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입니다." 몇 년 전 아버지께서 지인의 사위 직업을 물었을 때 들은 답변이란다. 그리고 올해 초에 내가 아버지께 그분 근황을 다시 여쭤보니 "위험해서 지금은 다른 일을 한다더라"고 하신다. 이렇게 단적으로 '라이더'는 한국 사회에서 그 필요가 인정되는 직업의 하나가 되었지만 불안전하고 불안정한 노동임을 알 수 있다. 종전의 특수고용 노동자에 더해 라이더나 다른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 편의점 점주 같은 종속적 자영업 노동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 노동은 불안전하고 불안정하다.
정부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전형인 '임금 노동자' 가운데 한시적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와 구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 범주로서 '비전형 노동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024년 8월 말 기준 약 190만 300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아래 <표1> 참조)

비전형 노동자의 출현에 조응하지 못하는 '노동권 보장 및 사회보장' 제도
이렇게 전형적이지 않은 노동형태는 이미 오래전에 출현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경제활동에 접목되어 일자리가 줄어들고 불안정한 고용계약 형태가 확산되었다. 특히 경제활동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비중이 커지면서 그것에 관계된 '플랫폼 노동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종전의 자영업자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종속적 자영업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들 비전형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권리 확대를 보장하는 법·제도는 미비한 상태이다. 대표적으로 전형적 고용관계에 기반한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는 이러한 노동시장 상황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이 2022년 12월에 발표한 <2022년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36.5%에 그치고 있다. 또한 통계청이 2024년 10월 발표한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전형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18.3%(전년 대비 1.4%p 하락) △건강보험 35.9%(0.7%p 상승) △고용보험 52.8%(2.0%p 상승)이다.
이처럼 비전형 노동자는 소득이 불안정하고 노동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사회보장제도 미흡 때문에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특히 '저성장-경기 침체'로 고용 불안이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미흡은 개인 삶의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증가와 갈등 심화 등 사회적 위험 증폭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LO(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는 이미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형태 노동자의 사회보장 확대를 권고하고 있으며, 유럽·미국·일본 등에서는 제도 개혁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일하는 모든 사람의 보편적 권리 보장"이라는 방향으로 법·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확산하고 있다.

노회찬재단은 이와 같은 비전형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와 권리 확대 보장을 공론화하기 위해 지난 25일 '변화하는 노동과 일하는 모든 사람의 사회보험: 원칙과 실행방안'을 주제로 제12회 함께맞는비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의 포럼은 △(현황 진단과 문제의식 재구성) 비전형 노동의 실태와 제도적 포섭 수준을 거시적으로 점검하고, 변화한 노동 및 소득 구조와 기존 사회보험 전제의 부정합성을 규명하며 △(해외사례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도출) 주요 국가의 전환 방향을 비교해 보편주의적 사회보장 원칙과 설계 기준을 정리하고 △(사회보험 보편 적용 방안 모색) '일하는 모든 사람' 중심의 포괄적 보호를 목표로 적용 범위와 운영체계를 아우르는 전환의 원칙과 방향을 논의했다.
주제발표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저자인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이숭윤 교수가 맡았고, 지정토론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박은정 교수가 맡았다.

보이지 않는 자본-노동 관계와 액화노동자의 사회보장제도 배제
이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일 개념에서 벗어난 일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 일을 어떻게 개념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전개되고 있다"며 "하청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을 연구해 이러한 노동을 관통하는 특징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로 만든 개념이 '액화노동'이다"라고 소개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이후 디지털 자본주의가 확대되면서 비전형적, 비표준적 일이 늘어나 '정규직 vs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액화의 모습이 나타났고", "또 '표준적 고용관계 vs 순수 자영자'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노동자가 불안정성에 노출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재분배 기능이 약화되어 사회 불평등이 확대되는 문제가 생겨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본과 노동 관계가 '비가시화'됨에 따라 법·제도를 만들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비표준적 형태의 한 형태인 플랫폼 노동의 특징은 △알고리즘을 통한 보이지 않는 노동통제 △쉼과 일 경계/생산적 시간과 비생산적 시간 경계의 모호화 △작업 공간과 사적 공간 경계의 형태화"라며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법·제도들이 전제한 노동의 모습과 다른 형태인 불안정 노동이 생겨난 상황에서 이 법·제도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에서 사용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한데 사용자가 보이지 않게 되고, 노동자들의 교섭력 약화나 불안정성 증가가 기존 제도에서 배제되는 결과이다"라고 설명했다.
액화노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와 한국 플랫폼 노동의 특징
이어 이 교수는 "OECD 등 국제기구나 외국에서는 이런 액화노동을 다양하게 개념화해 왔다"며 "새로운 흐름은 자영업자도 새로운 형태의 노동 개념에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제가 연구한 노동을 보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크라우드 워크' 외에도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세 노동'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한 후 'European Commission: COLLEEM online survey(2020)'도 소개했으며, "한국의 플랫폼 노동자 비율이 EU(유럽연합) 평균에 비해서 낮지만, 독특한 점은 노동자들이 주업으로 플랫폼 노동을 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비전형적 형태의 일과 사회보장 개혁에 대한 국제논의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종합했다.

