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자수첩] “부부라서 안 된다고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자수첩] “부부라서 안 된다고요?”

국가에 바친 30년, 돌아온 건 진급 배제였다

공직사회의 묵언의 불문율, '부부는 한 명만 올라가야 한다는' 말 없는 룰… 능력보다 관계 따지는 인사 관행, 지금이 바꿀 때다

공무원 사회에서 진급은 곧 ‘인정’이다. 수년, 수십 년을 한 길만 바라보며 묵묵히 일한 공직자들에게 그것은 단순한 직급 상승이 아니다. 국가가 보내는 감사이자, 동료와 후배들이 보는 하나의 ‘이정표’다.

하지만 이 '이정표'조차 애초에 두 사람에겐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부부라는 이유로.

최근 한 지자체 부부공무원은 각각 복지와 지역개발 부서에서 30년 가까이 근속했다. 평가 성적은 우수했고, 내부 평판도 높았다. 그러나 진급은 단 한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나머지 한 사람은 2년째 승진 대상자 명단에서 번번이 빠졌다. 그 이유를 조심스레 물으니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익숙한 한 마디였다.

“부부가 같이 올라가면 눈치가 보이지 않겠어요?”

누구의 눈치일까. 왜 실력을 갖춘 두 사람의 진급이, ‘관계’ 하나 때문에 무산되는가.

전국 공무원의 약 20.3%가 부부공무원이다. 특히 지방 중소 지자체의 경우 업무 특성상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사무관 이상으로 동시에 진급한 비율은 5%에도 미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차별이 법이나 규정에 따른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인사혁신처는 “부부공무원 진급 제한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올리기 부담스럽다”, “주위 눈치가 있다”는 말이 내부에서 회자된다.

이런 구조는 결국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여성 배우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진급하고, 누군가는 포기하며,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참아야 한다”는 공직 특유의 인내만 요구된다.

이쯤 되면 질문해야 한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실적을 보고 판단해야 할 승진이, ‘배우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사회가 진정 공정한가.

현장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부공무원의 동시 진급을 투명하게 심사할 수 있는 별도 기준과 외부 인사 비율 확대, 진급 평가 기준의 공개, 성별·관계에 의한 불이익 방지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부라는 이유로, 혹은 ‘보는 눈’이 있다는 이유로 승진이 좌절되는 구조는 공직사회의 신뢰를 좀먹는다. 그런 이유로 포기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결국, 가장 유능한 인재들이 먼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국가에 평생을 바친 이들이, 정작 ‘관계’ 하나로 불이익을 받는 구조. 이제는 고쳐야 한다. 공정이란 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 손을 대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