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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전주 통합과 6·3지방선거…풀뿌리 민주주의와 중우정치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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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전주 통합과 6·3지방선거…풀뿌리 민주주의와 중우정치의 기로

[이춘구 칼럼]

12·3 비상계엄 이후 6·4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는 데도 지방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가 엄존하고 있다.

소위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행정자료의 왜곡, 선전선동으로 주민을 집단적으로 세뇌하고 기득권 연장에 혈안이 되고 있다. 특정정당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지역의 경우 더욱 더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합법성과 실체적 진실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가 무너질 경우 지방에서 민주적 기본질서가 무너지고 주권이 왜곡될 수 있다. 주권이 왜곡된다는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원을 선출하는 게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들에 의한 지방정권이 지속되어 국민주권, 주민주권이 침해받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톤은 『이상국가론(Politeia)』에서 ‘국가의 퇴락 단계’를 이상국가(철인정치) → 명예정체(티모크라티아) → 과두정체 → 민주정체 → 참주정체로 구분했다. 민주정체는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지만, 무분별한 자유와 감정의 지배 등로 인해 질서가 붕괴되고 결국 참주정(억압적 독재정)으로 퇴락한다고 본 것이다.

플라톤은 민주주의가 타락한 ‘중우정치’는 단순히 민중정치가 아니라, 이성적 판단 대신 감정과 선동, 편견이 대중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상태라고 설명한다. 중우정치는 합리적 숙의보다 ‘좋은 말, 자극적인 구호’가 여론을 지배하고, 실체적 진실보다 ‘인기’와 ‘이미지’로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지방정치는 형식적으로는 선거를 통해 주민이 권력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행정자료의 왜곡, 정보의 비대칭, 선전·선동에 의한 여론조작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민주적 절차를 빌린 권위주의적 통치로, 플라톤이 경계한 ‘형식적 자유 속의 무질서’와 유사하다.

특히 특정 정당이 절대적 지배력을 가진 지역에서는 주민이 아닌 당의 이해가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 숙의, 감시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퇴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주민주권이 아니라 ‘기득권 세력과 관(官)의 주권’으로 역전되고, 지방정치는 이들의 보존 체제로 전락한다.

2026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중우정치가 재현되고 있다.

주권자는 먼저 정보의 출처와 사실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언론과 공공 데이터, 의회 회의록 등 1차 자료를 통해 후보의 정책을 검증해야 한다. 둘째 정당보다 인물, 인물보다 철학을 살펴야 한다. ‘철학 없는 권력 유지형 인물’이 지방행정과 의회를 점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정책과 예산의 흐름을 추적해야 한다. 지방정치는 ‘사업 공약’보다 ‘예산의 사용처’로 진심을 읽을 수 있다. 넷째 감정보다 숙의, SNS보다 토론으로 판단해야 한다. 플라톤이 경계한 중우정치는 ‘즉흥적 판단’에서 시작된다. 지역사회 토론, 주민협의체,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판단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전주·완주 행정통합 주민투표 권고가 지연되는 것은 정치적 계산과 지역 세력 간 이해관계, 기득권의 존속 논리, 중앙정부의 무관심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험대에서 정치적 이해가 주민의 주권보다 우선하는 사례이다.

이춘구 칼럼니스트(前 KBS 모스크바 특파원)ⓒ

진정한 주민주권이라면, 주민이 결정할 기회를 정치권이 미루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제때 맞추어 민의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며, 통합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숙의의 질과 절차적 신뢰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전북의 수도권 대응력, 지역경제·산업경쟁력의 핵심 변수이다.

플라톤은 “국가의 몰락은 시민이 자기 이익에만 몰두할 때 시작된다.”고 했다.

지방의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이다. 행정과 정당의 독점적 권력 구조를 감시하고, 실질적 주민참여(주민발안·주민소환·주민투표 등)를 제도화하며, 시민 스스로 이성적·도덕적 주권자로 성장하는 것이 중우정치를 넘어서는 유일한 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숙은 제도보다 시민의 품격에서 완성된다.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는 바로 그 시민적 품격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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