박스는 가져오지 말고 필름으로 가져오라고 하더라.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는 정부도 아니다. 절벽을 느꼈다. 박정희 정권도 이러지는 않았다. 박정희 정권 때도 우리가 얘기하면 위로 다 올라갔다. 독재 정권 때도 안 그랬다. 전두환 때 가택연금을 당해 밖에 못나갔던 게 생각난다. 그 때는 몸뚱아리가 밖에 못나갔지만 지금은 똑같은 절벽을 느낀다. 마음의 벽을 느낀다. 곳곳에서 그런 얘기를 듣고 있다."

"나도 이 정권에 책임 느껴…'바닥' 모르는 한나라 개혁해야"

"인 목사 말을 인용하면, 바닥도 잘 모르고 사회 의식도 없는 당이 지금 167석의 거대 여당이다."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세습 국회의원이 많아졌다. 한나라당에 유독 많다. 공천 제도의 문제도 있다. 낙하산 공천을 많이 한다. 나는 낙하산 공천에 절대 반대다. 지역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지역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느냐. 나는 구로동에 낙하산으로 온 사람들 있으면 빼놓지 않고 불러서 야단친다. 그런 몰상식한 게 어디 있나. 이번에 양산도 연고도 없는 박희태 씨가 가고 그렇지 않았나."
"한나라당에 대해 애정이 있나?"
"애정이 있다. 미운정도 있고 고운정도 있다. 한나라당이 잘되는게 정말 중요하다. 틀렸다고 내버리자고 하면 안 된다.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아니다. 야당이 돼도 저런 모습으로 야당이 되면 안된다. 저런 모습의 집권당도 안된다. 한나라당을 개혁해야 한다. 누군가 얘기해야 하는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외부 사람들 누가 애정을 갖고 얘기하겠나. 내부에서는 하고 싶어도 못할 거다. 무서울 거다. 왕따될 수 있으니까. 당 안에서 개혁에 실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 인명진 목사,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프레시안

"언제 윤리위원장을 그만뒀나."
"총선 끝나고 강재섭 대표가 물러날 때 같이 물러났다."
"윤리위원장으로 있었던 2년 동안 대통령 선거도 이겼고, 총선도 이겼다. 주요 당직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모르겠지만 (웃음) 나는 스스로 (이 정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친박계는 지난해 총선 공천을 '학살'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어땠나?"
"친박계는 피해의식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탈당해서 친박연대를 만든 것은 정치적 코미디였다.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정당을 만드는 것이 어디에 있나."
"정치적 코미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친박연대가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는데?"
"친박연대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류의 공천 잡음에 대한 반발이었을 것이다."
"그 대목에서 이재오 책임론이 제기 됐다. 이재오 전 의원의 책임이 크다고 보나?"
"정당 안에서의 역학관계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사람의 행보 같은 것을 보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기가 한 일을 생각해보면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

"이재오, 마패 가진 사람이 '마패 가졌다'고 하는 것 봤나? 코미디"

"이재오 전 의원이 최근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정권의 군기반장을 자임했다. 여론의 지적을 받고는 약간 몸을 낮추고 있는 것 같지만."
"미국생활 포함해서 1년 반 정도 불운한 시기를 보냈다. 억울할 것이다.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인데 변방에 밀려난 것이니. 이재오 씨가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하고 어떤 모습으로 다시 전면에 나서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건 아닌데, 1년 반을 왜 쉬었는가, 뭐하고 쉬었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옛날 암행어사가 '나 마패 가졌다'고 하는 것 봤나. 마패가 드러나는 순간 이미 암행어사가 아니다. '당신 어사지?' 해도 나는 아니라고 해야지, 마패 가진 사람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가자마자 나 마패 가졌다고 하니까 코미디 같더라. 우울한 세상이라 국민들 웃기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국민권익위에 편입된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원래 문민정부 출범 당시 인명진 목사가 제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권익위'를 얘기할 때 목소리 톤이 묘하게 높아진 것도 그런 연유일까?

▲ 인명진 목사,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프레시안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내가 김영삼 정부 시절에 발의해 만든 것이다. 공무원들 반대가 많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탑 다운이 아니다. 민원 처리를 우선으로 하는 곳이다. 보통 민원을 제기하면 '어디로 이첩했다'하면서 돌고 돌다가 결국 처음 처리한 사람한테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 그러면 '너 청와대에 이런 것 냈느냐. 왜 그러느냐' 하고 민원인한테 다시 화살이 돌아오는 것이다. 또 공무원들은 항상 '상식적으로는 당신 말이 맞는데, 현행법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필요한 것이다. 법을 넘어서서 일을 하라고 만든 것인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역대 위원장이 다 법률가로 채워진 것도 제역할을 못한 원인 중 하나다."
"이재오 위원장은 법률가가 아니다."
"그래서 이재오 위원장이 굉장히 일을 잘 할 수 있는 곳에 갔다고 보는 것이다. 오래 쉬어서 힘 좀 써 보려고 권익위원장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재오 위원장이 정신 차려서 해야 한다. 거쳐 가는 자리로 생각하면 안된다. 잘만 하면 당대표보다 훨씬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국민의 대변자' 가 되는 것 아니냐."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 모두 서로를 인정해야"

