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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쿠팡의 산재 은폐, 제대로 조사하십시오"

[안진이의 일자리 심층대담] 쿠팡물류센터 산재 사망 유가족·전국물류센터지부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독립연구자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쿠팡물류센터 산재 사망 유가족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이유를 들어봤다. 2020년 사망한 고 장덕준 노동자의 유가족인 박미숙님, 장광님의 이야기를 주로 듣고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에게 보충 설명을 부탁했다.

1. 쿠팡물류센터 산재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유가족(이하 '유') - 제 아들 덕준이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쿠팡 대구2센터 7층에서 2번의 폭염기와 1번의 혹한기를 겪으며 일했습니다. 2020년 12월에 사망했어요. 질병 없고 태권도 공인 4단이었던 20대 청년이 사망했으니 업무와 연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업들이 자료 제공을 잘 안 하지만 쿠팡의 경우 유독 심했습니다.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해 5년 넘게 거리에 있었습니다. 국민청원만 해도 3번이나 했고요.

다시 나오게 된 계기는 2025년 12월 언론 보도입니다. 김범석 대표가 장덕준의 죽음을 축소, 은폐하는 데 직접 개입했다는 자료가 공개되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일한 청년 노동자를 향해 김범석 대표는 "그가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 되지." "그들은 시급제 근로자들이야 성과급이 아니라 시간당 급여라고!"라고 했더라고요. 그러면서 덕준이가 일한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쿠팡은 덕준이 개인정보를 무단 사용해 CCTV를 분석했어요. 쿠팡과 고용노동부 직원 사이에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최대 로펌이라는 김앤장에 자문한 정황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었어요. 김범석 대표의 지시로 묻혔던 아들 죽음의 진실을 이제는 제대로 알아야겠기에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2. 산재 은폐 의혹 관련해서 법적 조치를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조치를 취하셨나요?

– 작년 12월에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바로 서울노동청과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습니다. 경찰에는 증거인멸교사와 과실치사로 형사 고발을 했고, 노동청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했어요. 이후 12월 31일에 청문회가 열렸을 때 임시 대표 해럴드 로저스가 증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위증죄를 추가했어요. 다음으로 동료들의 건강 기록지를 산재 은폐용으로 무단 활용했던 것과 (산재 회피를 위해) 사망 전 일주일치 CCTV 기록을 분석한 것에 대해 추가 고소했어요.

그런데 저희는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계속 받았습니다.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산재가 승인되었는데 어떻게 산재 은폐라고 하느냐'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산재 은폐 증거를 제시하는데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증거를 받아가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가만히는 못 있겠다' 싶어서 2026년에 유가족들의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지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가 고용노동청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난 4월부터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시민사회, 노동조합 등과 간담회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고 장덕준님의 유가족인 박미숙님과 장광님, 정성용 지부장의 모습. ⓒ안진이

3. 고 장덕준 노동자 사건 후에 야간노동 논의가 많았는데, 현장에서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지 야간노동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야간노동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요?

- 아들이 20대 청년이었고 오로지 야간노동만 하다가 사망했어요. 그때 야간노동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많이 했지요. 그 밖에도 2019년과 2020년에 택배 노동자들이 너무 많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택배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야간노동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어요. 야간노동을 없애자는 취지의 행사가 2021년까지는 많았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국회의원들도 야간노동을 없앨 수 없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국민들이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못 없앤다는 거죠. '2021년에는 위험했던 야간노동이 2025년에는 안 위험하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해요. 오히려 쿠팡을 견제하겠다면서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 야간배송 규제를 풀어주고 있어요.

저는 야간노동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쿠팡 내부에 있지 않은 분들에게는 로켓배송이 아주 편리한 서비스로 다가올 겁니다.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과로하는 상황을 모르실 거예요. 우리 덕준이가 1년 4개월 야간노동을 했던 쿠팡 대구2센터 7층은 '세기말 7층'이라 불렸습니다. 여름이면 땀이 비 오듯 흘러서 등에 하얀 소금꽃이 피었고, 겨울이면 진열된 세제 통이 추위를 못 견뎌서 얼어 터졌어요. 그런 곳에서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일하는데 휴식시간도 거의 없어요. 새벽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1시간에 1번꼴로 마감이 있어요. 100개, 200개, 1000개가 들어와도 다 쳐내야 하는 거죠. 100개 하다가 1000개 못 쳐낼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노동자들은 다음날 출근 보장을 못 받을까 봐 어떻게든 해냅니다. 노동자들은 알지만 소비자들은 잘 몰라요. 새벽 7시 전에 도착해 있는 물건만 보기 때문이죠.

