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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청년? '무엇이든 시도 가능한'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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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청년? '무엇이든 시도 가능한'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청년기본법 시행 5년, 답습하는 사회를 넘어 이행기 정책을 향해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 요구, 3가지 핵심 과제 평가

2010년대 청년들의 '배운 대로 사는 세상은 지났다'라는 외침은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압축한 슬로건이었다. 여기에는 과거와는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의 핵심 과제가 담겨 있었다.

첫째는 과거의 관성과 단절하고 정책적 답습을 멈추는 것이었다. 기존 정책들은 달라진 시대의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데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 대표적인 과거 관성은 ‘청년의 눈높이’만을 탓하는 태도였고, 답습하는 정책은 구직 촉진이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일단 어디든 들어가라.”라는 요구는 더 이상 현실적인 조언이 될 수 없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는 ‘쉬었음 청년’이 아니라 ‘안뽑음 기업’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은 청년실업 상태를 여전히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틀로만 해석하려는 시도가 적합한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둘째는 청년문제를 다각도로 해석하고 정책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었다. 일자리 정책만으로는 복합적인 청년의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고 봤다. 따라서 주거, 복지, 금융, 문화 등 다양한 시책의 근거를 청년기본법에 담았다. 그러나 이 시도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가족 돌봄 청년처럼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워야 할 과제가 청년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납작하게 수용되었고, 인구나 지역발전 정책의 수단으로 청년정책이 동원되기도 했다. 정책 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길 바랐던 기대가 오히려 정책 패러다임 전환 동력을 약화시키는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청년세대와 실질적인 권한을 나누는 거버넌스 구축이었다. 기존 해법이 무력해진 시대에는 청년들의 새로운 감각을 정책에 개입시키는 게 중요하다. 청년정책에서 청년참여를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에 놓였다. 청년참여 거버넌스 도입 시도는 위원회제 거버넌스의 견고한 벽을 넘지 못했다. 유연한 참여와 소통은 사라지고 전문성과 대표성을 잣대로 한 심사 절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초대받은 전문가와 심사받은 청년이 위원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있는 기이한 구조 속에서, 청년참여가 선택받은 소수 청년의 스펙 쌓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 답습의 실패로 방치되는 청년의 이행기

2004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2021년 상시법으로 전환된 사건은 우리 사회 청년문제의 고착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과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고백과 다름이 없었다. 또, 문제 진단과 해법을 달리하지 않고 법안을 영구화한 것은 결국 실패한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사이 청년실업문제는 더 악화되었다. 졸업 후 평균 취업 준비기간은 2004년 10개월에서 2025년 11.3개월로 늘었고, 2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 비율은 17.2%로 급증했다.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8.4개월로 짧아졌으며 이미 퇴사한 청년의 근속기간은 13.9개월에 불과하다. 첫 일자리가 1년 이하 비정규직이거나 일시적 일자리인 비율은 38.8%에 달한다. 정책이 과거의 틀에 갇혀 있는 동안 '쉬었음' 청년은 급증했고, 청년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정규 교육을 마치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안착하기까지, 긴 취업 준비 또는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이행기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청년이 이 시기에 첫 청년문제를 겪고, 이는 평생의 문제로 확대되지만, 정부는 지난 25년간 오직 '취업 연계'라는 단편적인 해법에만 집중해 왔다. 취업 연계는 필요한 일이지만 일자리 안정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이행기 문제는 반복되고 또 악화될 것이다. 이행기를 단순히 ‘미취업 상태’라는 문제적 상황으로 보는 관점은, 불안정한 노동 환경 속에서 이행을 반복하는 청년들이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달라진 시대와 독립적 대안으로서의 이행기 청년정책

노력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직결되던 시대의 공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 산업정책의 성과가 단기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산업 구조의 변화가 안정적인 청년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행기는 더 이상 '비정상적인 대기 상태'일 수 없다. '누구나 반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생애주기'로 재정의 되어야 한다. 향후 청년정책은 이행 상태의 청년을 '쉬었음'이나 '준비중'으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시도 가능한 청년'이 되도록 이행기의 활동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청년정책이 산업이나 고용정책의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영역'으로서 다른 정책들과 병진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정책 설계의 실마리는 서울청년수당 도입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청년수당은 사설 교육기관과 청년 중 어디에 예산과 선택권을 보장할 것인가에서 과거 정책과 근본적으로 모델이 달랐다. 예산의 집행 경로만 다르게 판단해도 충분히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다. 청년이 일하고 싶은 일터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나 일터에서 버티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 지원이라면 중소기업 장기근속과 무관해야 한다. 이직을 반복하더라도 원하는 직장을 찾는 과정 전반에 동일한 지원이 연결되어야 한다. 이행기 청년이 스스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기 주도 프로젝트 지원은 '아주대학교 파란학기제'나 '경기 청년 갭이어' 같은 참고 사례가 존재한다. 최근 정부 '모두의 창업'이 ‘청년 모두의 이행기 프로젝트’로 상시 운영되는 형태를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독립적 대안들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고립·은둔 등 위기 청년의 감소와 취업·창업·창직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요구가 과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예측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상상과 주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과거의 패러다임을 해체하고 새로운 차원의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청년정책은 길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청년문제에서만큼은 답습을 멈춰야 하며, 이를 위해 청년을 사회의 주체로 존중하고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거버넌스 확대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실질적 권한 분배와 자원 집중으로 다시 쓰는 청년정책

2020년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전담 조직이 설치되었으나 지난 수년간 '정책 조정' 기능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청년정책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채 기존 사업을 나열하는 행정적 분류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청년정책을 부수적으로 취급하는 느낌이다"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은 정체된 논의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단순히 특정 연구소나 부처 신설이라는 외형적 논의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의 이름이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정책이 포착하지 못하는 '이행기의 불안정'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독립적인 대안'으로서 청년정책이 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청년정책 조직 설치를 둘러싼 논의는 반드시 이러한 기능적 본질과 정책적 독립성 확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 앞의 과제는 여전하다. 과감한 관점 전환, 이행기 중심의 정책 재구성, 그리고 청년참여의 실질적 구현이다. 특히 청년참여는 단순히 의견을 듣는 수준을 넘어, 과거의 답습을 끊어내고 정책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 부여로 이어져야 한다. 더불어 청년정책 공적자원은 온전히 이행기 청년의 활동 가능성을 확장하며 삶의 안정성을 지탱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청년들이 앞선 청년세대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1분기(1∼3월) 실업자가 5년 만에 다시 100만명대에 진입했다. 4명 중 1명은 청년층이다. 사진은 20일 서울 한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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