인명진 목사는 민주화의 고비마다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얽힌 정치인들과의 인연도 남다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하고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나?"
"젊었을 때라 개인적 인연을 갖기 어려웠다. 그냥 고생만 실컷 했다.(웃음)"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일부러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내가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옛날에는 박 씨하고는 혼인도 하지 말라고 그랬다. 나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반대파에 대해 참 지독하게 했다. 경제 발전도 그렇다. 당시 프레스에 손가락 하나 잘리면 5만원씩 했다. 다들 타이밍 먹으면서 철야 노동해서 수출하고 그랬다. 경제 발전의 공이 박정희 대통령에게만 돌아가면 안 된다. 그러나 경제발전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 용기, 정책 선택 이런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우리가 민주화 운동 한 것도 옳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개발 위해 노력한 것도 인정한다. 내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갈 때 우리 집사람이 이랬다. '아니, 그렇게 고생시킨 사람, 한이 맺혀 있는 사람의 딸이 있는데 어떻게 거기 갈 수 있느냐'고. 나는 '우리 세대에서 이런 것을 끝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박 대통령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나 같은 사람이 더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민주화 세력)에 대한 정당성도 서로 인정해야 한다. 빨갱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산업화 세력을 인정하는 것에 인색해선 안 된다. 그래서 서로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할 때가 왔다."
"역사적 '화해'라는 것은 최소한 그 시대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국가 차원의 배상 등이 선행돼야 가능한 것 아닌가?"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 박근혜 전 대표측 사람들은 '한 번 했는데 왜 자꾸 사과하라고 하느냐', '아버지가 한 일을 왜 자꾸 딸에게 그러느냐', '장준하 선생 유족도 만나고 했는데 왜 자꾸 그러느냐'고 한다. 나는 그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무라야마 총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사과 했다. 여러 사람이 사과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만하면 됐다 그러는 사람이 있나 또 사과하라고 하지. 독일을 봐라. 수상되는 사람마다 아우슈비츠에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한다. 숙명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러나저러나, 운명적으로 사과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우선 나부터도 박근혜 전 대표가 사과했다는 느낌이 없다. 장준하 선생한테는 가서 사과하고 나한테는 안하나.(웃음)' 이런 얘기를 했다. 억울한 피해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사과도 하고 적절한 보상도 해야 한다. 그게 화해의 몸짓이고 방법이다. 꼭 필요한 일이다."

▲ 인명진 목사,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프레시안

'쓴소리꾼' 인명진 "소신껏 말하는 정치 풍토 만들어야"

"YS, DJ와는 각별한 걸로 안다."
"아주 각별하다. DJ는 개인적으로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돼서 같이 감옥살이도 했고 민주화운동본부 초창기부터 같이 했다. YS는 YH 사건 때 관련이 있어서 인연이 시작됐고 그 후 국민운동본부 할 때 가까워졌다. 다만 87년 당시 후보단일화 때의 아쉬움이 너무 커서 그 후로 정치인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미래를 보면서 주목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의 비극은 새롭게 정치하려는 사람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 풍토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자기 소신껏 말을 못하지 않나. 근본적으로 이런 정치 풍토가 깨지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지도자가 나올 수 없다. 야당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라고 본다."
"양김이 늘 하던 말 중에 정치인은 키워서 되는게 아니다. 자기가 알아서 커야 한다. 그런 얘기가 있다."
"지금 정치풍토는 스스로 클만한 상황이 안되는 아주 척박한 상황이다. 원체 토양 자체가 척박하기 때문에 좋은 씨가 떨어져도 제대로 된 싹이 나올지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화 운동할 때 어려움을 뚫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희망을 걸만한 지도자가 없다. 여당도 그렇고 야당도 그렇다.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정치적인 멘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불행이라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우리 정치를 뒤덮고 있는 가시덤불, 돌멩이, 이런 것들을 제거해서 다시 다져야 한다. 사회 원로들, 뜻 있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뜻있는 정치인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정치를 짓누르고 있는 바위덩이, 가시덤불을 치우고, 물도 주는 일이 필요하다. 당분간 그런 일을 하려고 한다."

인명진 목사는 늘 청년 같다. 호기심은 끝이 없고 행동은 전광석화 같다. 인터뷰를 끝내고 교회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하면서 영성과 나눔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경제적 회개'를 강조하는 인명진 목사의 표정에서 세상의 권세,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쓴소리꾼만의 여유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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