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기본소득당 주요 임원 다수가 창당 전 활동한 곳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언더조직' 안에 '성차별·위계 문화가 공고했다'는 증언이 과거 기록을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 여성 활동가에게 남성 활동가를 위한 술상을 차리라고 지시하거나 성폭력 피해자를 조직에서 내보낸 일이 있었다. 성희롱·외모평가가 잦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언더조직에서 활동한 이들이 기본소득당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프레시안>은 2020년 7월 PDF 파일로 발간됐다 현재 배포가 중단된 <언더조직 조직문화 인터뷰집> 전문을 3일 입수했다. 언더조직은 2010년대 주요 사회운동의 방향성을 사전에 모의해 청년좌파, 알바노조, 노동당 등 공개 시민사회단체에서 이행한 비밀조직을 말한다.
<인터뷰집>에는 조직 안팎에서 성차별·위계 문화를 경험한 활동가 21명의 증언이 담겨 있다. 기록은 우새하 전 알바노조 울산지부장, 이가현 전 알바노조 집행부원 등 언더조직의 문제점을 폭로했던 청년 활동가 3명이 맡았다.
여성 활동가에게 "술상 차리라" 지시…연애·결혼·성생활도 통제 대상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언더조직이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로 운영됐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활동가 N 씨는 언더조직에 있던 시절 총책임자에게 "이따가 너희들 집으로 갈 건데, 술상 준비해놓아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N 씨의 언니(여성 동료)들은 부랴부랴 술상을 차렸다. 총책임자를 포함한 남성 활동가들은 거실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보드게임을 했다.
당시 N 씨는 '불쾌한 상황에 인사만 하고 잠에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얼마 뒤 총책임자는 N 씨를 불러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잤다고 질책했다. 예상치 못한 꾸짖음에 N 씨는 놀라고 당황해 울었다고 한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성차별적 문화도 있었다. O 씨는 언더조직 안에서 "연애를 하면 남자애들하고 다르게 여자애들은 연애 때문에 삶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며, 간부가 '(자신이) 인정하는 연애 상대방이 아니면 헤어지든 운동을 그만두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혼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P 씨는 조직 차원에서 남성 활동가에게만 결혼을 장려하고 여성 활동가에게는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남성 활동가는 생활을 관리해 줄 여성이 필요하니 결혼이 이익이고, 여성 활동가는 집에서 살림하면서 남성 운동가를 보필하는 '보위투쟁'을 하게 되므로 손해라는 논리였다.
여성 활동가의 성생활과 임신마저 통제 대상이었다. T 씨는 산부인과에 다녀온 뒤 이뤄진 아침 조례에서 지역운동 책임자에게 "피임은 제대로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취지를 묻자 책임자는 "여성 활동가는 임신하면 활동을 못 한다"고 답했다. T 씨가 반발하자 책임자는 사과하면서도 "현실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신체 접촉 반발했다고 질책, 성폭력 피해 입은 여성 조직원 내쫓아
인터뷰 참가자들은 조직 내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을 겪었으나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R 씨는 언더조직 총책임자와 처음 대면한 날 "여자는 술 먹으면 X이 촉촉해진다", "자기도 아내랑 (성관계) 할 때 술 한 잔 하면 아내가 축축해진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총책임자는 또 여성 활동가 다수에게 "너랑 자고 싶다", "방에 들어가서 밤새 얘기를 하자"고 말했다. P 씨는 총책임자가 신체 접촉을 했을 때 떨었다는 이유로 다른 선배에게 질책을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H 씨는 언더조직 활동가 시절 조직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으나 내쫓겼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사건을 공론화해 해결하기를 바랐으나 그러지 못했다. 남성중심, 조직중심 문화가 너무 강해 '피해자지만 내가 누를 끼쳤구나. 최대한 조직에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에 갇혔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언더조직 간부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H 씨를 조직원으로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성 활동가 외모 평가도 공공연히 벌어졌다. H 씨는 '안전가옥'(언더조직의 비공개 회합 및 합숙용 숙소)에 간 첫날 선배들이 숙소에 오지 않은 여성 활동가들의 외모와 매력을 평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 남성 활동가가 머리가 짧은 여성 활동가에게 "남성성을 동경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남성중심 문화에 많은 여성 활동가가 괴로움을 호소했다. U 씨는 "조직에서 남성 활동가들이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들을 우대해주고 결국 조직에 남성들만 남는다는 걸 암묵적인 분위기상으로 안다"며 "남성들에게 더 기대하고 나(여성)는 기대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상태에서 우울함이 안 오겠느냐"고 토로했다.