임금노동자 개념 포괄 전략 추진 필요성과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도입 과제
이 교수는 이러한 액화노동의 사회보장 개혁방향으로 이들의 '법적 접근성'과 '실질적 접근성' 개혁방향을 구분해서 소개했다.
우선 법적 접근성 개혁 전략에 대해서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무제공자로 범주화해서 따로 묶는 방식과 같은 '제3의 범주 형성 전략' △오분류를 줄여서 액화노동을 임금노동자에 포함되도록 하는 '현행 근로기준법 근로자 개념 포괄 전략' △모든 일하는 시민을 포괄하는 입법 논의와 같은 '보편적 근로자 개념 수립 전략'을 소개한 후 "오분류 시정을 통한 임금노동자 개념 포괄 전략 추진은 한국에서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실질적 접근성 개혁 전략'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의 필수적인 가입 요건을 사용자-근로자 관계 확인에서 소득으로 전환하는 소득보험 전략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최소 소득 수준을 정하는 과제가 남아 있고, 소득 수준이 낮은 액화노동자들에게 불충분한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전국민고용보험제도의 도입 과제에 대해 "△고용형태에 따른 보험료율의 차별적 적용해결 문제 △액화노동자의 소득 부정기성, 변동성에 따른 정기적 사회보험료 기여 문제 △액화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절차, 수급요건과 관련된 행정적 절차의 복잡성 문제 △액화노동자의 실업급여 자격 생성 시기 문제 △소득보장 수준 관련 보험방식과 조세방식의 통합방안 도입 문제가 남아있다"고 주장했으며, 결론으로 "궁극적으로 액화노동자들의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 '소득 비례 소득보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다층적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조세 방식의 적극적인 재분배정책 모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을 맡은 박은정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보장제도 안에 사회보험제도가 있다. 사회보험제도가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해서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2000년대부터 더디긴 하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가 폭넓은 적용대상을 찾아냈다"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특례제도 틀과 직종별 접근을 넘어서서 새로운 사회보험제도 만들어야
박 교수는 "특히 특례제도를 통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범주를 벗어나는 노동형태를 사회보험제도 안에 이들을 포함시켜 왔다. 지금 플랫폼 노동자까지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그렇지만 지금은 계속 이 제도적 틀을 가져가야 하는지, 기존 사업장 접근방식 사회보험제도가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논의와 함께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 요구가 높아진 점, 국세청 소득 파악 요구가 크다는 점을 토대로 고용보험, 산재보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지금의 사회보험제도 발전을 위해서 "지금과 같은 직종별 접근이 극복되어야 한다"며 "다양한 노동형태의 사람들을 하나의 틀로 묶어내고자 하는 과정에서 누가 사회보험제도의 적용대상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일반적 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법' 논의와 같이 누구나 사회보험제도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지금의 특례제도는 폐지하고, 피보험자 적용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근로자 혜택 등 정책적 쟁점 해소 위한 정책적 결단 필요
그리고 박 교수는 사회보험료를 어떻게 부과·징수하고 급여 수준을 정할 것인가에 대해 "소득 기반 체제를 지금은 만들 수 있다"며 "기왕에 소득 기반 보험료 체제로 간다면 사업자 자격에서 피보험자는 나름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하고, 이 기반 위에서 고용보험, 산재보험 제도가 마련되는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기존 근로자가 사회보험제도 하에서 받았던 혜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책적 결정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쟁점에 대해서 사회적 대화, 노사간 타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지금의 사회보험제도는 한계에 와 있다. 새로운 제도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을 위한, 진정한 사회보험제도가 작동하기 위한 큰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노회찬재단이 주최하는 <함께맞는비 포럼>은 정치·사회·경제 이슈 및 시민들 삶의 실태를 진보적으로 해석하고 공론화함으로써 회원 및 시민들과 사회현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회운동 주체들과 노회찬재단이 교류 및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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