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美 약속 안 지키면 국제사회 엄중 심판"

"북미 간 '탑-다운' 방식, 과거와 전혀 달라…우여곡절 겪어도 결국 약속 지켜질 것"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국제사회 앞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 강연을 마친 후 청중과 주고받은 질의응답에서 "과연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이 국제사회에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주류를 비롯해 국제사회에 퍼져 있는 북핵 협상 회의론을 경계하는 한편, 협상 당사자인 북미 양국에 더 적극적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체제 부분은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이곳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아주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 과정이 순탄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과거와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와 과거의 차이점에 대해 "과거에는 북핵에 대해 북미 간 실무급 대화를 하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대화로 합의했다가도 합의 이행과정에서 어그러진 일도 여러 번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미 양 정상이 직접 만나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간 70년간의 적대 관계가 계속되다가 북미 양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의 지도자가 미국의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양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 앞에서 먼저 합의하고 약속하고, 그리고 그에 따라서 실무적인 협상을 해 나가는 '탑-다운(top-down. 하향식)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며 "양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에 약속했기 때문에, 실무협상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정상들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북미 정상 간에 큰 틀의 합의를 이루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및 적대관계 종식을 서로 맞바꾸기로 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이행해 나가는 실무협상 과정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 있을 수 있고 여러 어려운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향후 북핵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그런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정상 간 합의가 반드시 실행될 수 있도록,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제사회가 함께 마음과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