정성용(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 이하 '정') – 밤 11시 59분까지 주문을 하면 7시간 내로 도착해야 하는 것이 새벽배송입니다. 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 처리를 위한 마감시간은 새벽 1시 정도고요. 밤 11시 59분에 주문 들어온 물품을 새벽 1시까지 처리하려면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야 할지, 얼마나 높은 노동강도가 요구될지 생각해보세요.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야간의 노동강도가 더 높고, 숫자도 야간조 노동자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수 노동자가 야간을 선택하는 이유는 월 30만원 정도의 야간수당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심지어 야간은 기본 시급이 더 낮게 책정됩니다. 그래도 월 30만원 더 받기 위해서 자신의 생활패턴과 맞지 않는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거죠. 또는 주간에 투잡을 하거나 육아를 하기 위해 야간노동을 선택하고요. 그러니까 경제적인 이유에서 야간노동을 하는 겁니다. 대부분 수면장애, 만성피로, 우울증, 소화불량을 호소하고요.

최근 경기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근속기간이 2년을 넘지 않습니다. 대다수 노동자가 최대 2년 근무한 후 퇴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야간노동이 이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1년 일하고 퇴사하고 실업급여 받으며 회복하고 다시 입사하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야간노동의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되거나 사회적 비용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4. 언론에 보도된 쿠팡 계열사의 산재 사례를 다시 정리하셨다고 들었는데, 산재 인원은 몇 명이고 어떤 패턴이 있었나요?

유 -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쿠팡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사례 중에 언론에 보도된 것만 모았더니 36명입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사망자가 있었겠죠.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어요.

이 36명 중에 실제로 산재를 신청한 분은 7명이고, 그중 6명이 승인을 받았어요. 지난해 11월 사망하신 오승용님의 경우는 쿠팡 청문회 시점과 맞물려서 빠르게 산재 인정을 받은 경우입니다. 그런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으면 산재 신청도 힘들고, 산재 승인을 받는 건 더욱 힘듭니다. 유족들이 직접 뛰어다니면서 모든 자료를 찾아서 증명해야 하니까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경우 산재 승인을 받기가 더 어렵고요.

- 이 36명 명단을 보면 쿠팡이 왜 아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처벌받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우선 고 장덕준님이 산재 인정을 받았을 때는 아직 중처법 시행 전이어서 적용 예외였고요. 그 이후 쿠팡은 언론에 공개된 대로 산재 대응 매뉴얼까지 만들어서 치밀하게 대응했습니다.

– 저희가 다른 쿠팡 유가족들의 장례식장에 가기도 했고, 유가족들과 통화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있어요. 나중에 쿠팡의 산재 대응 매뉴얼이라는 것이 공개되었을 때 보니 저희의 경험과 그 매뉴얼이 일치하더라고요.

2021년 3월 송파 고시원에서 사망하신 노동자가 있었어요. 그분의 장례식장이 창원이라서 저희가 갔는데, 매뉴얼대로 장례식장에 쿠팡 직원 2명이 상주하고 있었어요. 그때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분들은 아예 식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우리는 유족인데도 조문만 하고 나와야 했어요. 그러고 나서 사건은 언론에서 사라졌죠. 2022년 2월에는 동탄물류센터에서 사망하신 분이 있었는데,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새벽에 유가족이 쿠팡과 합의를 했어요. 산재 신청도 아예 안 했고요.

