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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한살림이 세상을 바꾼다고?"

[시민정치시평] 협동조합,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작년 연말 기존의 8개 개별법과 달리 어느 분야에서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다. 지난 3월 2일 50년 만에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경제지주회사, 금융지주회사로 분할되었다. 대규모 자본금을 가지고 출범하는 농협의 지주회사들은 농식품산업과 금융산업 분야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농협의 구매사업의 하나인 비료를 둘러싼 짬짜미가 적발되었다. 여기에는 농협의 자회사가 개입되어 있어 농협이 자회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좋은 사건과 나쁜 사건들이 겹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인적조직"이면서 "사업조직"이다. 즉 자본주의 시장의 폐해를 약화시키기 위해 상대적인 약자들이 모여 "사업"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익을 향상하려는 조직이다. 생협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거래하려는 기본적인 사업은 다양한 지역모임을 통해 소비자 조합원을 제대로 조직할수록 더 활성화된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열정을 조직하고 조합원을 의사결정의 주체로 만들어내는 '운영민주화'와 시장의 경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조합원에게 경제적 혹은 사회적 편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경쟁력 확보'와 '사회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으로 2차 산업과 3차 산업에서 협동조합이 많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공동육아나 도시지역의 소규모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주택문제에서 협동조합의 설립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퀵서비스나 대리운전, 학습지교사 등 흔히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시도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운 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문화협동조합도 다양하게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에서 인정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되어 복지전달체계도 크게 변할 것이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통합적 복지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소자본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청년들의 창업에서도 노동자협동조합은 매우 유용한 틀이 될 것이다. 특히 상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사회적기업의 경우에는 협동조합으로 대거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 논의를 더욱 확대하고 시민사회의 성장과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87년 체제는 압축적으로 말하자면 정치민주화의 수준을 경제민주화가 따라잡지 못했고 그 결과 정치적 민주주의도 제약을 받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재벌개혁과 중소기업육성과 관련된 논의가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협동조합의 발전과 육성은 새로운 경제민주화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원래 협동조합은 이용자들이 주도하는 사업조직이기 때문에 시장 내부에서는 경쟁척도(Yard Stick)로서 기여하여 독점적인 시장을 합리적인 경쟁으로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아이쿱생협이나 한살림 등 생활협동조합들이 재작년말 배추가격이 폭등할 때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가격으로 배추를 공급한 사례나 역시 작년 배추가격이 급락할 때에도 생산농가의 생산비를 최대한 보장했던 일들은 시장에서 협동조합이 어떤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주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최근 통신시장에서 과점기업의 횡포가 심해지자 인천지역에서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을 논의하기 시작한 사실도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발전이란 측면에서도 협동조합의 등장은 새로운 여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많은 활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충분한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고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의 제도와 정책개선 영역에 대한 '무임승차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협동조합은 단순히 자원봉사나 의식적 참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제적 이득을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정책을 주로 다루는 시민운동의 "뜨거움"과는 다르게, 협동조합은 "운동"과 "사업"의 양 날개를 가지고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따뜻한 시민운동"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생협은 이미 조합원의 규모가 2010년도에 4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증가추세는 빨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소모임에 참여하는 조합원도 7% 수준으로, 1천여 개가 넘는 풀뿌리 모임에 3만 명 정도가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쿱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1년에 804회의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런 일상적인 활동들은 자연스럽게 조합원의 민주적 의식을 함양시키는데 기여한다. 한살림의 2009년 조합원 의식의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의 80% 이상이 생명, 농업농촌, 환경, 식생활 등의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협동조합은 이용자가 주인이 되는 사업조직이므로 각각의 협동조합은 한 명의 이용자에 대해 경쟁하지 않고 협력적인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다양한 협동조합의 활동이 모이면 모일수록 협동조합간의 시너지효과가 높아진다. 원주의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22개 조직이 협력하여 상호부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상호부조시스템을 통해 서로 경영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행복한시루봉'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행복한시루봉은 사회적 기업이면서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조직으로, 노동취약계층들을 고용하여 국산농산물을 가지고 떡을 만드는 회사이다. 일반적인 떡공장에 비해 이중의 어려움이 있지만 가톨릭농민회나 영농조합법인의 재료공급과 생협의 판매지원 등의 협력적 사업구조를 형성하여 설립한 지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협동조합기본법으로 더욱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이런 사례들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와 시민사회의 활성화라는 해묵은 과제에 새로운 힘과 동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협동조합의 기본구조가 다 만들어지지 않았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은 협동조합의 발전의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빠르게 법을 제정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쟁점들은 시행령에서 구체화하도록 되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 방법, 임직원 겸직금지의 예외조치, 비조합원이용의 범위 등 협동조합경영의 중요한 기준들은 앞으로 3~4개월 동안 진행되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될 것이다.

협동조합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시행령 등 후속작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현장에 뿌리박은 의견을 제대로 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지역별로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지역의 학습조직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시민사회진영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힘들이 모여야만 협동조합의 구체적인 제도 환경이 잘 설계될 수 있고, 협동조합의 잠재력을 현실적인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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