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국민의힘의 이념적 낙인찍기와 갈라치기 공세가 선을 넘고 있다. 용 후보자가 의정활동 중 생활동반자법과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점을 임명 반대 사유로 꼽고 있는 것. 마치 위성정당을 통한 원내 입성이나 개인 도덕성 의혹보다 용 후보자의 페미니즘적 의정활동을 더 문제 삼는 듯한 양상이다. 용 후보자 '인사 검증'을 핑계로, 페미니즘에 적대적인 일부 2030세대 남성들의 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익을 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31일 국민의힘에서는 전날 이 대통령이 지명한 용 후보자를 둘러싼 혹평이 줄을 이어 나왔다. 용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판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공세였다. 당 지도부 일원인 우재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공개석상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 차원에서 남녀를 갈라치기하고, 젊은 남성을 기득권 범죄자 취급했다"며 "(이에) 앞장선 사람 중 한 명이 용혜인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우 최고위원은 용 후보자를 두고 "남자가 나쁜 사람들인 것처럼, 남자들 것을 뺏어가야 된다는 것처럼, 남녀를 편 가르기 하면서 악성 정부 차원에서 했던 악성 페미니즘에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우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시절 페미니즘이 유행하면서 대한민국은 전쟁을 겪은 국가들보다도 인구가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페미니즘이 유행한다면, 아마 한국인은 멸종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청년인 우 최고위원에 이어 소장파 남성 의원들도 적극 가세했다. 김재섭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용 후보자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앞세워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어 온 갈라치기 선동가", "비동의간음죄 찬양론자"라고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도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처럼 행동했고, 남녀를 갈라치기 했던 분"이라고 주장했다.
용 후보자를 비난하려다 사회적 약자 권리 옹호를 위태롭게 하는 주장을 일삼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은 용 후보자를 "혐오 장사꾼"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군형법상 동성 성행위 처벌 폐지, 동성혼 우회 법제화 등 성적 이슈를 가지고 혐오를 자극하며 종교계 및 시민사회의 반발을 야기했다"며 "성평등 장관이 아니라 '성차별 장관'이 돼 분열적 규제를 양산하고 혈세를 전횡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차별이 아니라 차별금지법이,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그 처벌 조항을 철폐하자는 것이, 동성혼 금지가 아니라 금지 철폐가 '차별'이고 '혐오'라는 아이러니한 주장인 셈이다.
나경원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반헌법적 젠더 극단주의"라며 "용 후보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적극적 주창자이며,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라며 그게 문제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나 의원 또한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용 후보자의 주장이 "소수자의 인권 보호가 아니라, 보편적 다수에 대한 역차별이자 이념적 강요"라고 주장했다.
"능력 부족과 신념 비판은 다른 차원"
국민의힘이 화력을 집중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 용 후보자 낙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용 후보자는 페미니스트기 때문에 반대한다', '차별금지법·동성혼 허용·비동의간음죄 도입 찬성이 혐오이고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용 후보자의 입각이 부적절하다는 차원을 넘어 여성·동성애자 등 정치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고 가해 행위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페미니즘 장관은 왜 안 되나', '차별금지법 입법은 왜 불가한가'라는 물음에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용 후보자 비난에 열을 올리면서도,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의 책무인 '성평등 실현'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자격·능력이 부족한 것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념, 정치 철학에 대해 비판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소수자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을 '용혜인'이라는 정치인에 투사시켜 비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 단체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찬성 입장, 위성정당 창당을 통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 무력화 등을 이유로 용 후보자에 대해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 대표는 "페미니스트가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페미니스트답게 정치활동을 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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