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공천이 보여주는 민주통합당의 총선 목표는 '오직 1당'
▲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공천을 준 이유를 한 공천심사위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김진표가 아니면 누구를 공천하더라도 수원 영통은 새누리당에게 뺏긴다. 수원 영통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그 인근 지역구까지 최대 3~5석이 날아간다."
"의석수 하나가 중요한 상황 아니냐"는 말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 설명은 '물갈이' 된 호남 의원들의 "나는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격밖에 되지 못한다. 어차피 누구를 내리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은 가차없이 잘라내 '공천 쇄신'의 대표 사례로 만들고,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에 터를 잡고 있을 경우에는 정체성에 다소 부합하지 않더라도 공천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인 강봉균, 조영택, 신건, 최인기 의원은 떨어지고, 역시 관료 출신으로 그동안 원내정책을 총괄하며 여러 차례 '삑싸리'를 내 당 지지율 하락에 기여했던 김진표 의원은 단수로 공천장을 받았다. 두 집단의 차이는 지역구 위치 뿐이다. 김진표 공천은 현재 민주통합당의 목표가 어떤 가치도, 정치 변화도 아닌, 오직 제1당이 되는데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비리 연루자에 대한 잣대도 '고무줄'…'누구 라인'이 기준?
일관성이 없는 것은 또 있다. 같은 비리 연루자여도 누구는 공천을 받고 누구는 떨어졌다. '엇갈린 운명'의 대표 사례가 이부영·신계륜 전 의원과 한광옥 전 의원이다.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최규식 의원과 임종석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최 의원은 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나는 무죄라고 믿지만 당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했다"며 당이 임종석 등에게 공천장을 줬지만 여론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나온 '용퇴'였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법정이 아닌 공천심사에서 적용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유죄가 확정된 이들도 서로 다른 운명에 처해졌다. 같이 유죄를 확정받았지만 이부영, 신계륜, 이화영은 '되고', 한광옥은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설명은 코메디에 가깝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죄질이나 현재 관련 사건의 진행 상태보다 누구와 가까운가가 중요한 기준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장 자진 반납 얘기도 솔솔 나오고는 있지만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그 주변에서 적지 않게 들린다.
새누리 "경선제 도입한 지도부와 공심위원은 전원 단수 공천"
공천 탈락자들이 당의 공천을 공격하는 구호로 "공천심사위원회는 친노 세력의 꼭두각시"라는 말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탓이다.
"정작 모바일 경선 제도를 도입한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공천심사를 담당한 공천심사위원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는 새누리당의 비난이 '정치 공세'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실제로 당 지도부 가운데 공천장을 확정받지 못한 이는 한명숙 대표를 빼고는 없다. 486그룹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15 당 지도부 경선에 나서 본선에 오른 이들도 딱 한 명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천을 받았다. 유일하게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만이 최규식 의원의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치르게 됐다.
"재심 청구"는 벌써부터 넘쳐난다. 호남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가운데 5명이 곧바로 재심 청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김영진 의원까지 6일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재심에서도 탈락이 확정될 경우 일부 의원들은 '무소속 출마'까지 강행할 분위기다. 한광옥 전 대표는 이미 탈당했다. 수도권까지 이런 분위기가 옮겨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오직 '제1당'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한명숙호(號)가 자초한 '제1당 달성의 최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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