5. 최근 민사소송을 시작하신 박현경님, 최성낙님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유, 정 - 고 박현경님은 쿠팡 천안(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다, 2020년 6월 쓰러져 사망하셨어요. 식당이 위탁 운영이어서 복잡합니다. 쿠팡 주식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동원홈푸드가 식당을 운영했고, 고인은 인력파견업체인 주식회사 아람인테크 소속이었어요.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원청과 위탁운영업체, 인력파견업체 모두 고인의 사망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외면했어요. 물류센터 앞에서 유가족이 1인 시위까지 해가면서 1년 반 만에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그래도 쿠팡은 고인이 하청업체 소속이라면서 책임을 미뤘지요.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0월 당시 쿠팡 김범석 의장은 이 사건에서 식당 운영위탁계약의 당사자가 쿠팡이기 때문에 쿠팡의 산안법상 도급인 책임이 문제된다고 지적하면서, 이후 물류센터 내 용역계약의 당사자를 쿠팡 주식회사가 아닌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산재 예방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만 변경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 거죠. 그래서 올해 4월에 다시 민사소송에 들어갔어요. 원청인 쿠팡 주식회사, 하청인 동원홈푸드, 인력파견업체 아람인테크에게 법적 책임을 물으려고 합니다.

다음으로 고 최성낙님은 쿠팡 용인2센터 허브 공정에서 고정 야간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2021년 4월 업무를 마친 다음날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어요. 2023년 11월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육체적 강도, 교대제 근무, 작업장 소음 노출 등"을 고려할 때 사망의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판정이 나왔어요. 그런데 쿠팡은 고인의 사망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면서, 고인의 유족급여 지급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사망자 유족급여를 취소해달라고 소송까지 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에요. 작년 12월 30일 열린 국회 쿠팡 청문회에서 이 소송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해럴드 로저스 대표는 "기업으로서 법적 절차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소송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유가족이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응하자, 쿠팡은 갑자기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고인의 죽음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어요.

6. 쿠팡에서 산재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저희 아이 카톡을 봐도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이 아주 많이 나옵니다.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법으로 관리하니까, 현장에서 온갖 불합리한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는 거죠. 노동자들만이 아닙니다. 언론인들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았어요. 언론사가 아닌 기자 개인에게 손배소를 청구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합니다. 박현경님 사건 관련해서도 대전 MBC 기자에게 1억 손배소를 청구했고요. 장덕준 사건 관련해서도 손배소를 청구해서 결국 기자님들이 기사를 못 썼던 적이 있어요.

- 산재사망 은폐 매뉴얼은 쿠팡의 경영철학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쿠팡은 산재 문제를 하나의 리스크로 바라보면서,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안정 고용이라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최소화하고, 일용직과 계약직을 극대화해서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돌리는 거죠. 그 비정규직들은 근속이 일정 기간 넘지 않도록 설계하고요. 그러다 보니 장기적 시각으로 관리되어야 할 안전과 노동자 건강 문제가 손쉽게 은폐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고요.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고, 최소 금액으로 적당히 합의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쿠팡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산재 사망자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가족들의 싸움이 쿠팡의 잘못된 철학을 바꾸는 중요한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팡 산재 유가족들이 시민사회와 간담회 후 촬영한 사진. ⓒ쿠팡대책위

7. 지금 한국 노동시장에 괜찮은 일자리도 부족하고, 단기간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도 생각보다 적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쿠팡이 고용을 많이 한다고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 '쿠팡 일자리'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 쿠팡이 고용 창출 4위 기업으로 올라섰다고 하더라고요. 대기업인데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급여를 주면서 사람을 쓰는 게 맞는 건가, 4대 기업이면 그에 걸맞은 사회 공헌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당연히 노동자의 생명을 귀하게 여겨야 하고요.

대기업이면 법은 잘 지킬 것 같잖아요. 그런데 취업규칙을 불법적으로 바꿔서 일용직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했잖아요. 우리 덕준이가 근무하던 시기에는 주휴수당 문제가 있었어요. 주 5일을 채워서 일하지 않으면 주휴수당이 없다고 근로계약서에 명시했거든요. 동의하지 않으면 일을 못 하니까 노동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던 거죠.

