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불참한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며 독자적 진보정치가 위기에 처했다. 그런 중에도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은 대선 이후 연대 전선을 유지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3당 대표를 만나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자세와 독자적 진보정치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 편집자
유럽에선 '녹색당 바람'이 분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 녹색당은 지난 7일 열린 지방선거에서 587석을 얻으며, 총 1319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4년 전 선거 대비 411석이 증가했고 5개 지역 의회에선 다수당이 됐다. 의회에 진출한 하원의원도 5명이다.
성장세엔 여러 요인이 작용했으나, 주된 배경은 두 가지다. 기존 거대 정당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기후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높아진 관심이다. 한국의 정치 생태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녹색당의 존재감은 아직 미약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은 어떤 기후 정치의 바람을 모색하고 있을까.
"한 명의 녹색당 의원이 원내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지역 정치 생태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프레시안>과 만난 녹색당의 이상현·김찬휘 공동대표는 이같은 포부를 밝히며 "이번 선거에서 창당 이래 최초로 녹색당의 이름으로 원내에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6.3지선에 임하는 녹색당의 각오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후보는 적지만 희망은 크다…오랜 지역활동 안동, 첫 당선 희망"
프레시안 : 먼저 누가 출사표를 던졌는지 궁금하다.
이상현 :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가장 적은 후보를 낸다. 3명이다. 김순애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김유리 서울 강서구의원 후보, 그리고 허승규 경북 안동시의원 후보다. 후보는 적지만, 희망은 크다. 모두 각자의 지역에서 생태, 평화, 풀뿌리 민주주의 활동을 오랜 시간 일궈온 활동가다. 당 차원의 핵심의제를 같이 가져가면서, 후보마다 지역 특화 공약을 개발해 유권자를 설득하고 있다.
프레시안 : 3명은 다른 군소 정당에 비해서도 유난히 적다.
이상현 : 녹색당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번엔 훨씬 더 강도 높은 집중을 택했다. 목표는 100%, 3명 모두의 당선이지만, 그중에서도 핵심 전략 지역을 꼽으면 두 곳이다. 안동과 제주다. 당선 가능성이 가시권에 있다고 본다.
안동의 허승규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18%를 얻어 3위로 낙선했다. 당선된 2위 후보와 불과 329표 차였다. 이번은 허 후보의 세 번째 도전이다. 허 후보는 지난해 3월 안동·의성 대형산불 재난 이후 주민의 삶 회복을 위해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접촉면도 넓혀 왔다.
김찬휘 : 제주의 김순애 후보는 '진보진영(노동당·녹색당·정의당) 단일 비례후보'다. 진보 정치의 원내 진출을 위해 정의당이 큰 결단으로 양보했다. 지방선거 역사에서 진보정당이 비례대표를 단일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뜻 깊고 기대도 크다. 2022년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녹색당은 2.83%, 정의당은 6.11%, 합산하면 8.94%였다. 특히 2018년엔 녹색당은 4.87%를 얻었다. 이만큼 얻고도 낙선한 건 (이후 설명할) '5% 봉쇄조항'이라는 위헌적인 선거제도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성장 구호는 '낙수효과' 기댄 허구"
프레시안 : 독자적 진보정당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여론조사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도 점쳐진다. 녹색당은 여기서 무엇을 이야기할 건가?
이상현 : '더 많은 성장과 개발이 아닌, 더 나은 삶'이다. 반도체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등 산업 성장을 중심에 두고 초고압송전선로와 핵발전 증설을 강행하는 정부·여당의 정책은 수많은 이의 삶터를 파괴하고 있다. 상위 1%와 대기업만을 위한 성장이 아니라, 모두의 주거, 교통, 에너지, 먹거리 등 기본권을 공공이 책임지는 생태평등의 사회전환이 필요하다. '지구를 지키고 생활비를 낮추는 정치'가 우리의 이야기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김찬휘 : 지금 정부·여당의 성장 구호는 허구로 포장돼 있다. 대자본과 부자를 먼저 성장시키면, 그 부가 모든 계층에 골고루 혜택을 미친다는 '낙수효과'는 이미 역사적으로 파산한 이론이다. 이는 미국에서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핵심 교리로 설파됐다. 결과는 어떤가? 1980년엔 하위 50%의 소득을 합한 것이 상위 1%의 2배였는데, 2015년쯤엔 상위 1%가 하위 50%의 2배로 역전됐다.
한국도 1997년 IMF 사태 이후의 경제성장은 오직 소득자산 불평등으로 귀결됐다. 현 정부는 삼성·SK 재벌 특혜로 점철된 반도체 지원 퍼주기를 국가 전망으로 제시한다. 사실 반도체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재벌특혜법'이다. 재벌에 쌓인 부의 분배의 끝은 고작 자기 직원에 대한 성과급이다. 가장 단적으로 '코스피7000', '단군 이래 최고 코스피'는 강조하면서, 노동하는 이가 살아갈 좋은 삶은 전망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직장인이 모이면 주식 얘기밖에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안 하는 사람이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김찬휘 : 주식 투자자는 경제활동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 반도체 호황은 언제고 꺾인다. 주식 호황은 본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왜 사회시스템을 도박 같은 투자 위주로 구축하려 하나? 이 모든 게 지나고 난 뒤 보통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지금 주식투자를 가장 부추기는 게 정부, 여당이다.
