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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피스 메이커'로 변신?

[정욱식 칼럼] 정보기관은 '불신', 푸틴에는 '신뢰' 드러낸 트럼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친(親) 트럼프 성향의 매체와 공화당의 여러 중진 의원들까지 나서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주된 이유는 트럼프가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따져 묻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푸틴을 옹호하고 두둔했다는 데에 있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의 특검과 정보기관에는 '불신'을, 미국 주류가 사실상 '주적'으로 간주하는 푸틴에겐 '신뢰'를 보인 모습이 대비되면서 그 충격파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나는 정치를 위해 평화를 희생시키기보다는 차라리 평화를 추구하면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결기를 내보이기 하고, "더 밝은 미래를 만들려면 과거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우리는 핵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서 서로 잘 지내야 한다"는 양해를 구하기도 하면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지구촌에서 가장 위험한 지도자로 거론되었던 트럼프가 '피스 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그의 말대로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란 핵협정을 비롯한 중동 문제, 그리고 양대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안정 유지와 같이 서로 협력해야 할 이슈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트럼프-푸틴의 커넥션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선 트럼프가 푸틴을 그토록 옹호한 데에는 트럼프가 푸틴에게 약점이 잡혀 있거나 둘이 공범이기 때문이라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주류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또한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트럼프와 푸틴이 핵문제와 관련해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선 두 정상은 2021년 2월에 만료되는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을 연장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키로 했다. 이때까지 미러 양측이 이 협상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양국의 핵무기 보유 상한선은 없어지고 만다는 점에서 이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또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협력을 강화키로 한 점도 눈에 띈다.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결보다는 대화를 선택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푸틴과 러시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강력히 원하고 있고 미국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며, 푸틴의 협력 약속에 사의를 표했다.

두 정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구소련 붕괴 후 협력적 위협감소(CTR)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카자흐스탄의 핵무기를 러시아로 반출해 폐기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조기 수확'을 원하는 트럼프로서는 가장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방식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것이라면 미국 내 반러 감정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현실화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서든,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서든,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미 간의 적대관계가 평화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이정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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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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