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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⑩여름마다 반복되는 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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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⑩여름마다 반복되는 식중독

안전이라는 신뢰의 값

해마다 더위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식중독 주의' 뉴스가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여름 한 철의 일로 여기고 지나간다. 그런데 식품을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나는 식중독이야말로 우리 외식문화의 '신뢰'가 걸린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는 그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약속 하나를 믿고 있다. '이 음식은 안전하다'는 약속이다. 이 시리즈에서 우리는 줄곧 표시와 가격의 '뒷면'을 읽어왔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의 바탕에 놓인 안전이라는 뒷면을 들여다보려 한다.

'여름병'이라는 절반의 진실

먼저 통계부터 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식중독은 265건, 환자는 7624명 발생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기온과 습도가 높은 7~9월에 발생 건수의 39%, 환자 수의 절반이 몰렸다. 여름이 위험하다는 통념은 사실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식중독은 여름만의 병이 아니다. 오히려 기온이 뚝 떨어지는 12월과 1월, 한겨울에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이 따로 있다. 노로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추위에 강하고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감염시키며 사람에서 사람으로도 옮는다. 그래서 '식중독은 여름에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여름에는 세균성 식중독(살모넬라, 병원성 대장균)이 겨울에는 바이러스성 식중독(노로바이러스)이 우리를 노린다. 식중독에 비수기란 없다.

원인은 화려하지 않다, 기본에서 무너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식중독을 일으킬까. 2024년 원인을 보면 살모넬라가 32%로 가장 많았고 노로바이러스(20%), 병원성대장균(13%)이 뒤를 이었다. 흥미롭게도 지난 3년간 1위였던 노로바이러스를 밀어내고 살모넬라가 그해 최다 원인균이 되었다. 살모넬라는 주로 달걀과 가금류, 그리고 그것을 만진 손과 도구를 통해 퍼진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식중독은 대개 거창한 원인이 아니라 '기본'이 무너진 자리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씻지 않은 손, 관리되지 않은 온도, 그리고 교차오염. 이 세가지가 대부분이다. 특히 온도가 결정적이다. 세균이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는 이른바 '위험 온도대'는 대략 섭씨 5도에서 60도 사이인데, 우리가 음식을 실온에 무심코 두는 그 시간이 바로 세균에게는 잔칫상이 펼쳐지는 시간이다. 차게 둘 것은 확실히 차게(5도 이하), 뜨겁게 낼 것은 확실히 뜨겁게(60도 이상), 그리고 익힐 것은 속까지 충분히 익히는 것. 식중독 예방의 핵심은 이 단순한 원칙에 거의 다 들어 있다. 화려한 비법이 아니라 지루한 기본이 안전을 지킨다.

보이지 않는 것을 지키는 과학

문제는 이 '기본'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님은 주방에서 손을 몇 번 씻는지 냉장고 온도가 몇도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안전은 개인의 양심에만 맡길 수 없고 시스템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장치가 HACCP(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다. 이름은 어렵지만 발상은 명쾌하다. 완성된 음식을 검사해 문제를 잡아내는 사후대응이 아니라 원료부터 조리·유통까지 각 단계에서 위험이 생길 만한 지점을 미리 정해두고 그곳을 집중 관리하는 사전 예방방식이다. 사고가 난 뒤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날 길목을 미리 막는 것이다.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위생등급제'도 있다. 위생상태가 우수한 업소에 '매우 우수', '우수', '좋음' 등급을 부여해 문에 표시하게 함으로써 보이지 않던 위생을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보이지 않는 신뢰를 보이게 만들려는 노력인 셈이다.

안전은 '신뢰의 값'이다

여기서 나는 업주들에게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위생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우리는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은 신뢰 위에 세워진다고 했다. 그런데 그 신뢰는 쌓기는 더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수십 년 이어온 노포도 화제의 맛집도 단 한 번의 식중독 사고로 신뢰를 잃으면 회복이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손씻기와 온도 관리에 들이는 정성이야말로 그 가게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손님이 알아주지 않아도 지키는 그 기본이 결국 오래가는 집과 그렇지 못한 집을 가른다. 안전은 지출해서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신뢰라는 자산으로 고스란히 쌓이는 투자다.

배달과 간편식의 시대에는 이 신뢰의 사슬이 더 길어졌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조리된 음식이 라이더의 가방을 거쳐 우리 집 앞에 오기까지 그 온도가 관리되는 시간도 길어졌다.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가 멀어질수록 그 사이를 잇는 것은 오직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지킨다'는 신뢰뿐이다.

마지막 한 겹은 우리 몫이다

그리고 이 안전의 사슬에서 마지막 한 겹은 늘 그렇듯 소비자의 몫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고 확실하다. 음식점을 고를 때 위생등급 표지를 한 번 확인하는 것, 뜨거운 여름 배달 음식이나 포장 음식을 받으면 상온에 오래 두지 말고 빨리 먹거나 냉장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손을 잘 씻는 것. 노로바이러스가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을 안다면 추운 계절이라고 방심하지 않는 것. 이 작은 습관들이 식중독의 마지막 방어선이 된다.

이것으로 우리 외식산업의 '속살'을 들여다본 이야기를 마친다. 돌아보면 이 시리즈가 표시(1~3편)와 가공(4~5편), 그리고 맛과 가격의 구조(6~9편)를 거쳐 오늘 안전에 이르기까지 줄곧 말해온 것은 결국 하나였다.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한 '신뢰'다. 그 신뢰는 정직한 표시와 정확한 정보, 공정한 거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키는 기본 위에서만 자란다. 다음 편부터는 이야기의 무대를 조금 넓혀 우리 사회가 함께 차리는 가장 큰 밥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와 공공기관의 '급식'으로 걸음을 옮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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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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