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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이어지자 시작된 노래, 아홉 곡의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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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이어지자 시작된 노래, 아홉 곡의 인생 이야기

[노회찬 8주기] 구술생애사 <우리의 노래가> 북토크 현장 중계

"이해하는 사람이 이해 못 하는 사람에게 전해 주는 책이 되었으면 해요."

자신을 '샤먼 게이'라고 소개하는 박인 구술자의 대답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향한 당부겠지만, 나에게는 이 자리에 있는, 책을 함께 만들어간 구술자와 기록자(구술생애사 작가)들을 향한 울림으로 느껴졌다. 나는 다음 작업을 준비하는 구술생애사 3기이다. 미숙하고 서투른 우리가 처음에는 서로를 모르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서로가 내민 손에 눈가를 붉게 적시며 조심스레 다가가는 시간 속에서 이해받고 이해하는 관계로 나아간 지난 과정이 보이는 듯했다. 첫 기록의 시작은 미숙하고 불협화음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진실한 가슴으로 부르는 우리의 노래는 뜨겁고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하루 종일 물기를 잔뜩 머금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굵은 빗줄기가 시원스레 쏟아지던 저녁, 노회찬의집6411에서 <우리의 노래가>와의 첫 만남이 있었다. 빗소리가 배경음악처럼 흐르던 북토크 시간 동안 꼭꼭 숨겨놓은 속살 같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내어주신 구술자와, 흩어질 듯 연약하고 작은 이야기를 한 줄로 꿰어 기록하는 구술생애사가 모여 책으로 엮이는 과정을 나누는 순간은 더없이 감동적이었다.

<우리의 노래가>는 노회찬재단 구술생애사 2기 15명과 9명의 구술자가 만나, 책의 부제처럼 "흐르고 굽이치다 어우러진 아홉 곡의 인생 이야기"로 엮어낸 책이다. 지난해 첫 번째 <우리들의 드라마>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인 <우리의 노래가>가 출판된 것이다. 북토크에 참석한 귀빈들의 축사와 격려가 전해지고, 한쪽 벽면을 채운 영상에서는 구술생애사 1기 선배와 다음 작업을 준비하는 3기 후배의 축하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북토크는 민중가요, 성소수자, 이주와 노동이라는 세 단락으로 나누어 구술자와 기록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든 구술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내밀하고 깊이 있는 만남을 갖고 싶지만 그런 욕심은 책을 통해 해소하기로 하자.

첫 번째 순서의 참석자는 민중가요 가수라는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최도은 구술자였다. '민중가요계의 소녀시대' 최도은 가수는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도 "그냥 미련하게 사는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공간에서 청해 들은 그녀의 노래 <불나비>를 통해 전해지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삶의 뿌리는 듣는 이에게 다시 한번 깊은 울림과 굵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두 번째 순서의 성소수자 구술자 박인은 재치 넘치고 솔직한 입담으로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나는 타고났다! 웃으며 살자."라며 "당당하고 뻔뻔하고 도도하게"를 구호처럼 외치는 모습에서, '세상의 모서리에 웅크리고 있다'던 그녀가 지나온 삶의 고투(苦鬪)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뜨거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나간 이야기를 들추기 싫다"며 극구 인터뷰를 거부하던, 300명은 족히 넘을 학생들이 거쳐간 하숙집을 일궈오신 정경애 구술자의 기록은 며느리가 맡았다. 시어머니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며느리의 요청에 한사코 손을 내저으며 "우리 애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이해 못 하겠다" 하시지만, 내지르는 손사래 너머로 며느리와 조근조근 옛이야기 지펴내는 풍경이 눈에 선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한국에 온 지 30년이 되어 이제는 '안산 박씨'가 된 방글라데시 태생의 박지환(하비불)은 "한국이 좋고 사람들이 잘해주느냐"는 질문에 "내가 하는 만큼 받는다"고 답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소회 뒤로, 삶의 자락에 여전히 밟히는 차별과 편견의 찌꺼기가 서걱거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이주민을 향한 동정이 아닌 동등한 친구가 되길 원한다는 자한길 알럼 구술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럼의 고향>이라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노래를 만들어 준 한국 친구와의 따뜻한 연결이 전해졌다.

웨노웨 흐닌 쏘 구술자는 고향의 쿠데타 소식을 한국에서 접하며 고국과 연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작업하는 구술생애사 작가에게 다시 먹고 싶은 된장찌개를 대접하는 미얀마에서 온 강선우이다. 그녀는 이주민이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세계 시민이라고 불러달라며 경계에서도 서로 마주잡을 두 손이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북토크 중 한 구술생애사는 구술자의 삶을 두고 "평범하고도 위대하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이는 "다르다면 알아가면 된다"고 담담히 말하면서도, 혹여나 온 힘으로 버티고 살아낸 구술자의 삶에 자신들의 글이 누가 될까 노심초사하며 고뇌했던 진심 어린 마음을 절절하게 서로 고백하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살피고 의미가 되는 순간들이 겹치고 겹치며 선을 긋는다.

글은 이어진다. 구술생애사들의 손에서 기록된 글은 길고 깊은 선의 궤적을 그린다. 오선지가 굽이굽이 흘러가면 구술자들의 삶이 음표처럼 알알이 박히며 삶은 노래로 연주된다.

오래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52헤르츠"를 소개한 글을 보았다. 보통 12~25헤르츠의 음역을 가진 일반적인 고래와 달리, 고음역대인 52헤르츠로 노래하는 고래는 세상 어떤 고래와도 소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수식어를 이름 앞에 달았다. 하지만 어느 날 바다의 소리를 살피던 한 해군이 고래의 소리를 듣는다. 세상에 유일한 고래의 노래를 듣는 누ง군가가 생긴 것이다. 그는 고래에게 '52헤르츠'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선이 그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에게 하나의 선이 이어지고, 이 소식을 들은 세상은 너나 할 것 없이 고래를 향해 연결의 선을 긋는다. 전달되지 않을 것 같던 노래가 마침내 울려 퍼진다. 우리의 노래가 그러했다.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이어지는 콧노래가, 새벽을 깨우며 우렁차게 뻗어가는 목소리가, 구슬프고도 정겨운 노랫소리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소리를 듣는다.

우주 속 먼지처럼 작고 창백한 지구. 그 지구에 찍힌 점보다 더 작은 우리. 이처럼 작고 작은 존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흔적을 남기고 서로를 겹쳐서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그런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서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노래가 되었다.

▲생애구술사 모음집 <우리의 노래가> 북토크 ⓒ노회찬재단 제공
▲생애구술사 모음집 <우리의 노래가> ⓒ노회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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