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초 페라리(이탈리아의 레이싱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와 자동차 제조사 페라리의 창업자)가 버니 에클스턴(영국의 기업인으로, F1 레이스 팀이었던 브라밤 팀 오너였으며, F1의 주관사인 FOM의 오너)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스포츠는 테이블 위에 있고, 비즈니스는 그 아래에서 돌아가고 있다네."
자동차 경주 '포뮬러 1(F1)'이 있다. '포뮬러'는 그랑프리 경주에 참여하는 모든 자동차와 모든 드라이버가 따라야 하는 빽빽한 규정과 사양의 집합체다. 규정집의 제목이 그대로 종목명이 되었다. 그만큼 규정이 영구불변일 터인가. 아니다. "F1이야말로 그 어떤 스포츠보다 모든 규정을 뜯어고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의 규칙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술집 한구석에서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역설적이게도, F1의 포뮬러는 수시로 변경된다. "이유는 F1이 우승을 다투는 경쟁인 동시에,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F1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한편, 경기력이 정체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업데이트한다. 변화와 진화야말로 이 스포츠의 전부다."
그래서 "F1 무대의 성패는 규칙을 잘 이해하고 허점을 찾아내어 엑셀을 끝까지 밟은 채 그 사이를 통과하는 데 있다."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특별함이 또 있다. F1을 두고 "일종의 '포스트 스포츠(post-sports)"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레이스를 한 번도 보지 않고도 F1의 광팬을 자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이렇게 F1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절감한 이유는 오로지 넷플릭스 덕분이다.
흥미롭게도 번역자 중 한 분인 박지혜 선생도 영화 <F1 더 무비>를 계기로 F1의 매력에 빠져들어 책을 번역했다고 소개한다.
두 권의 책을 골랐다. 하나는 <F1 더 오피셜 히스토리>, F1의 공식역사서다. '사기'에 가깝다. 사진이 실감난다. 둘은 <F1 더 포뮬러> 좀 더 서사적이며 생생하다. '사기'와 '유사'의 중간 쯤이다. 2017년 미국의 리버티 미디어가 F1의 권리를 인수했다. 이후 F1은 전통적 의미의 스포츠가 갖는 경계를 무너뜨렸다. '블록버스터와 엔터테인먼트 사이' 그 어디쯤에 F1은 위치한다. F1은 팀을 통해, 기술을 통해, 규정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통해 항상 스스로를 재창조해왔는데 지금 이런 식의 환골탈태는 F1을 어디로 끌고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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