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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급 피하는 이재명, '비동의강간죄' 공약한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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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급 피하는 이재명, '비동의강간죄' 공약한 김동연

李 '안티페미' 유권자 의식?…김동연·김경수, 공백인 '낙태죄 입법' 긍정적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낙태죄 개선 입법'을 여성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된 '빛의혁명'과 '응원봉'을 강조하면서도 '안티페미(反여성주의)' 성향을 보이는 일부 유권자를 의식해 '여성'에 대한 언급을 피해온 것과 차이를 보인 셈이다.

김 지사는 17일 분야별 공약이 담긴 정책공약집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여성 정책 공약으로 '비동의강간죄 개정'이 담긴 점이 눈길을 끌었다. 비동의 강간죄는 기존 강간죄를 구성하는 요건을 현행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여부'로 바꾸는 형법 297조 개정안을 말한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로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행 조항에 따르면 폭행·협박이 수반되지 않으면 이는 '강간'이 아니어서, 위계질서 및 강요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 아동·청소년과의 유대·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그루밍 성범죄 등은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이른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고,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투(#Me_too)' 고발 운동이 나온 이후 강간죄를 구성하는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개정 요구가 이어졌다. 국제연합(UN) 소속의 고문방지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인권기구들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도록 한국 정부에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또한 김 지사는 '위헌 판결 낙태죄 개선 입법'을 공약했다. 현재 낙태죄는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처벌 규정이 없는 상태이지만 5년째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인 상황이다. 앞서 헌재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하고, 2020년 12월31일까지 형법을 개정할 것을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측도 위헌 판결을 받은 낙태죄에 대한 입법보완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비동의 간음죄 법제화에 대해서는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전 대표는 '여성'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일 '비전발표회' 후 이어진 기자 질의 응답에서 '광장에서 집회를 주도한 2030여성들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 같다', '여성 문제를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빛의 혁명 과정에는 모든 국민이 함께했다"며 "국민들이라고 하는 거대 공동체 모두의 성과"라고만 했다. 2030 여성 유권자들을 위한 비전을 묻는 질문에도 "모든 국민과 함께 가야될 일"이라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 전 대표가 '여성'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장면은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지난 1월 23일 이 전 대표는 당대표로서 나선 기자회견에서도 광장에 나온 여성 청년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적 방향을 묻자 이 대표는 "세부적 정책은 추후에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세계여성의날을 기념 행사를 진행한 지난달 7일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성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당만큼 여성 정책에 관심이 있는 정당이 어디있겠나"라며 "그만할게요"라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지휘했던 지난 총선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비동의 강간죄 추진'을 22대 총선 공약에 포함시켰다가 "실무적 착오"라며 철회했다. 지난해 3월 26일 민주당은 10대 정책 중 여성분야에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 챙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현행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여부'로 바꾸는 형법 297조 개정"을 공약했다. 피해자 보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공약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 '비동의간음죄' 하루만에 철회한 민주당…"여성 유권자 무시 행태")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27일 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 명의로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실무적 실수, 착오"라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신당'으로 불리는 개혁신당에서 반대·비판 의견이 나온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결정이다. 안티페미 성향을 보이는 일부 유권자를 의식해 여성정책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당시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비동의 강간죄' 등 여성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삶의 문제가 나아지는 방향으로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는) 여전히 내란 종식이 안 된 상태로 보고 있다"며 "(내란으로부터의) 회복과 국민의 행복에 대해 여러가지 답을 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점차적으로 구체적 정책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탄핵 국면에서 광장의 주축이 된 2030 여성들의 움직임을 '빛의 혁명', '응원봉' 등 치켜세웠으나 탄핵 국면이 딱 끝나자마자 그들에 대한 어떠한 정책적 언급도 없는 건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김대중 이희호의 정당으로 성평등을 지향하는 정당이며 '비동의 강간죄'도 민주당의 전통적 공약이었다"며 "본 대선 국면에서는 광장에 나온 여성들이 얘기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모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부터)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추도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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