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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토론회 패널 "이런 썩어빠진 마인드로 보수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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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토론회 패널 "이런 썩어빠진 마인드로 보수 재건?"

선거 참패 한 달…아직도 홍준표 탓 김성태 탓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기를 거부하는 '경직성', 공감능력과 소통이 결핍된 '특권의식', 내 생각과 다르면 빨갱이로 상대를 지칭하는 '폐쇄성', 젊은 정치인을 키우려는 의지가 없는 '세대교체의 실패', 명분과 가치가 없이 이해관계로 권력이 재편되는 '동업자 정당'.

보수의 재건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적한 보수 정당의 민낯이다.

강 교수는 "보수는 (6.13 지방선거에서) 세력으로서 패배했고 가치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선
반공주의 쇠퇴를 언급하며 "홍준표 전 대표가 반공주의 색깔론을 꺼내 들었지만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일 내놓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도 북미정상회담이 '잘됐다'라는 응답이 62%에 달했다.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48%가 긍정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를 언급하며 "많은 국민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당은 반공 가치가 앞서는 보수정당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보수의 또 다른 축이었던 '박정희 신화' 역시 현 시점에서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70년대만 해도 열심히 일하면 기회가 오고 일자리가 생기고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시대적 상황과 환경이 달라져서 그대로 적용이 안 되는데, 지난 9년동안 보수 정권은 박정희 패러다임을 재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박정희 신화는 정치적 의미에서의 유효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강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2012년에는 젊은세대 중 30%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40~50대도 50% 지지율을 보였다"면서 "이제는 20~40대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율은 한 자릿수이고 심지어 60대에서도 50%가 안 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지지를 동원해 낼 수 있던 박정희가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박정희 없는 보수주의는 한국 보수정치가 직면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수가 무엇을 내밀어 유권자에게 뽑아달라 말할 수 있냐"며 "보수는 사람이 아니라 내용이 없는 것이 본질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3당합당 이후 지속 돼 온 지역주의가 약화된 점도 보수정당의 위기로 꼽혔다. 강 교수는 "6.13 지방선거 결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주목했다"며 "보수정당은 수도권에서 표를 잃는다 하더라도 PK(부산경남)의 압도적 우세로 항상 의회를 지배해왔지만 이 구도가 완전히 깨졌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이것은 근본적 변화"라며 "이 흐름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질거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보수는 케케묵었다. 파벌 간 계파 다툼은 한국당이 모래알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두 정치인이 권력을 잡은 이유도 민주화라는 가치가 있어서였고, 노무현이라는 비주류 정치인도 지역주의를 깨겠다는 정치적 명분이 있었다"면서 "보수진영 내에 치열한 가치와 정체성 논쟁이 필요하다. 시대적 변화를 담아낼 새로운 보수가치를 찾지 못하면 외연확대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젊고 참신한 인물이 주축이 되어 젊은 세대가 보수정치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심재철(왼쪽부터), 정우택, 이주영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정당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론은 뒷전, 의원들은 계파갈등 반복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가치와 정체성 모색 보다 당내 갈등에만 매몰된 모습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정우택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분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복귀의사를 운운하는 기사를 봤다. 이것은 책임정치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홍준표 전 대표가 최근 정계 복귀 의사를 시사한 데 대한 비판이다.

정 의원은 김무성 의원,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등 복당파들을 겨냥해 "한국당이 어려울 때 외면하고 가신 분들이 지금 이 당 전면에 나서서 당을 재건하겠다고 한다"며 "20대 국회에선 자중자애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시아적 성격을 가진 비대위원장은 어렵다"며 "전당대회를 통해서 우리 당원이 선출하고 국민 의견이 포함된 정당성을 가진 당 대표가 건강한 리더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심재철 의원은 "당헌에는 대표가 사고가 나면 60일 이내에 대표를 뽑게 되어 있다"며 "(김성태 권한대행이 비대위 체제를 장기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우리 당 근간인 당헌마저 지켜지지 않는다. 어떻게 되겠냐. 그런 지도자를 독재자라 칭해왔다"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김 권한대행의 중앙당 해체 발언을 두고 "저희 당이 중앙당이 있어서 선거에서 망했냐"며 "원인진단을 제대로 해야 처방이 제대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초청된 정원석 한선재단 청년대표는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보수를 재건하겠다는 토론회에서 의원이 내게 '앞 좌석은 국회의원이 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며 "이런 썩어빠진 마인드로 보수 재건은 안 된다. 청중이면 이해하겠지만 나는 패널이다"라고 말했다.

정원석 청년대표는 "나는 자유한국당에 가장 우호적인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정당하게 초청받은 패널이 내용물을 읽고 있는데 국회의원이 앉아야 하니까 너는 뒤로 가라는 발언은 상상할 수 없다. 이런 분을 물갈이하는 일이 수구 정치를 없애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좌중에서는 박수가 나왔고 방청석에선 "저 젊은이에게 비례대표를 줘야한다"는 호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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