저희가 산안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례도 있어요. 매일 업무 시작 전에 10분씩 안전교육을 실시한다고 센터장이 진술한 내용이 있는데, 저희가 CCTV를 확보해서 봤더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공식적으로 7시부터 근무 시작인데 7시 이전에 아이가 이미 일하고 있는 영상이 있어요. 안전교육을 안 했다는 거잖아요. 앱을 통해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동의'만 누르게 했다는 거죠. 이렇게 갖가지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갈 생각만 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불안정한 고용입니다. 절반 가까운 노동자가 일용직이어서, 말 그대로 하루 일하고 하루 임금을 받고 일합니다. 내일 출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스스로도 모릅니다. 쿠팡은 상시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사용하면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 일용직을 대거 채용하고, 그러다 사람이 부족해지면 인센티브를 내걸고 모집해서 갑자기 출근시킵니다.

일용직이 아닌 나머지 절반의 노동자들도 계약직이 많습니다. 그래서 재계약을 의식하면서 사측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일용직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 때문에 불합리한 것을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고강도 노동에 노출되어 에어컨 없이 일하다 보니 과로사가 발생하는 환경이 됩니다. 이제 폭염이 찾아와서 또다시 쿠팡의 온열질환 문제와 휴식시간, 냉방장치 문제를 요구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 연결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쿠팡 물류센터의 메자닌(복층) 구조는 화재에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고 실내온도를 올리는 원인이기도 하니까요.

8. 노동조합의 시각에서는 이렇게 쿠팡의 산재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시나요? 최초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그 이후에 뭐가 달라지고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4월 9일, 교섭 4년 반 만에 쿠팡과 최초의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현장 노조 게시판, 노조 사무실, 현장 출입권, 근로시간면제 등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권리는 확보했지만 현장을 개선하는 내용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어요.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시간 보장을 합의하지 못한 점이 제일 아쉽습니다. 쿠팡은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여전히 회사의 비용으로 생각하고, 노조에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화가 나는 이유는, 휴식시간은 단순히 휴식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어컨이 없고,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고정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휴식시간은 건강과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야간노동의 폐해와 산재사망을 모두 줄일 수 있는 핵심이고요. 이를 권리로 명시하지 않고 보장하지 않는 법과 제도도 문제지만, 이윤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포기해도 되는 것으로 손쉽게 받아들이는 기업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휴식시간 보장, 에어컨 설치, 야간노동 규제 없이는 절대로 쿠팡의 산재 사망은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최초의 단체협약에 만족하지 않고, 휴식시간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할 생각입니다.

9. 각자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는데,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전국 물류센터를 돌면서, (지금의 환경은) 위험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안에서 목소리 내서 최소한 휴식시간만이라도 보장받도록 해보자고 했어요. 냉난방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더니 국회의원들이 창고 건물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게 5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5분, 10분의 최소한의 휴식시간도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쓰러질 것이 걱정됩니다.

저희가 바라는 건 일단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에요. 2020년도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쿠팡, 김앤장과 연계해서 은폐한 내역이 있는지 규명하라는 거죠. 두 번째는 진정 어린 사과와 책임이고, 세 번째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복직해야 합니다. 재판에서 승소해도 쿠팡이 계속 시간을 끌면서 복직을 안 시키는 상황인데, 이 노동자들이 다시 현장에 복귀해서 환경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쿠팡 산재 유족들은 노동조합이 아직 없었던 2020년부터 투쟁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 반노동적 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에 해가 갈수록 사망자는 많아져만 갑니다. 어렵게 쿠팡 대표들의 사과와 합의를 끌어냈지만 쿠팡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은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쿠팡 사태를 계기로 김범석 의장의 고 장덕준님 산재 은폐 직접 지시, 고 박현경님 산재사망 책임 회피를 위한 하청업체 계약관계 변경, 산재 사망 유족 대응 매뉴얼이 드러났습니다. 이제 김범석 의장이 책임져야 할 시간입니다.

더 이상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안 죽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산재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로사 예방, 노동자 건강 및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휴식시간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대답해 보십시오. 더 이상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지난해 쿠팡의 산재 사망자가 8명입니다. 올해 1월, 쿠팡 택배 노동자가 또 과로로 돌아가셨습니다. 폭염이 이미 왔고, 겨울에는 또 한파가 오는데 이대로 괜찮을까요? 답을 듣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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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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