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던 '해사법원 설치' 논의가 다시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해운·항만·해사 관련 분쟁의 상당 비중이 부산·경남권에 집중돼 있음에도 해사사법 체계가 여전히 수도권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SNS를 통해 해사법원 설치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논의를 새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9일 박 시장은 SNS에서 "대기업과 전문 법무법인의 8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지금의 구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거의 벼랑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는 지역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라며 정치권을 향해 국가적 판단을 촉구했다.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을 보유한 해양물류 중심지이자 조선·해운기업, 해양 공공기관, 관련 대학 및 연구기관이 집적된 국내 유일의 해양산업 클러스터다. 그러나 상당수 해사사건이 여전히 서울에서 처리되고 있어 '현장과 재판의 거리'에 따른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중요한 것은 출범 시기가 아니라 실효성"이라며 "복잡한 청사 신축 절차 없이 기존 법원 공간을 활용해 즉시 운영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중재로 매년 약 3000억원 규모의 해상·해운 관련 법률비용이 유출되는 현실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해사법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산에 항소심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해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해왔다. 즉, 해사법원 설치는 지역 이익을 넘어 한국 해양산업 전반의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조치라는 것이다.
박 시장도 "부산시민들이 해사법원 설치를 가장 먼저 요구했고 실제로 가장 필요로 하는 곳도 부산"이라며 "정치적 고려로 부산이 또다시 후순위로 밀리는 일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확정된 만큼 "지금이야말로 해사사법체계를 재편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해수부 이전 후속 조치와 함께 해사사법체계 개편 방안을 폭넓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사사건의 발생지, 산업 구조, 국제적 경쟁 환경, 비용 유출 규모 등을 감안하면, 해사법원의 부산 일원화는 향후 정책 논의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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