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울산시장이 주요 현안을 시민 의견으로 풀겠다는 취지로 추진한 공론화 조례가 시의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일 울산시와 울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6일 제265회 임시회에서 '울산시 공론화 추진에 관한 조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명, 반대 4명으로 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성철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시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시장이 취임 이후 밝힌 주요 현안 공론화 방침과 맞물리면서 민선 9기 울산시정의 첫 제도적 충돌로 받아들여졌다.
공론화 대상으로는 울산도시철도 1호선, 시민야구단 울산웨일스 예산 지원, 처용문화제 부활 등 전임 시정에서 추진됐거나 논란이 이어진 현안들이 거론돼왔다. 재정 부담과 시민 편익, 지역 정체성이 함께 얽힌 사안들이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기존 갈등 조정 제도와의 중복, 공론화위원회 구성의 대표성, 시장의 책임 회피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참여자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시장이 직접 판단해야 할 사안을 시민참여단 뒤로 미루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조례 자체를 부결할 사유였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남는다. 공론화 제도는 시장의 결정을 대신하는 장치라기보다 대규모 예산과 사회적 갈등이 걸린 현안을 공개된 절차에서 논의하자는 취지에 가깝다. 구성 방식과 운영 기준에 문제가 있다면 심사 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김 시장도 20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론화가 책임회피가 아니라 시민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는 시장이 혼자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 시민들의 공론을 모으자는 것"이라며 "시장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듣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시의회가 제기한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없다. 공론화위원회 구성, 시민참여단 선정 기준, 의제 선정 절차, 결과 반영 방식은 더 세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제도 자체를 막을 이유라기보다 보완할 과제에 가깝다.
이번 부결은 여소야대 구도에서 김상욱 시정과 시의회가 맞부딪힌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고 시의회 다수는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주요 현안마다 의회 견제가 강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견제의 방향이다. 시의회가 집행부를 감시하고 제도 설계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그러나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 자체를 정치적 부담으로만 본다면 울산의 주요 갈등 현안은 다시 행정과 의회의 힘겨루기 속에 갇힐 수 있다.
공론화 조례는 일단 상임위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도시철도와 시민야구단 등 쟁점 현안은 그대로 남아 있다. 김상욱 시정이 공론화의 필요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시의회가 반대가 아닌 보완의 방식으로 논의에 나설 수 있을지가 향후 울산시정의 흐름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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