왜 주식이 이렇게 각광받나? 불평등이 배가되니, '점핑'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거대 양당은 불평등은 말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주식이, 반도체가 무너지면 같이 무너질 삶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튼튼하게 일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후위기가 생활 면면에 영향 미치는 문제란 점, 보여줄 것"
프레시안 : 녹색당이 말하는 기후 정치는 무엇인가?
이상현 : "민생 공약이 기후 공약"이다. 평범한 이들, 노동하는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기후에도 좋은 사회다. 이를 위한 사회시스템의 전환이 기후 정치다. 즉 기후 의제는 주거, 에너지, 교통, 먹거리, 지역경제, 성평등, 인권 등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예로 교통 공공성 강화는 기후 위기와 지역 소멸을 동시에 막는다. 농어촌 지역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면 무상공공버스를 시행하고, 과감한 인프라 구축으로 자전거와 대중교통이 훨씬 편리한 환경을 만들며, 기존 케이패스(K-pass) 등 정책과 연계해 '1만 원 기후패스' 정기권을 도입해보자고 제안한다. 현행 6만 원대는 자가용 사용을 못 줄여 기후대응 효과도 없다.
김찬휘 : 방식은 풀뿌리 민주주의여야 한다. 가령 '에너지고속도로' 송전탑 문제를 보면, 주민의 삶은 보지도 않고 지도에 자를 대고 '직직' 송전선로부터 그리는게 민주당의 방식이다. 지금 지역 곳곳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매우 잘못된 방식이다. 기후 정치는 지역 주민의 풀뿌리 현장에서 출발한다.
프레시안 : 기후 의제가 중요해졌지만 충분한 정치적 지지로는 연결되지 못한다는 평가도 많다.
김찬휘 : 공감한다. 녹색당이 자성하는 부분이다. 영국 등에서 녹색당이 약진하는 사례를 공부하며 발견한 건, 기후 위기가 시민의 생활 면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제라고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였다. 한국에선 여전히 기후가 수치, 이론, 추상적인 문제로 다뤄진다. 기후위기가 시스템 개혁보다 '쓰레기 분리수거' 등 개인이 노력할 문제로 다뤄지는 이유다. 앞으로 계속 고민하고 구현해 나가야 할 과제다.
"녹색 공공주거·공공 에너지 전환 등 공약…5% 봉쇄조항 극복할 것"
프레시안 : 이번 지선에서 주장하는 핵심 의제를 좀 더 설명해달라.
이상현 : 6대 핵심 의제를 정책화했다. 슬로건만 말하면 △안전하고 쾌적한 녹색공공주거 시대 △지역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공공 에너지 전환 △기후위기와 지역소멸을 멈추는 무상공공교통 대전환 △공공이 책임지는 건강한 농업·농촌·먹거리 △지역의 힘을 기르는 지역 살림 해법(지역순환경제) △평등해서 더 활력 넘치는 지역사회 등이다.
프레시안 : 군소정당에 산적한 어려움 중 하나를 꼽자면?
김찬휘 : 공직선거법의 '5% 봉쇄조항'이다. 정당 투표의 5% 이상을 얻어야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가령, 현재 제주도 내 방송사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68%, 국민의힘이 9% 정도가 나왔다. 여기에 A·B 군소정당이 4%씩 얻는다고 해도, 1석도 배분받지 못한다. 5%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비례대표 13석 중 민주당이 9석, 9%밖에 얻지 않은 국민의힘이 5석을 가져간다.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고 악법이다. 국회의원선거에 적용된 똑같은 '3% 봉쇄조항'은 지난 1월 위헌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국회는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에서 어떤 봉쇄조항도 개정하지 않았다. 거대 양당의 횡포다. 그럼에도 극복해야 한다. 5% 봉쇄조항에 대한 헌법소원도 냈고, 동시에 제주에 힘을 집중해 5% 넘는 득표를 얻어낼 것이다.
이상현 : 언론은 또 다른 벽이다. 주류 언론에 소수 정당은 없다. 여론조사에서도 군소정당은 배제된다. 언론은 시민에게 가닿는 주요한 통로인데 등장할 기회조차 박탈되는 게 현실이다. 하나 더 덧붙이면, 작은 정당은 선거 공보물 '한쪽'조차 내기 어렵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서다. 반면 거대양당은 국민 세금으로 선거를 치를 때마다 돈을 번다. 정당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 제도가 기득권 양당에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득권 선거제도의 장벽이 무너질 때, 평범한 시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정치가 실현될 것이다.
프레시안 : 끝으로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상현 : 정치적 선택이 정말 삶을 바꾼다. 그리고 다른 선택을 하면 다르게 살 수 있다. 이 점을 정말 강조하고 싶다. 녹색 정치의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적 실력을 보이고 싶다. 일단 원내에 보내 보셔라. 우린 정말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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