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공천 여부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일찌감치 김 원내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라는 요구가 나왔고, 20일에는 한 언론이 공천심사위원회가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김진표 자진 불출마'를 끌어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당은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이 논란은 한명숙 대표의 공천 작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진표 공천장'은 당의 정체성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면, 도덕성 시험대로는 비리 전력자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 임종석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이날 '도덕성 심사 강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확산될 조짐이다.
"공심위, 지도부에 '김진표 불출마' 요청" vs 공심위 "사실 아니다"
▲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연합뉴스 |
신문은 민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밝히고 "공심위는 지난 17일 수도권 경선지역 예비후보자 면접 심사를 벌였지만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경기 수원 영통)는 심사 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일각에서 그의 '낙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우석훈 경제학 박사 등이 대표적이다. 김 원내대표 외에도 박기춘, 노영민 의원 등이 낙천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현재 표방하고 있는 정체성보다 오른쪽에 있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이들 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범국민운동본부가 내놓은 '심판 대상'에도 김 원내대표는 포함돼 있다. 범국본은 김 원내대표 외에도 강봉균, 김동철, 김성곤, 박상천, 신낙균, 송민순 민주통합당 의원을 심판 대상에 포함시켰다.
시민단체 등의 이런 요구를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도 모를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 의원, 그 가운데도 현직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한 '공천 탈락' 결정은 공심위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문제로 거론되는 의원들의 자진 불출마 선언이 가장 좋은 모양새 아니냐"는 얘기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이같은 보도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관련 보도를 전부 부인했다. 공심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진표 불출마 요구를) 논의한 적이 없고 지도부에 요청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이런 일은) 공심위가 결정하면 되지, 지도부에 요청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도 BBS라디오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중도·합리적인 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진보적인 유권자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 원내대표가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후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공심위와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대한 심사가 연기된 것에 대해서도 백 의원은 "이날 오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김 원내대표가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의 진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이른바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인물'에 대한 공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인 대표 등이 주도하고 있는 '김진표 아웃(OUT)' 서명은 20일 오후 3시 현재 1만9842명이 참여했다.
문재인·김두관 "비리 전력자 제외" 요구…'1심 유죄' 임종석은 살아남을까?
정체성 논란과 별도로 도덕성 논란도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부패·비리 혐의 후보'에 대해 18대에 비해 완화된 기준을 내놓으면서 제기됐던 기준 강화 요구는 이날 공식적으로 터져 나왔다.
총대를 멘 것은 문재인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등 옛 시민통합당을 탄생시킨 '혁신과 통합'이다. '혁신과 통합'은 이날 상임대표단 명의로 성명을 내고 "공천 신청 후보들 가운데 비리 전력이나 혐의가 있는 후보가 적잖이 있는데 도덕성 심사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은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 사무총장 외에도 '청목회' 사건에 연루된 최규식 의원, 교비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강성종 의원 등도 위태롭다.
민주당은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은 전력자만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당 공심위는 공심위원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예외를 적용하도록 해 '도덕성 기준이 지나치게 너그럽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혁신과 통합' 대표단은 특히 "확정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 없이 사실 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배제하는 원칙 또한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해 현재의 기준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임종석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임명 때부터 논란거리였다. 한 대표의 '검찰 개혁'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1심에서 이미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임종석 전 의원에게 중책을 맡기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이었다.
▲ 한명숙 대표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나온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한명숙 대표와 임종석 사무총장. ⓒ연합뉴스 |
공천심사위원 구성을 놓고 한 대표와 한 차례 얼굴을 붉혔던 문성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승리의 길로 나아가는 요체는 첫째도 혁신, 둘째도 혁신"이라며 "혁신의 방향을 명확히 밝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한 대표를 재차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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