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 속에서도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들의 일상은 정책과 제도 통계로는 드러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시리즈 '유보통합, 돌봄을 넘어 교육의 권리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직접 기록한 글이다. 학급 운영의 어려움, 시간과 노동의 구조적 한계 등 구체적 경험을 통해 영유아교육이 직면한 문제를 드러낸다. 이 기록들을 통해 교사와 아동의 권리를 함께 살피며, 유보통합 과정에서 현장의 경험이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글은 유아교육 현장에서 유아들과 함께하며 느낀 현실을 담았다.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솔직히 전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아직은 이름을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 속에 있다. 익명이지만 진심으로 전하는 이야기인만큼, 그 목소리가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은 한사람의 목소리이지만 진심 어린 이 글이, 유아 교육,보육 현장의 변화를 위한 작은 울림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침 일찍 등원하는 유아들을 맞이하는 손길도, 울음을 달래며 미소 짓는 목소리도, 놀이 속에서 웃음을 나누는 순간에도 교사들은 저마다의 사명감과 이유로 현장에 서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아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모두 같다는 점이다.
그러나 교사들의 임금과 호봉 그리고 근무 조건은 다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근무조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유아를 가르치고 돌보는 교사임에도 서로 다른 세계에 서 있는 듯한 현실이 드러난다.
A교사의 이야기 ― "경력이 쌓여도 멈춰버린 호봉표, 그리고 퇴직금조차 없었다"
A교사는 사립유치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유아들과 함께한 시간이 늘수록 전문성도 깊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호봉 인상이 멈추었다.
"경력이 쌓이면 당연히 호봉이 올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경력이 많을수록 ‘인건비 부담’이라는 이유로 근무하는 기관에서 연봉을 조정하려는 분위기를 체감했다. 퇴직을 결심했을 때는 더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년간 한 기관에 몸담았지만,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원을 떠나야 했다.
법적으로 완전한 공무원도, 명확한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지위 속에서 퇴직금이나 휴직 제도는 보장받기 어렵다. 유아교육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정작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
"유아를 위해 일했지만, 교사로서의 나는 보호받지 못했다"는 그의 말은 현장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B교사의 이야기 ― "같은 경력인데 왜 다시 호봉을 재책정하나요?"
B교사는 유치원에서 8년을 근무하다 어린이집으로 이직했다. 유아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쌓은 경험은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직 후 경력을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같은 유아를 돌보는데, 기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력은 인정되지만 호봉은 다시 책정됐어요."
그에게는 단순한 급여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로 살아온 시간이 다시 평가받는 기분'이었다. 영유아 교사는 교육자임에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돌보는 사람’으로 축소되고, 호봉과 임금 체계 역시 그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립유치원과 달리 노동자로 인정받아 퇴직금과 육아휴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했다.
"우리는 같은 유아를 가르치고 같은 마음으로 일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우리를 다른 위치에 세워놓고 있습니다."
호봉은 올라도, 현실은 제자리
C교사의 이야기 ― "호봉을 인정해주지만, 작년 금액으로 정산하면 안 되냐고 하시네요…."
C교사는 기관의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호봉은 인정받았지만 실제 급여는 이전 해의 금액으로 책정되었다.
"호봉은 올려주지만 작년 기준으로 계산해달라는 말에 마음이 복잡했어요. 결국 숫자로는 인정받았지만, 그 의미는 온전히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교사 개인의 전문성과 헌신이 기관의 사정이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실, 물론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이런 악조건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관에서는 교사들의 노고를 인정하며 모든 경력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시간외 수당·명절수당·연구수당 등을 지급하거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 임금체계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금액 또한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다영한 노동의 대가가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자체가 영유아교사 노동 환경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지표다.
교사 모두가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그에 걸맞은 처우를 보장받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사의 성장을 지탱하고, 유보통합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모두가 통합을 말하지만, 교사는 통합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정책 논의는 여전히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행정 효율에 맞춰져 있다.
D교사의 이야기 ― "정교사 1급 연수를 받았지만, 호봉은 그대로입니다"
통상적으로 승급 연수를 마치면 1호봉이 올라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교사 1급 연수를 원장님이 보내줘야 갈 수 있는 조건이라 감사했지만, 막상 자격이 올라가도 호봉은 동결이었어요. 자격증을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격과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의 전문성은 제도의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 4년제 학사 졸업, 이 또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할까?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다", "원의 체계라는데 따라야 하지 않나…" 교사들은 이렇게 체념 섞인 말을 반복한다. 이 구조 속에서 영유아 교육은 교사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끊임없이 소모된다.
교사가 존중받을 때, 비로소 유아가 중심이 된다
유아를 중심에 두겠다는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유아 곁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교사가 존중받아야 한다. 같은 유아를 가르치고 돌보는데, 왜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안정성에서 비롯된다. 유보통합의 완성은 시설의 이름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진정한 통합은 교사의 경력과 호봉이 동등하게 인정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유아를 중심에 둔 교육이라면, 그 유아 곁을 지키는 교사들의 목소리 또한 함께 담겨야 한다.내일도 우린 교실 문을 연다. 어제보다 조금 더 지치지만,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래도 아이들이 웃는다. 그 웃음이 우리를 다시 걷게 한다.
제도가 몰라도, 우리는 안다. 진짜 교육은 교사의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영유아 교육이 중요하다고, 그 일을 해내는 교사가 귀하다고 말로만 하는 찬사에 우리는 폭삭 속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모든 선생님들 오늘 하루도 폭삭속았수다.(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익명 속에서 전하는 이 목소리가, 안개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작은 파문이 되어 더 나은 유아교육의 방향으로 진정한 유보통합의 방향으로 번져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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