"남은 조직원들이 활동하는 기본소득당 보면 화가 나…'저들을 어떻게 처단하지' 고민 들어"
언더조직은 이가현 당시 알바노조 위원장 등 내부 활동가들이 조직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와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터뷰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그 뒤로도 언더조직 구성원들이 모임을 가졌으며, 구성원들이 기본소득당에서 활동을 이어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M 씨는 "언더조직 해체 이후 총책임자 별장에 김치 담그러 갔었다. 날짜를 맞추고 보니까 평일밖에 안 됐는데, 연차 쓰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충청도나 경기권 선배들이 날짜 맞춰서 왔다"며 "언더조직은 분명 해체됐다고 하는데 왜 다들 여기 모여있으며, 우리는 왜 김치를 담그고 있는가"란 생각에 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R 씨는 "지금 남은 (언더조직) 조직원들이 하고 있는 기본소득당 이런 거 보면 화는 난다. '저들을 어떻게 처단하지' 이런 고민이 든다"고 성토했다. Q 씨의 경우 "기본소득당 창당한다고 연락받았을 때 '(조직원들과의 추억을) 정리해야 되는 시간이 온 거구나' 생각했다"며 "왜 저렇게 좋은 의제를 저 방식으로 하려고 하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인터뷰집에 담긴 증언은 실명으로 언더조직 경험을 털어놓은 여성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김윤영 전 노동당 여성위원장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용 후보자를 비롯해 현재 기본소득당의 당 대표 권한대행, 최고위원, 전략기획부총장, 상임고문,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각 실장 등 대다수의 당 지도부와 중앙당 당직자가 해당 비선 조직에서 함께 활동하던 인사들"이라며 "해당 조직이 현재에도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나, 기본소득당이 해당 조직의 역사와 자원을 통해 창당·유지돼 왔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집>을 집필한 우새하 전 알바노조 울산지부장, 이가현 전 알바노조 집행부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기본소득당 주요 인사들이 언더조직 구성원이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옛 동료들 "용혜인, 언더조직 경력 입장·반성 필요"…기본소득당 측 "당·후보자 모두 관련 없다"
여성 활동가들은 용 후보자 및 언더조직에서 활동한 기본소득당 주요 임원들이 성차별·위계가 만연한 조직에서 활동한 과거에 대해 입장을 내고 반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용 후보자가)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라는 현재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은 "시간과 열정을 투여해 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피켓을 들고 회의를 하던 수많은 청년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용 후보자가 언더조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용 후보자의 이력을 함께 만들어온 청년과 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지적했다.
우 전 지부장도 "언더조직이 공론화된 8년 전 용 후보자는 성차별 문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며 "문제제기 대상이었던 인물 다수가 기본소득당에 있고, 용 후보자가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들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자신이 활동한 조직의 문화에 대해 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본소득당은 언더조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본소득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오준호 후보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본소득당이 창당되고 나서는 이런 일들, 혹은 비밀조직이 당의 여러 결정을 훼손하는 그런 일들이나 당의 어떤 가치를 훼손하는 일들은 있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용 후보자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 수준에서 용 후보자가 직접 관련이 있다는 말은 못 본 것 같다"면서도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용 후보자가 기본소득당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해왔을 때 성폭력과 관련된 의정 활동을 정말 충실히 하셨고 피해자들 편에 서시려고 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용 후보자의 진정성을 저는 믿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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