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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쓰일 교육예산을 '정치적 갈등의 볼모'로 삼지 마라 [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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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쓰일 교육예산을 '정치적 갈등의 볼모'로 삼지 마라 [데스크 칼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대폭 삭감됐다.

일반 사업비 256억6,343만 원이 삭감되고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683억 원의 운용계획 변경안까지 부결됐다. 모두 합하면 939억6,343만 원에 이른다.

전북교육청이 편성한 추경 증액 규모가 1,415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추경안의 상당 부분이 도의회 교육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삭감 대상에는 천호성 교육감의 주요 공약과 관련된 미래교육캠퍼스 증축비 80억 원, 학생자치활동 지원비 18억 원, 에듀테크 플랫폼 지원비 13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이대로 최종 확정된다면 천 교육감의 핵심 공약사업은 출발부터 제동이 걸리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도의회에는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을 심의하고 잘못된 예산을 삭감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산출 근거가 부족하거나 연내 집행이 어렵고, 사업 효과가 불분명한 예산이라면 과감하게 삭감해야 한다. 그것이 도민이 도의회에 부여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번 삭감이 순수한 예산심사의 결과인지, 아니면 천 교육감의 이른바 ‘도의원 관련 예산 1,600억 원’ 발언에 대한 감정적 대응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천 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년간 도의원과 관련된 교육청 사업 규모가 약 1,600억 원에 달하고 일부 사업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도의회는 이를 의원 전체를 부적절한 예산에 관여한 집단으로 매도한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철회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천 교육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60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면 어떤 사업이 왜 문제인지 근거를 공개했어야 한다.

구체적인 자료는 내놓지 않은 채 도의원과 관련된 예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도의회 전체의 명예와 신뢰에 상처를 줄 수 있다.

표현이 부적절했다면 유감을 표명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업의 내역과 근거를 공개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교육행정의 자세다. 도의회가 중요한 교육행정의 동반자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갈등의 원인이 된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협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도의회가 예산으로 교육감을 압박해서도 안 된다.

교육감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감 공약사업과 학생 관련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했다는 인상을 준다면 도의회의 예산심의권은 정당성을 잃게 된다.

예산심의는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 절차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육감과의 정치적 관계나 의원들의 감정이 판단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학생자치활동과 디지털 교육, 미래교육 환경 조성은 천호성 개인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그 사업이 제대로 설계됐다면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전북지역 학생과 교사, 학부모다. 반대로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도의회는 어느 부분이 부실하고 얼마를 조정해야 하는지 사업별로 설명해야 한다.

전액 삭감이나 일괄 부결만으로는 도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683억 원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운용계획이 부족하다면 교육청에 보완을 요구하면 된다. 정말 필요하지 않은 기금이라면 부결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학교 신설과 노후시설 개선에 사용될 재원까지 양 기관의 갈등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도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교육청과 도의회가 싸우는 동안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육사업이 중단되거나 늦어지고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진다면 양측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해결책은 어렵지 않다.

천 교육감은 발언으로 도의회 전체에 오해와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동시에 1,600억 원으로 언급한 사업의 구체적인 내역과 문제점을 공개해야 한다.

도의회도 삭감한 30개 사업의 세부 사유를 도민에게 밝히고, 학생과 학교에 꼭 필요한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심사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사업은 삭감하되 교육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복원하는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교육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최종 결정은 아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양측 책임자가 만나 감정적인 공방을 멈추고, 예산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놓고 다시 협의해야 한다.

천 교육감도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고 도의회도 분노를 거둬야 한다. 누가 먼저 사과하고 누가 이겼는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

▲ 배종윤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장. ⓒ

교육청과 도의회의 갈등 때문에 전북교육의 미래까지 캄캄해져서는 안 된다. 교육감의 임기는 정해져 있고 도의원의 임기도 끝이 있지만, 잘못된 결정으로 기회를 잃은 학생들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도의회의 예산심의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권한이 보복이나 교육감 길들이기로 비쳐서도 안 된다. 교육청의 공약사업 역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정치적 갈등 때문에 무조건 좌초돼서도 안 된다.

전북교육의 주인은 교육감도, 도의원도 아니다. 바로 학생과 도민이다. 양측은 지금이라도 그 당연한 사실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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